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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곰살곰 Dec 16. 2020

그가 말했다 "가장 예쁜 집으로 만들어줄게요"

목상 작업

철거, 조적, 미장, 단열재 작업을 거쳐오는 동안 내 눈에 보이는 우리 집은 늘 잿빛이었다. 


자신을 둘러싼 컬러를 화사하게 바꾸는 게 삶을 바꾸는 일이기도 합니다. 매일 어두운 색과 함께 하다 보면 삶도 사람도 우울해져요.


학창 시절 담임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이 떠오르며 도대체 이 잿빛에서 언제 탈출할 수 있을까 싶었던 시간을 지나 드디어 다른 컬러의 집수리 자재를 만나게 되었다. 색만 다른 게 아니었다. 이전의 자재들보다 가벼운 무게로 옮기기도 어찌나 편하던지 거기다 이제 곧 실내가 마감된다라는 기대감을 안겨준 공정은 목상 작업이다. 


목상 작업은 실내의 마감을 위해 각재로 기준틀을 잡아주는 작업으로 천장과 벽면에 각재로 틀을 만들고 각재에 석고를 붙여 노출면을 매끄럽게 하기 위함이다. 우리 집은 사정상 외단열을 못하고 내단열을 하였기 때문에 각재(다루끼)를 에어타카(CT64)로 바로 고정할 수 없어 목작업이 조금 복잡해졌다. 천장에는 100mm, 벽면에는 30mm~100mm의 EPS, XPS 단열재를 위치에 따라 시공했는데 CT64 타카핀이 최대 64mm 이기에 각재를 바로 고정할 수 없었다.

타격앙카

CT64 타카핀을 쓸 수 없는 상황 속 각재를 고정하기 위해 타격앙카를 사용했다. 타격앙카는 30mm~600mm까지 다양한 사이즈가 있다. 타격앙카의 두께(일반적으로 5, 6, 8, 10mm)에 맞추어 해머드릴로 타격앙카 길이만큼 타공하여 타격앙카를 망치로 두드려 넣으면 끝이 벌어지면서 고정이 되는 방식이다.

천장에는 100mm 단열재가 시공되어 있기에 160mm 타격앙카를 시공해야 한다. 제일 먼저160mm 타격앙카를 시공하기 위해서 각재 두께를 제외하고 약간의 여유를 두어 135mm 정도의 구멍을 뚫는다. (각재 30mm+단열재100mm+고정부30mm) 


각재를 고정하기 위한 작업 순서는 아래와 같다.


① 각재에 8mm(타격앙카 두께) 드릴을 이용하여 타공

② 천장에 각재를 맞댄 후 타격앙카를 각각 손으로 넣어 단열재에 타공위치 표시

③ 각재를 다시 뗀 후 해머드릴을 이용하여 필요한 만큼 타공

④ 각재에 우렌탄폼본드를 도포 후 각재를 타격앙카로 고정


위와 같은  순서를 얼마나 많이 반복했던지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 

이렇게 각재를 고정할 기초용 각재를 천장과 벽면에 고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각도절단기라는 공구를 이용하여 목재를 크기별로 자른다. 셀프 리모델링을 하면서 구입한 공구 중 남편이 가장 오랫동안 고민하다 구입한 공구이다. 집수리를 마치면 자주 사용할 일이 없는 공구들이기에 대부분 중고 또는 가성비 위주로 구매하는데 각도절단기 선택에 있어서는 남편이 오랫동안 고민을 했었다. 나중에 목공 취미를 가져보고 싶다며 조금 좋은 것을 살까 그냥 가성비의 저렴한 제품을 살까 얼마나 고민을 하던지... 보다 못한 내가 그냥 좋은 거 사라고 윽박질러서 구입한 제품이다. 디월트나 마키타 제품을 좋게 본다는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아서인지 남편은  메이커 제품 중 그나마 가격대가 조금 저렴한 보쉬 제품을 선택했다.


당시에는 집수리를 마치면 사용할 일이 없는 공구라더니 주택살이라는 게 살면서 뚝딱 거릴 일이 많은 듯하다. 거기다 집수리뿐 아닌 집에 들어가는 가구도 하나씩 만들고 있는 남편을 보며 더 좋은 공구를 사는 게 좋았다는 생각이 든다. 작업은 공구빨이라는 말이 있다. 남편처럼 계속해서 작업을 하는 경우라면 능률적이고 효율적인 작업을 위해 돈이 들더라도 좋은 공구를 사는 게 좋다.

살면서 명품백이나 명품 옷을 사고 싶었던 적은 없다. 하지만 이제는 남편의 금손에 어울릴만한 좋은 공구를 사주고 싶어 졌다. 2021년에는 기필코 남편에게 좋은 공구를 사주리라 다짐해본다.

각도절단기가 있으니 확실히 목재를 자르는 게 쉽다. 필요한 발판을 순식간에 만들었다. 

처음에는 각재를 바닥에서 잘랐는데 불편하다며 각도절단기 작업대를 만들기로 했다. 이동이 편해야 하니 작은 테이블처럼 만들기로 하고 각재를 제단 했다. 

잘라놓은 각재를 본드와 타카핀을 이용하여 고정한다.

그리고 이렇게 완성한 테이블에 각도절단기를 올려놓고 작업을 시작한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하게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좌) 이동식 공구 테이블 (우) 작업대

작업하다 보면 이것저것 필요한데 자주 사용하는 것을 모아놓을 수  있는 공구함도 필요하다. 남편의 손 끝에서 이동식 공구 테이블도 뚝딱 만들어졌다. 

천장에 바로 맞닿은 중앙의 세로 각재는 '달대받이'라고 불리는 각재 고정용 기초로 90~120cm 간격으로 설치한다. 좌우 사방 벽면에 천장의 높이를 결정짓는 각재를 붙인 후 60cm 간격으로 '반자틀받이'라 불리는 각재를 가로로 올려놓는다. 우리 집의 천장 높이는 253cm로 아파트보다 천장이 높은데 해놓고 보니 답답하지 않고 시원하여 남편의 결정에 감탄하고 있다. 

반자틀받이를 60cm 간격으로 놓고 양 끝단을 DT64 목재용 타카핀을 이용하여 고정하였다. 목재끼리의 접합 부분은 타카로 고정하기 전에 모두 본드를 발라서 고정 강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애썼다.

반자틀받이와 달대받이를 고정할 때는 가로의 반자틀받이가 수평해야 하므로 레이저레벨기를 이용하여 작업한다. 레이저레벨기를 켜놓고 '달대'라 불리는 작은 각재를 잘라서 반자틀받이를 레이저레벨기에 수평을 맞추어 가며 고정한다.

이렇게 60cm 간격으로 반자틀받이를 모두 고정했다. 여기까지 하였으면 이제 석고보드가 직접 고정될 반자틀을 작업해야 된다.

반자틀은 30cm 간격으로 고정한다. 천장의 수평은 반자틀받이를 고정할 때 했으므로 간격만 신경 써서 고정하면 된다.

작업하면서 커튼 박스도 만들어 주었다. 

꼭 커튼 박스가 필요하냐고 그냥 천장에 달면 안 되겠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직접 하는 남편이 더 힘들었겠지만 보조하는 나 역시 쉽지 않았기에 그냥 천장 작업만 하면 금방 마무리될 것 같은데 커튼 박스를 만들기 위해 일이 많아지는 게 싫었던 것 같다. 그때 남편은 그냥 천장에 커튼을 달면 얼마나 보기 싫은 줄 아냐며 단호하게 안된다고 했다. 당시에는 너무 정확하게만 하려고 하는 남편이 답답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때 남편이 단호함을 보여주었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천장이 끝난 후 벽면 목상 작업을 시작한다. 고개를  쳐들 일이 없는 천장보다는 훨씬 더 수월했다.

사용될 목재를 계산하여 한꺼번에 잘라 준다. 

타격앙카를 박기 위해 타공 역시 한꺼번에 미리 해둔다. 작업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기는 것 같다.

각재를 단열재에 1차 고정하기 위해 우레탄폼본드를 도포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서 벽에 붙인다. 각재를 반듯하게 붙이기 위해서 30cm 간격으로 미리 먹줄을 표시하여 두었다.

폼본드가 어느 정도 굳은 후 타격앙카를 시공하기 위해 벽을 해머드릴로 뚫은 다음 망치를 이용하여 타격앙카를 고정한다. 

창문 아래도 빠짐없이 목상을 만들어 간다. 

벽면의 기본 목상이 완성되었다. 남편과 아이의 그림이 슬슬 가려지고 있다. 

세로 목상 사이에 살을 붙이기 위해 각재를 재단하고 각재와 단열재가 맞닿는 부분은 우레탄폼본드를 도포한다. 석고보드를 2장 겹침시공이 아니라 1장만 시공할 예정이기에 기초틀의 강화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

가로살을 붙일 때는 F50 타카를 사용했는데 유독 친절하게 알려주던 남편이 나에게 에어타카를 건넨다. 작업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직접 해보고 싶지 않냐고 묻더니 아직도 포기하지 못한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보조작업도 충분하지만 남편이 시키는 일이니 그래도 해본다. 작업하는 나를 보더니 작업 복장과 자세만큼은 작업반장감이라며 웃는다. 대충 하면 안 되냐고 툴툴거리기도 해 보고 작업반장이라는 말에 아무리 그래도 난 집수리 기술을 배울 마음이 없음을 밝히며 웃다 보니 2층 목공 작업이 마무리되었다. 

위 사진은 1층 목상 작업을 하며 차후 전기 배선을 위한 CD주름관을 빼고 있는 사진이다. 1층 거실에는 우물천장을 만들어 매립등까지 달아준다고 한 남편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더 많은 작업을 해야 했다. 같은 목상 작업이지만 사진 속 옷차림은 계절을 뛰어넘는다. 누군가에게는 한 장의 작업 사진으로만 읽히겠지만 나에게는  그 속에 숨겨져 있는 우리의 시간이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는지 그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을 주고받았는지 그로 인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아끼게 된 이야기가 나에게는 보인다. 




셀프 수리를 위해 이사 전 부터 집을 오갈때 남편이 말했었다.


"자기야, 이 동네에서 가장 예쁜 집으로 만들어줄게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곳도 있고 그로 인해 불편한 것도 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약속을 지켰다. 그 어떤 집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우리 집이 내 눈에는 가장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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