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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Aug 11. 2016

공시생 일기 - 2 - 스타트

공감 소설

어느 집안이나 한 번 쯤은 겪는 흔한 집안 사정이 내게도 생겼다. 하필이면 그런 사정은 고3 시즌에 맞춰서 일어나곤 하지. 대학 진학을 고민했다. 대학 진학은 어렵겠다는 결론에 다다르니 생각이 적어지고 마음이 편해졌다. 주위의 안쓰러운 마음들은 너무나 잘 전해졌다. 가끔 콕콕 가슴 찔리도록 생생하게 전달되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고교 시절 전교 회장을 지냈다는 커리어(?)가 묵직하게 가슴을 압박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라는 말이 좋아진 때가 이때 쯤이다. 집안 사정이 조금 나아지고 방송통신대학을 들어갔다. 인생 역전의 꿈을 이 때 꾸게 된 것 같다. 알바하면 만났던 공무원들이 정말 부러웠다. 우스운 말이지만 정규직이 되고 싶었다. 나의 짧은 장대로 저 높은 봉을 무사히 넘을 수 있으리라 희망을 갖고 나도 장대높이뛰기에 줄을 섰다. 공무원 시험이라는 장대높이뛰기 말이다. 1년에 기회는 단 한 번. 넘거나 넘지 못하거나. 110미터 허들과 다르다. 허들은 설령 넘어뜨리더라도 한 발 씩 앞으로  나아가지만 장대높이뛰기는 봉을 떨어뜨리면 또 다시 1년이 훨훨 공중으로 사라진다. 압박감이 대단했다. 수험기간을 최대한 짧게 끝을 내야겠다고 다짐했다. 방통대를 다니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었다. 시간을 치밀하게 조직했다. 멀티태스킹으로 학업과 알바와 공시 준비가 잘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더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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