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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Dec 07. 2020

바르면 예뻐진다.

셀프 미장

셀프 집수리 후 남편과 함께 작업을 하고 있지만, 관련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난 보조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작업 때만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자기 내일 어디 가요?"


다른 때와는 달리 다른 일정이 없는지 묻던 남편의 말속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나의 필요성에 기분 좋았던 셀프 미장 이야기를 풀어본다.

집 내부의 마감을 철거하자 드러났던 민낯.

1층과 2층의 거실 부분은 위 사진처럼 모두 벽돌을 쌓고 미장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거실 벽과 마주하는 방은 미장이 되어 있기는 했지만 천장 마감이 되는 위쪽 부분은 역시 미장이 안된 상태여서 군데군데 빛이 통과될 정도로 벽돌 사이에 몰탈이 안 채워지고 빈틈이 많았다. 미장이 쉽지 않은 작업임을 알기에 잘할 수 있을까 고민 고민했으나 결국 미장을 하기로 했다. 


오래된 주택이어서 미장을 하면 내력벽이 더 안정감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고, 벽돌 사이의 공극을 메워줌으로써 방음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또한 단열재를 부착할 때도 더 견고한 부착이 가능하다. 남편의 말을 듣고 보면 꼭 필요한 작업 같았지만 2층 집 모든 곳을 미장할 생각에 눈앞이 캄캄하기도 했다. 어떻게 진행되어가고 있는지 보러 오셨던 시부모님 역시 이렇게 해서 언제 하냐며 걱정을 내비치셨다. 


거실 현관 쪽 벽면부터 미장을 시작한다.

미장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위에서 아래 방향으로 한다. 처음 해 보는 미장이라 작업 중에 고개를 자주 갸우뚱하는 남편이다. 바르면서 흙손에 옮겨진 몰탈이 아래로 많이 떨어지기에 바닥에 장판을 깔아놓고 모아서 재사용을 했다. 장판을 옮기고 떨어진 몰탈을 모으는 담당은 남편의 완벽 보조 내 담당이다.


몰탈 반죽의 되기는 너무 질지 않게 했다. 약간 질게 된 몰탈이 바를 때  힘은 덜 드는 것 같은데, 마른 후 크랙이 많이 발생하는 것 같고, 접착강도도 약간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며 조적 할 때보다도 더 되게 하여 미장을 하였다. 많은 몰탈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하다 보니 몰탈 작업의 고수가 되어가는 것 같았다. 

미장을 해야 할 곳에 철근이 나온 곳도 있고 시멘트 못이 박혀 있는 곳도 있어서 미장을 하는 중에 그라인더로 제거 작업을 한다. 드디어 1층 거실 미장이 마무리되었다. 

철거 후 벽돌 천지였던 거실이...

매끈매끈 옷을 입었다. 우리 부부의 손길과 땀이라는 옷을 입었다.

방에는 슬라브 아래 천장이 만들어진 부분까지만 미장이 되어 있고, 위쪽에는 모두 미장이 안되어 있는 상태였다. 개인적으로는 저만큼 미장 작업을 안 한 것이 재료비와 인건비 절감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든 방이 사진과 같았다. 모두 꼼꼼하게 미장으로 막아주기로 했다. 솔직히 힘들어서 그냥 놔두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대충'이라는 것을 모르는 남편이 넘어갈 리 없기에 속으로 구시렁거리기도 했음을 고백한다. 


1층을 마무리한 후 2층으로 이동했다. 

1층에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덕분인지 미장 작업 속도가 확실히 빨라졌다. 그리고 난 몰탈을 더 자주 만들어야 했고 팔에 근육이 생기기 시작했다. 

전선을 매립하기 위해 벽을 파서 전선 매립용 파이프를 설치한 곳은 미장을 하기에는 너무 깊어 작은 벽돌 조각을 박아주면서 미장을 했다. 

2층 복층 계단 부분과 욕실 부분은 이상하게도 위쪽에 벽돌 벽이 다 채워지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무슨 이유 때문에 비워둔 것인지 이유를 찾아보려 했으나 그런 사례가 인터넷에 나와 있지 않았기에 안정성이라도 확보하자며 모두 쌓아주기로 한다. 

욕실 출입구 위쪽을 쌓아주고...

복층 출입구 부분도 쌓아 준 후 슬라브까지 시멘트를 메워준 후 미장을 하였다. 

2층에 부엌과 마주하고 있던 방은 출입문도 막고, 벽과 다락을 철거했더니 다른 방보다 미장할 곳이 많아졌다. 꼼꼼한 남편이 깔끔하게 미장으로 옷을 입힌다. 


1층과 2층의 미장이 완료되었다. 이제 남은 건 복층 계단 쪽 미장, 계단 쪽 미장은 작업 전 또 하나의 작업이 필요했다.

4m 가까이 되는 높이의 복층 계단 미장을 위해서는 작업용 비계를 만들어야 하기에, 각도절단기로 나무를 재단한다. 

다루끼 2개를 합쳐놓은 사이즈의 각재와 거실 창틀에 붙어 있던 목재를 철거하여 틀을 만든다. 

나무가 튼튼하게 잘 받쳐주는 건지 아슬아슬한 나와는 달리 뚝딱뚝딱 남편의 손에서 어느새 비계가 완성되어간다.

만들어진 틀 위에 다루끼로 살을 놓아 9mm 합판을 얹고, 철거해 놓았던 5m 합판을 얹었다. 미장이 익숙하지 않은 남편이 몰탈이 많이 떨어져서 지저분해지면 합판의 재사용이 어려울 것 같다며 얇은 합판을 가져다 깔아놓았다.

이곳은 비가 올 때 벽면에서 약간의 누수를 확인했었기에 미장 몰탈을 만들 때 방수액을 혼합하였다. 남편에게 그러면 물이 안 새는 거냐고 물었더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누수는 물을 처음 접하는 곳에서 방수처리하는 것이 원칙이니 나중에 밖에 크랙 난 부분을 잘 메꾸고 옥상에서 처마 작업을 하여 벽면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단다.

아래쪽은 비계의 기둥 때문에 작업이 무척 번거로웠다. 비계를 만들기 전에 미리 미장을 해 놓았어야 했던 건데라며 많이 후회를 하던 남편이 생각난다. 

비좁은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 하니 더 힘들었던 시간을 지나 미장이 마무리되었다. 


사진이 찍힌 날짜를 보니 딱 2년 전 오늘이다. 

더위와 모기로 힘들었던 여름을 지나 두꺼운 옷과 난로 없이는 힘든 겨울의 작업 속에서도 즐거움을 만들려 노력했던 흔적이 사진으로 남아있다. 

(좌) 셀프 집수리 여름 필수품 모기향^^ (우) 셀프 집수리 겨울 필수품 난로와 고구마(?)





작업의 힘겨움 만큼이나 길어지는 기간에 따른 경제적 고민, 살던 집 매매와 이사 날짜 맞추기 등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함께 이기에 이겨 낼 수 있었던 우리였다. 쉽지 않았던 시간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남아있었지만 셀프 집수리를 하며 문득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우리 가족을 닮은 집이 되어 간다는 느낌.

화려함 대신 튼튼한 기초가 하나씩 쌓여가는 집.

우리 부부의 땀과 노력이 스며든 집.

내가 추구하는 삶과 닮아 있는 집이 되어간다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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