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의 H빔 구조보강
사실 처절한 반성을 끌어안아야 했다는 생각은 남편 입장이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니 당연히 닥칠 수 있는 순간이다 싶었고 그런 순간에도 또 다른 방법을 찾아 작업하는 남편의 모습이 난 놀라웠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어요? 정말 대단한데요"
아마 남편은 힘든 자신을 응원해주기 위한 아내의 배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의도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남편의 작업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진심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당시에는 남편의 절망스러운 얼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른 후 생각을 전했다.
"자기는 정말 완벽한데 쉽고 작은 부분을 놓칠 때가 있어요. 그래서 나랑 더 천생연분이 아닌가 싶어요. 어려운 건 못하지만 간단하고 쉬운 건 잘하는 나와 찰떡궁합인 거죠. 작업할 때 나한테 설명을 한 번 해주면 기억해뒀다가 그런 부분을 내가 체크할게요. "
동의한 남편은 그 뒤로 주문을 넣기 전이나 재단 등 다시 돌이키기 힘든 작업에는 나를 꼭 불러 확인받곤 한다.
벽을 뜯고 집의 크기와 형태를 바꾸면 삶의 태도에 영향을 준다.
형식은 집을 바꾸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삶을 바꾸는 것이다.
김재관 건축가 인터뷰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