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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담 Aug 15. 2016

공시생 일기 - 3 - 알아보기

공감 소설

이불 속이다. 쪽창 밖에 보랏빛 구름이 떠있다. 틈사이로 보이는 짜투리 구름을 보며 전체 모양을 그려본다. 30평 아파트를 구입한다는 친구, 다다음달에 벌써 아들이 돌이라는 친구, 멋진 자동차를 타고서 나타난 친구가 구름에 비친다.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서 생각해보자. 약간의 검색을 해보니 공시생 생활은 크게 3종류가 있다. 도서관을 다니면서 수업은 동영상으로 듣는 방법과 학원을 다니면서 학원 스케쥴에 따라서 움직이는 방식 또는 집에서 독학으로 공부하기. 도서관 동영상 강의 패턴이 가장 많고 학원이 그 다음이며 독학은 가장 적어 보인다. 의지력은 독학이 가장 강해야하고 도서관 동영상 강의가 그 다음이며 학원이 마지막이다. 비용은 학원, 도서관, 독학 순서다. 우선 순위는 의지력에 두었으니 의지력과 비용을 종합하여 학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불 속이 따뜻하다.

11시에 미리 알아둔 공무원 학원에 도착했다. 그리 반가워하지 않아보이는 직원과 각종 교재로 가득찬 상담실에 들어갔다. 원색의 전단지가 어지럽게 흩어져있었다. 노랗고 날카로운 플라스틱 끈으로 질끈 묶여있는 책들이 가득했다. 주교재로 쓰이는 책이 확실했다. 다들 남부럽지 않은 위용으로 각각 족히 1,000페이지는 되어보였다. 5과목이면 5천 페이지. 할 수 있을까. 살면서 저렇게 두꺼운 책은 본적이 없다. 질린 표정을 하고 있으니 의자를 질질 끌어 당겨 앉으며 상담 직원이 말했다. 국어, 영어, 한국사, 행정학, 사회로 잡고 갑시다. 뭘 잡자는 말인지 몰랐다. 연이어 이것 저것 특강도 추천했다. 학원에서 개설한 강의가 이것뿐이니 이걸 들어야 할거야라는 말을 수험생이 듣기 좋은 말로 포장해서 학원 입장에서 할만한 말로 바꿔 전달했다. 요지는 이렇다. 행정학, 사회는 선택과목이라서 100점 맞아도 표준 점수 환산으로 60점 정도 나온다. 그러니까 국어, 영어, 한국사를 90점 수준으로 만들고 선택 과목은 2개월만 공부해도 충분하다는 말. 행정학과 사회는 전혀 모르는 과목이라고 말해도 앵무새처럼 2개월에 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그 이후로 마음이 상했는지 뭐든 대충대충상담을 해줬다. 대충 듣다가 말을 끊고 청강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어 수업 중이라는 말을 듣고 조심스럽게 강의실 뒷문을 열고 들어갔다.

강의실은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가장 뒷자리 구석에 몸을 구겨넣고 앉았다. 문을 여는 순간 수 십 개의 눈총을 받았다. 주의를 덜 끌려고 살금살금 들어왔다. 그래도 뒷머리가 따가웠다. 그만 노려보세요... 수업은 국어 문법이었다. 국어의 표준발음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판서는 체계가 잡혀있었고 학생들은 열심히 듣고 있었다. 재밌는 점이 하나 있었는데 적으려고 하지 말라고 강사가 계속 강조했다. 집중에서 들어야하고 강의는 강의노트에 적혀있으니 복습에 참고하라고 누누히 강조했다. 상술이라고 생각했지만 옆자리 사람 강의 노트를 보니까 판서 내용이 고스란히 강의 노트라는 제본에 인쇄되어 있었다. 강사 말대로 판서를 적을 필요가 없어보였다. 그래도 열심히 적는 학생도 있었다. 흔히 말하는 1타 강사는 아니었지만 노트를 보니까 수업에 대한 열정과 정성이 보였다. 그래 국어는 일단 합격. 다음날 영어 수업에도 청강하기로 하고 학원을 나왔다. 겨울이었다. 집에 돌아와 이불 속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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