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처음 본 풍경이었다.
수십 마리의 벌들이 블루베리 나무 주위에서 '윙윙'거리며 날아다니는 소리를 듣는 일도, 그런 벌들을 유심히 지켜보는 시간도 처음이었다.
아..!
나도 모르게 짧은 감탄사가 새어 나왔고, 그런 나 자신을 보며 다시 한번 놀랐다.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리는 것 중 하나가 '탄성'이다. 어린 시절 일상의 모든 것이 새로웠던 것과는 달리 무엇을 보고 경험해도 새롭지 않은 어른이었던 내 마음속에서 일렁이는 낯선 감정이 놀라우면서도 반가웠다.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내 맘속 '아이의 시선'이 고개를 들었다.
수줍게 열려있는 블루베리 꽃 안을 어떻게든 보고야 말겠다는 듯 고개를 들이밀고 있는 벌을 보며 뜨거운 볕도 잊은 채 숨소리도 낮춰가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벌을 부르는 꽃과 꽃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벌을 방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오래 훔쳐보고 싶은 욕망이 뒤섞인 채 빠져들고 있었다.
게으름 투성인 인간과 달리 자연은 부지런하다.
이 짧은 봄을 담아보겠다고 사진을 들고 다니는 나라는 인간과 달리 자신이 해야 할 일로 채워가는 자연을 보며 고개가 숙여졌다. 마당에 떨어진 목련 꽃과 거리마다 날리는 벚꽃이 아쉽기만 했는데 꽃이 떨어지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자연의 탄생을 보고 있자니 내가 느낀 아쉬움은 단편적인 감정의 조각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꽃잎이 떨어지고 꽃받침과 암술만 남은 모습이 초라하다 싶었던 나에게 보라는 듯 더 당당하게 하늘로 향하는 꽃받침은 경이로움이었다. 이제부터가 탄생의 시작이란다. 꽃받침과 암술만 남고 힘껏 들어 올린 모습이 수정이 완료된 모습이란다. 열매를 기다리느라 자주 들여다보던 시간에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이제는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이 아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내가 보고 정의하는 아름다움이란 게 편협함 가득이었음을 깨달아버렸으니 어찌 이전과 같은 시선으로 주위를 대할 수 있겠는가.
꽃대가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잃어버렸던 내 감정도 함께 고개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