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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Dec 06. 2020

집을 만들며 삶을 채운다. 이게 '나다움'이다.

화단 만들기

이 집에서 남편을 사로잡았던 공간 중 하나인 마당의 화단을 변신시킬 준비를 시작한다.

원래의 화단은 사진처럼 화단과 마당의 경계 축 벽돌이 엉망이었다. 모양도 앞쪽은 넓고 끝쪽은 좁고 무엇보다도 화단이 마당에 비해 너무 컸다. 여러 가지 채소나 화초를 심는 등 활용도는 크겠지만 그래도 마당과 비교했을 때 조금 줄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에 기존 화단을 올바른 직사각형 형태로 맞추고 면적을 조금 더 줄이기로 했다.

축소할 부분에 말뚝을 박고 노끈으로 경계를 표시한다.  

그리고 삽질을 다. 또 삽질을 다. 삽질은 끝나지 않는다.

안쪽의 흙을 모두 파낸 다음 해머로 부순다. 이미 균열이 많이 간 상태라 철거는 어렵지 않았다. 물론 다른 작업에 비해 어렵지 않았다는 것이지 진짜 쉬웠다는 건 아니다.

철거된 부분은 기존 화단경계벽돌을 이용해서 기초 다지기 작업을 한다.

벽돌과 자갈을 깔고 해머로 내려치거나 밟아서 단단하게 기초를 다진 후 몰탈을 얹는다. 사진 아래쪽의 은박지가 쌓인 부분은 정화조로 가는 오수배관이 있어서 방바닥 철거 때 나온 은박매트를 몇 겹 덮어주었다. 보온 때문이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보온에 거의 도움이 안 될 것이지만 본인의 심리적 불안감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안정장치라고 한다.

화단의 시작 부분을 제거했더니 정화조가 보인다. 원래 흙에 덮여 있던 건데 화단을 줄였더니 저렇게 드러났다.

개미 궁둥이로 부르는 엉덩이 쿠션을 착용해서인지 왠지 더 열심히 일만 하는 듯한 느낌이다. 남편은 사진을 볼 때마다 꼭 개미 궁둥이 같다며 웃지만 무릎이 안 좋은 남편을 알기에 마냥 웃을 수많은 없다.

벽에 붙은 흙도 씻어내고 정화조의 드러난 부분도 은박 매트로 감싸주며 기초를 위한 사전 준비가 끝났다.

역시나 이전과 마찬가지로 깨진 벽돌을 이용해서 단단하게 기초작업을 하고 몰탈을 부어서 드디어 기초를 완성했다. 화단 경계벽돌을 쌓기 위해 기준실을 띄우기 위한 지지대를 각목으로 만들었다.

이제 화단 벽돌 1층을 쌓고...

2층을 쌓고...

3층을 쌓고...

드디어 4층까지 쌓았다.

이것으로 끝난 줄 알았더니 화단의 흙은 물을 머금고 있어 겨울에 얼면 확장이 되어 벽돌 경계가 깨지기 때문에 보강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적벽돌 뒤쪽으로 몰탈 옹벽을 덧붙인다고 한다. 그나저나 화단을 그렇게 많이 줄인 것도 아닌데 저렇게나 많이 쌓인 흙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다.

집 철거할 때 나온 얇은 합판을 잘라서 경계를 세운 다음에 시멘트 몰탈을 부으려 했으나 소모되는 양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벽돌을 하나씩 넣어가며 몰탈을 삽으로 붓고 엑셀 파이프로 다져가면서 경계벽을 확장했다.

제일 위쪽은 벽돌이 들어갈 크기가 안되므로 작은 벽돌 조각을 넣어가면서 앞에 쌓은 적벽돌과 높이를 맞추어 마무리를 한다.

원래 위쪽에는 적벽돌을 구멍이 없는 쪽을 위로하여  앞쪽으로 살짝 나오게 하여 세로로 한 줄 더 얹는다고 했는데 지금 남은 적벽돌 수량이 조금 부족하여 그 작업은 나중에 하기로 했다. 합판이 시멘트에 붙으면 안 떨어질까 걱정했더니 몰탈 옹벽이 어느 정도 굳으면 합판은 쉽게 제거가 된다고 한다.

며칠 후 합판을 제거하니 현관 옆 포인트 벽돌과 짝꿍인 예쁜 화단이 완성되었다. 이제 마당과 단차를 맞추기 위해 적벽돌 앞 쪽에 미장을 해야 한다. 크랙을 줄이기 위해 메쉬 철망을 깔고 몰탈을 붓기로 했다.

화단 경계벽이 어느 정도 굳은 다음에는 많이 쌓인 흙더미를 평탄화 시킨다. 쌓인 흙이 생각보다 많아서 경계벽 높이에 맞추어 평탄화를 시키기 어려웠다. 나중에 폐기물 처리를 할 때 흙을 좀 덜어내어 버리리기로 하고 일단 최대한 평탄화를 시켜 본다.

이제 메쉬 철망을 사이즈에 맞게 자른다.

자른 메쉬 철망을 깔아 준 다음 몰탈을 삽으로 떠서 붓는다.

그리고 흙손으로 평탄 작업을 한다.

메쉬 철망이 튀어 올라오는 부분이 있어 몰탈 중간 부분에 철망이 들어가도록 벽돌로 눌러 주었다. 어느 정도 굳은 후 벽돌을 치우고 흙손으로 문질러 주면 반듯하게 처리된다.

(상) 원래 화단 (하) 공사 후 하단

내 눈에는 지금도 좋은데 남편은 벽돌 사이에 검은색 메지를 넣고, 제일 윗단의 마무리 벽돌을 한 줄 더 쌓으면 더 깔끔해질 거라고 한다.

화단 작업 후 2년이 지난 올봄 우리 집 화단에는 상추, 시금치, 깻잎부터 다알리아, 코스모스가 가득했다.


화단 앞 각관이 쌓여있다는 건 여전히 지금도 집수리 중이라는 말이다. 18살 된 아들은 자기가 독립하기 전에 집이 다 고쳐지지 않을 거라고 하고, 16살 딸아이는 너무 많은 노력이 들어간 집이기에 절대 팔 수 없을 거라고 한다. 가족을 위해 시작한 시간이지만 불편한 집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늘 미안하다.


마당의 화단을 작업하는 중 모래가 순식간에 줄어들어 결국 모래와 벽돌을 더 주문했다.

1차 주문과는 다른 곳에서 주문했는데 조금 저렴한 대신에 모래의 굵기와 벽돌 완성도가 이전보다 조금 덜했다.

모래를 마당으로 옮기는 것은 보통일이 아니다. 남편은 모래를 옮기고, 나는 벽돌을 마당에 쌓기 시작한다.

벽돌이 너무 많이 젖어 있어 며칠 건조하기 위해 통풍을 고려한 쌓기다.

우리 부부에게는 힘든 시간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다. 삽질을 해보기도 하고, 작업용 P대차(L카트, 밀대)를 타고 노는 큰 아이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어느새 작은 아이까지 합세해 아이들만의 놀이가 한창인 마당을 보며 아이들이 더 어릴 때 마당이 있는 주택에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했다.


훗날 아이들은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작업만큼이나 힘겨운 기록 남기기를 이어가고 있는 건 어쩌면 내 아이들을 위함 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잣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모가 이해 안 가고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엄마, 아빠는 이 시간이 즐거웠다고 그리고 이 순간에 너희가 함께 였기에 행복할 수 있었다고 전하고 싶다.


엄마, 아빠가 직접 집을 만들어가는 건 어쩌면 엄마, 아빠의 삶을 만들어가는 시간인지도 몰라. 이 속에서 엄마, 아빠는 '나다움'을 찾아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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