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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Aug 23. 2015

비밀스런 김치찌개 집 이야기

그 사연을 듣다


놓아먹여 기르는 돼지 농장을 운영하는 부부가 간판도 없는 김치 찌개 집을 열었다. 사연을 들었다. 직접 기른 돼지로 만든 고기에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놓아서 먹여 기른 돼지는 누린내가 나지 않고 콜라겐 함량이 높고 지방의 비율은 적다고 한다. 가둬서 기르는 돼지보다 빠르게 자라지 않아서 아무래도 기르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한다. 그러나 흙바닥에서 마음껏 구르는 돼지라서 스트레스가 적어서 그런지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쨌든.

유명 백화점에 놓아먹인 돼지고기를 납품했는데 어느날 납품가격과 판매가격이 수십배 차이가 나는 걸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결국 납품가 재협상을 했지만 수요처를 찾지 못해 있던 거래가 끊겼다. 후회도 했지만 먹고 살아야 했기에 오피스 밀집지역에 조그만 식당을 하나 냈다. 풍부한 것은 돼지고기와 김장 김치였다. 그래서 시작한 게 김치찌개 집.

처음 3개월은 거의 손님이 없다시피 했다. 맛있는 찌개 만드는 법을 그때 발견했다고 한다. 점심에 팔지 못하고 남은 찌개를 버리기 아까우니까 뒀다가 저녁에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맛이 금방 만든 찌개와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맛이 있었고, 그때 이후로 미리 끓여서 6시간 정도 숙성 시킨 찌개를 내놓기 전에 데워서 제공하고 있다.

다른 특징은 공기밥이 무한 제공 되며 식탁에 구이김이 큰 통에 담겨있다는 점이다. 반찬은 계란 프라이와 치킨 무. 치킨 무는 직접 만든다고 한다. 특이한 조합이지만 어울린다. 돼지고기는 특정한 부위를 넣는게 아니라 목살 삼겹살, 전지, 후지 등등 모든 부위를 넣는 다고 한다. 돼지 농장을 해서 가능한 것 같다. 냉면 대접에 한 그릇 가득 담아서 4000원. 고기는 10점 이상 들어있다. 두부가 없는게 특징이라면 특징이고, 잘리지 않은 포기 김치가 하나 들어 있다.

귀찮아 하는 사람들은 이런 점이 다시 오지 않을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점포의 크기가 작아서 지금도 손님이 너무 많다. 이런 점을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손님들은 솔선해서 테이블을 치우고 자리를 만들어 앉는다.

김치찌개는 하루에 50리터 들통에 가득 4통을 끓인다고 한다. 어디로든 알려지면 사람 너무 많아진다고 걱정하셔서 나도 여기서 알려드릴 수는 없다. 내가 보기엔 단골 손님들도 스스로 입단속을 하는 것 같다. 이런 식당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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