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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Jul 25. 2016

다시 쓰다

재편집

걷고 있다.
'걷다'라는 행위 능력에 감사하다. 내 몸과 마음을 인식해본다.
발바닥. 새 신발에 발바닥이 적응 중이다. 조금 좁은 발볼 때문에 화끈화끈거린다.
새 신발은 으레 발 볼이 좁다. 나머지 내 몸은 그냥 심드렁히 있다. 더워서 그렇다.
마음은 아마도 여름 휴가 떠났나보다. 새 신발 바닥이 뜨끈한 지면에 닿았다.
'쭈악쭈악' 찰진 소리가 달콤하다. 잠시 소리에 집중했다.

글을 쓰자.
오늘은 글 제목도 없다. 쓸게 없다는 뜻.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머릿속에 있는 주사위를 굴린다. 글 쓸 게 없다. 글 저금통 0원.
글짓기 은행에서 문자가 온다.
'뭐라도 써라'

오늘은 맡길 글이 없다. 실눈을 뜨고 자판을 놀리고 있다.
키보드의 쫀쫀한 키감에 대해 쓸까? 만연체로 늘여 쓴 문단을 쓸 수도 있다.
그러나 덥고 습해서 틀어놓은 3천 와트시의 에어콘이 '그러지 말라'고 한다.
속날개를 머리 삼아 열심히 도리도리까지 한다.

글쓰기는 적금이다.
오늘 같이 쓸 게 없는 날에는 형식을 못 갖춘 생각이라도 관찰한 무언가라도 쓰자.
자꾸 글을 써서 나를 표현하자. 거칠고 다듬어야할 문장 투성이다. 군더더기 표현이 많다.
변명이 있다. 지난 1년 간 절필했던 그 사정을 봐달라.
다시 시작하려니 부팅 시간이 필요하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난 지금 무척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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