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창문) 설치
주택 구매 시 볕이 잘 드는 남향집이 선택 1순위였다. 남향이라도 앞뒤와 양옆으로 여유공간 없이 집이 붙어있다면 남향의 의미가 없기에 최대한 햇볕이 잘 들어오는 집을 알아보았다. 물론 넓은 평수의 전원주택이 아닌 도심 속 단독주택이기에 100% 만족할 만한 곳을 고르기는 어려웠지만 남편의 안목 덕분에 남향에 빛이 잘 들어오는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이전 24평 아파트는 안방과 거실을 제외하고는 북쪽으로 창이 나있고 그마저도 뒷베란다이기에 아이들 방과 부엌에는 볕이 거의 들지 않았다. 지금의 집에 짐이 다 빠져나간 후 처음 발을 내딛었을 때 많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얼마나 따사롭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창 크기를 줄여야겠다고 해왔다. 넓고 큰 창문이 좋은데 왜 줄여야 하는지 아쉬웠지만 남편의 설명을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창문이 크면 단열에도 문제가 있고 창문 제작 비용도 더 들어가요. 그리고 우리는 바닥 단열도 두껍게 할 건데 지금도 창문이 너무 낮게 위치하고 있잖아요. 이런 여러 가지 부분을 고려했을 때 줄이는 게 맞을 거예요"
창호 작업을 위해 기존 창문부터 제거했다. 오래된 주택답게 창문은 단열을 기대할 수 없는 갈색 알루미늄 프레임과 목재 프레임의 이중창이다. 더군다나 창호 제작에 실수가 있었던 건지 아니면 설치 후 살면서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건지 일부 알루미늄 프레임의 창문이 3cm 정도 작아서 창문이 완전하게 안 닫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마주 했다.
문틀을 제거하기 위해 컷쏘(컷팅쏘) 라는 공구를 이용했다. 알루미늄 프레임이 목재 프레임보다 덜 견고하게 고정되어 있어서 알루미늄 프레임부터 제거하기로 결정하였다. 빠루를 이용하여 틈을 만든 후 컷쏘를 이용하여 절단하는데 소리도 크고 진동도 커서 자연스레 뒷걸음이 쳐진다.
알루미늄 프레임은 몰탈로만 고정되어 있어 몰탈을 부수어 가며 뜯어내니 쉽게 뜯어졌다. 목재 프레임은 벽돌과 큰 대못으로 고정되어 있었는데 창문을 설치하면서 벽돌을 쌓은 건지 대못 머리가 벽돌 사이에 들어가 있어서 무작정 힘을 주어 제거하다가 벽돌이 파손될까 우려되어 조심스레 달래 가며 뜯어내야 했다.
철거 부위는 벽돌을 쌓기 위해 일단 깨끗하게 청소한다. 창호가 해체되는 모습을 처음 보는 나인데도 우리 주택의 창호 설치는 문제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창틀과 벽의 사이에 공간이 너무 많다. 그 공간에 수많은 바퀴벌레 알과 벌집이 있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공간이 큰 곳은 종이를 둘둘 말아서 막아져 있었는데 뜯어보니 시멘트 포대의 종이 었다. 창문 자재의 특성도 있었겠지만 이렇게 날림으로 공사를 했으니 더 추웠을 것이다.
주택은 아파트에 비해 추울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방으로 다른 집이 붙어있고 추운 겨울에는 집집마다 난방을 하니 그런 부분에서 어느 정도 온기가 더 느껴질 수는 있겠지만 집 자체의 단열과 창호 설치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면 온기는 집 안에 오래 머무르지 못한다. 다른 건 몰라도 살면서 바꾸기 어려운 단열과 관련된 부분만큼은 제대로 하고 들어가겠다는 게 남편의 생각이었다.
창문을 제거하고 보니 알루미늄 프레임과 목재 프레임의 세로 차이가 너무 커서 그대로 벽돌을 쌓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벽돌을 깨서 단차 보완 작업한 후에 벽돌을 쌓기로 했다.
벽돌을 쌓기 위해 수평을 체크한 후 실을 설치한다. 벽돌은 기준실 작업을 하지 않으면 좀처럼 반듯하게 쌓아지질 않는다.
남편은 어느 때보다 수평 수직을 신경 써 가면서 벽돌을 쌓아갔다.
1차 완성된 서재방의 창문 줄이기 작업 모습이다. 창문은 상/하/좌/우 네 곳을 줄이기로 했다. 작업의 편리함을 위해 어느 한쪽면을 줄이지 않으면 마감 후 균형미가 없을 것 같다는 남편의 생각이었다. 가장 위쪽은 벽돌을 쌓지 않고 남겨 두었다. 벽돌이 여러 단이면 벽돌 간에 서로 단단히 물려있어서 괜찮겠지만 2단의 벽돌은 분명 크랙이 가고 나중에 창문으로 하중이 갈 거 같다며 목작업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서재방과 같이 안방의 창문도 작업을 했다.
부엌 쪽 창문은 하단만 줄이기로 했는데 사진에 보이는 임시 창문막이의 각재(다루끼)가 걸쳐진 부분이 담장이다. 담장보다 아래쪽까지 있는 창문을 담장 높이에 맞추어 하단 부분을 줄이기로 한 것이다.
부엌의 또 다른 창문 옆에 사각형으로 뻥 뚫려 있고 스티로폼으로 대충 막아져 있던 렌지후드 환기구는 벽돌로 막고 PVC 파이프로 환기 통로를 냈다.
1개는 부엌 렌지후드가 연결될 환기통이고, 1개는 욕실로 연결될 환기통이다. 사진 상의 오른쪽 상단에 뚫려 있는 구멍이 욕실에서 넘어오는 환기구이다. 하필 화장실이 2층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환기구 설치 경로가 복잡해졌다.
부엌 쪽 창문 줄이기가 완성되었다. 블랙홀처럼 보이는 창문 밖의 모습이 늦은 밤까지 작업해야 했던 힘겨운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1층 창문에 이어 2층 창문도 줄여나간다. 샷시 설치 작업이 시급해 임시 조명을 옮겨 달아 가며 어둠을 이겨내야 했다.
추위나 더위는 일하는 사람을 힘들게도 하지만 작업의 하자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고온으로 시멘트의 수분이 빨리 날아가면 크랙이 발생할 수 있고, 영하에는 시멘트가 얼어 제대로 붙지 않는다. 우리가 작업 할 당시에는 겨울이라서 비닐로 방풍 작업을 했고, 날씨를 봐가며 영하권으로 떨어지지 않는 날만 찾아서 조적 작업을 했다. 이런 식으로 줄인 창문이 7개, 완전하게 막은 창문은 1개였다.
이제 창문 축소 시 남겨 두었던 상단부분만 작업하면 창문 줄이기가 마무리된다. 벽돌을 쌓기에는 크랙의 문제가 걱정되어 목작업을 하기로 했던 부분이다.
프레임으로 사용할 목재는 투바이포(2*4) 각재와 철거한 창문 목재틀을 이용하기로 했다. 사이즈 측정 후 재단하여 임시로 얹혀 본다.
내 눈에는 폐기물로 보이는 것들이 남편에게는 다시 쓸 수 있는 자재로 보일 때가 많다. 쓸때가 있을 것 같다며 따로 정리하는 남편을 보면서 괜히 자리만 차지 할 거라고 잔소리를 했는데 이렇게 쓰임새가 생길 때면 부끄러워진다.
2*4 각재에 오일스테인을 칠하려고 하였으나 준비해 놓은 오일스테인이 없어서 H빔 보강 작업에 사용하고 남아있던 사비락카를 뿌려서 마감 처리했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뭔가를 했다는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 했다는 남편, 내가 볼 때는 꼼꼼함이라는 남편의 장점 중 하나이다.
위와 같이 상단이 축소되는 모든 창문의 프레임 작업을 했다.
창문 설치까지 남편이 하려 했으나 방통 작업의 일정상 전문가에게 맡겨서 작업하기로 했다. 남편 혼자서 작업하면 꼼꼼하게 작업은 하나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드디어 창호 설치까지 마무리되었다. 3명의 기술자들이 와서 하루 만에 창문 10개를 설치하고 갔다. 철거와 조적, 미장 등 잿빛 집만 보다가 빛나는 창문을 보니 얼마나 좋던지. 반면 남편은 우레탄폼이 제대로 사춤 안된 곳도 있고, 기타 미흡한 곳도 있다고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남편의 매의 눈을 따라가려면 난 아직 멀었나 보다. 왜 남편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 나는 안 보이는 거냐고 구시렁거리니 남편의 손재주만큼이나 멋진 답이 돌아왔다.
"당신은 몰라도 되죠. 내가 다 알아서 해 줄 거잖아요. 당신은 옆에 있기만 하면 돼요"
"이렇게 다 해주면서 당신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려고 그러죠?"
서로를 향한 마음과 미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면 이 힘든 시간을 이어가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