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독서모임, 주인공때문에 화가 난 딸

17살 딸과 함께한 독서모임 3회

by 살곰살곰

'책'을 핑계로 17살 딸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만들어가는 독서모임.

올해 고등학생이 된 후 몸도 마음도 바빠진 딸아이와 잠시라도 현실에서 떨어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아이를 쉬게 하고픈 엄마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사자 독서모임 제3회

선정도서 : 톰 소여의 모험
추 천 인 : 17살 딸아이
일 자 : 2021년 8월 22일 오후 2시부터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것 같아 카페가 아닌 집에서 독서모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예쁜 분위기를 좋아하는 딸아이가 혹 서운하지 않을까 싶어 좋아하는 간식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세 번째 독서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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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모임 선정도서는 딸아이가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읽어오던 『톰 소여의 모험』입니다.


누리 : 어릴 때 재미있어서 자주 읽었던 책이라 다시 읽어볼까 해서 추천했어요. 지금은 놀아봐야 전자기기를 가지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인데 삽을 가져와서 보물을 찾고 로빈 후드 놀이를 하는 등의 모습들이 재미있게 보였었어요.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주인공 톰의 행동이 나를 나를 너무 화나게 해서 별점을 1점 빼서 4점이에요.


엄마 : 어떤 행동이 우리 딸을 화나게 했을까?


누리 : 톰이 너무 생각 없이 막 사는듯했거든요.


엄마 : 그랬구나. 의외인걸... 10대의 모험이라 우리 딸이 재미있고 긍정적으로 읽었을 거라고만 생각했거든. 관련해서 들어야 할 이야기가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

엄마는 3.5점을 주고 싶어. 사실 이 책보다는 허클베리핀의 모험을 더 인상 깊게 읽은 기억이 있어서인지 자꾸 비교하게 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아. 노예제도와 인간의 편견 등 여러 생각거리가 있었던 허클베리핀의 모험에 비해 아쉬운 점이 있어 평점은 높게 주지 못했지만 이 책을 읽으므로써 완성된 느낌이 들었어. 자연과 함께 하는 톰의 일상과 모험 부분은 흥미진진했어.


총평과 평점에 이어 각자의 인상 깊은 부분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누리 : “톰은 에이미를 미친 듯이 사랑한다고 생각했고, 그녀에 대한 정열을 숭배로까지 여기고 이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그것은 오직 보잘것없고 속절없는 풋사랑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p.41)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는 톰의 모습에 웃음이 나오기도 했어요.


"떠돌이 소년의 귀로는 일찍이 들어본 적 없는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한 말이었다. 자기를 두고 '어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을 지금껏 들어 본 기억이 없었다." (p.339)


이 부분은 허클베리 핀에 대한 아쉬움 때문에 발췌했어요.


엄마 :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인간의 행동에 관한 중요한 법칙 하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즉 어른이건 아이건 어떤 물건을 갖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려면 그 물건을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는 점이다" (p. 36)


소비나 명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떠오르는 부분이었어.


"백인들은 그런 식으로 복수를 하지 않거든. 하지만 인디언들은 그런 짓을 한단 말이야. 그럼 얘기가 달라지지" (p. 344)


인전 조에서 ‘인전’은 인디언을 경멸적 표현이라고 해. 특정 상황에서의 인간의 편견이 떠올라 화가 났던 부분이야.


누리 : 아, 인전이 그런 의미였어요? 제가 어릴 때 읽었던 동화 버전에서는 그냥 인디언 조라고 번역이 되어있었어요. 그래서 이 책에서 인전 조라고 나오길래 아무 생각 없이 인디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Q. 톰은 자신의 호기심을 일상 속 여러 모험으로 채워나갑니다. 소설 속 톰의 일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누리 :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슬퍼하며 장례식을 준비하는 데도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마을에서는 장례식을 치르며 난리가 났는데도 오히려 재미있어하며 뒤늦게 나타난 톰의 모습이 어이가 없고 한심했어요. 주변인의 마음을 배려하지 못하는 톰이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엄마 : 엄마도 조금 비슷한 이유에서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는 톰을 선택했어. 다른 모험이나 일상은 타인을 힘들게 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친구에게 페인트칠을 시킬 생각으로 꾸며냈던 거짓말은 귀엽고 위트 있게 봐줄만했거든.


Q. 소설 속 주인공처럼 어린 시절 기억나는 모험이나 일탈이 있다면 나눠봅시다.


누리 : 모험이라고 할만한 건 여행 말고는 생각이 안 나서 기억나는 일탈을 있어요. 어릴 때 저금통에서 천 원을 빼서 떡꼬치를 사 먹은 적이 있어요. 내 돈인데도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그래서 한 번 하고는 안 하게 되더라고요.


엄마 : 용돈에서 10% 저축하는 가족 내 규칙으로 쌓여가는 저금통이기도 했지만 우리 누리 말대로 타인의 돈도 아니니 더 쉽게 사용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다시 그러지 않은 이유가 떨림 말고 또 있을까?


누리 : 먹은 후 내색하지 않기 위해 집에 들어오기 전 입을 닦아야 하는 등의 시간이 싫었어요.


엄마 : 그랬었구나. 엄마는 어릴 때 기억나는 모험이나 일탈도 없는 것 같아. 톰이 여러 모험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안정적인 가정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했어. 돌아올 곳이 있고 사랑해 주는 이가 있다는 건 사람에게 큰 힘을 주거든. 외할머니가 밤에 일을 하시고 외할아버지가 술을 마시면 집에 들어가는 게 무서워서 늦은 시간까지 친구랑 놀던 기억이 있어. 특별한 모험은 아니지만 늦은 시간 가로등 불빛 주위로 개똥벌레의 반짝임이 보였던 기억이 나.

말을 안 듣는 친구의 어린 동생 둘을 데리고 넷이서 늦은 시간 동네를 돌아다니던 시간, 잠깐의 도피성 자유였지만 그때가 떠올랐어.


누리 : 아. 엄마 이야기 들으니까 저도 생각나는 게 있어요. 최근에 기숙사에서 몰래 컵라면 먹은 시간도 제게는 모험이자 일탈인 것 같아요. 먹는 것도 버리는 것도 힘들지만 강렬한 기숙사에서의 컵라면의 유혹이오.

이제는 선도부라 만들지 못하는 시간이기에 더 그런 것 같아요.


엄마 : 그럼 이제 친구들이 옆에서 먹어도 못 먹는 거야?


누리 : 친구들이 먹으면 제가 잡아야죠.


엄마 : 헉. 그럼 친구들도 못 먹는 거네. 그래도 친구인데 흠... 너 안 볼 때 먹는다던가 그러면 눈감아줄 수 있지 않아?


누리 : 방에 냄새가 남기도 하고, 어떤 이유에서든지 예외를 두면 기준이 무너지니까 봐줄 수 없죠.


엄마 :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일탈과 모험 맞네. 엄마가 주말마다 컵라면 많이 사놓을게!!!!


평소 내 아이에게 어린 시절의 '나'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면 보호받지 못했던 불안한 어린 시절을 보낸 엄마를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시간 또한 나를 있게 한 과정이고 힘든 시간이라 할지라도 아픔으로만 기억하기보다는 건강하게 소화시켜 자연스레 드러내는 게 좋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이제는 엄마의 지나온 시간 일부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일 또한 우리 모녀에게는 특별한 모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질문을 만드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까 싶어 나눌 거리를 늘 혼자 준비해오다 이번에는 딸아이의 생각도 들어볼까 싶어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적어달라는 칸을 준비했었습니다. 네모 칸이 그려져있어서인지 그림으로 표현한 아이의 생각이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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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 : 전 박스가 그려져 있길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란 말인 줄 알았어요. 이 그림의 포인트는 '갱생'이에요! 톰을 이대로 놔두면 제대로 된 성인이 되지 못할 거예요.


엄마 : 엄마는 톰에게서 자유로움과 창의성을 느껴 부러웠는데... 왠지 우리 누리랑 엄마랑 바뀐 것 같은 이 느낌은 뭘까?^^;;


누리 : 엄마는 제가 학교도 안 가고 학교에서 문제 일으킨다는 연락이 오면 어떻게 하실 거예요?


톰의 행동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이가 자유로움으로 본 나에게 물어옵니다.


엄마 : 대화를 나눠봐야겠지만 그렇게 공부에 관심도 없고 적응도 못한다면 자퇴시킬 것 같아.

부모란 내 아이가 피해를 받는 것도 놔둬서 안되겠지만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 대신 아이를 탓하거나 미워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믿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엄마는 자식이 잘 되는 것보다 부모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


톰을 믿고 기다려주겠다는 나의 생각이 흔들리는 또 다른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누리 : 톰이 만약 지금 이 시대에 살았다면 매일 pc방에 가고 핸드폰만 보고 있었을 거예요. 엄마는 그래도 믿고 기다려주실 수 있으세요?


엄마 : 흠... 자유로움을 가장 크게 생각하는 톰이 과연 그럴까?


누리 : 엄마가 게임을 안 해서 모르시는 것 같은데, 요즘 게임은 정말 내가 그 공간에서 직접 하는 것 같은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줘요. 실제보다 더 맘껏 창의적으로 나를 펼칠 수도 있고요. 톰이 아마 이 시대에 살았다면 그 행복을 피할 수 없었을걸요.


엄마 : 아... 어렵네. 아무 이유 없이 아이를 믿고 기다려줘야 한다고 말했는데 상황이 바뀌니까 또 대답이 쉽지 않구나


내가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아이도 부모인 나를 잘 알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 순간 역시 서로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기회입니다. 서로의 부족함 마저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시간 속 '다름' 마저 '웃음'이 되어갑니다. 마지막으로 과연 이 소설이 고전이라고 불릴만한 작품인지 직접 읽고 느낀 매력은 무엇인지 나눠보기로 했습니다.


누리 : 솔직히 허클베리핀은 고전이라고 하면 이해가 가는데 톰소여의 모험은 아닌 것 같아요. 전 생각할 거리가 있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책이 고전이라 생각하는데 이번 책은 재미만 컸던 것 같거든요.


엄마 : 이 책은 전형적인 미국의 영웅주의가 그대로 들어간 작품이라고 해. 톰이라는 인물이 그런 영웅주의를 표현하고 있고... 모험을 거치며 부자가 되고, 큰 목표를 위해서 관계의 희생 정도는 감수하는 그런 영웅주의...

그래서 미국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랑하는 작품이고 아무래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가지는 상징성이 있다 보니 자연스레 따라가게 되는 부분도 있지 않았나 싶어.


책을 향한 느낌은 다 다를 수 있고 그 다름으로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또한 이 사회가 이야기하는 올바름의 잣대로 내 생각의 자유로움을 막아서도 안됩니다. 나누는 내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스스로 잣대를 들이대 조심스럽게 표현하는 아이를 보며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엄마 : 엄마가 이럴 때아니면 어디서 10대의 의견을 들어볼까 싶어. 늘 그렇듯 우리 누리의 생각을 듣는 시간은 엄마에게 큰 즐거움이고 깨달음이야.


누리 : 저도 이제 내년이면 18살이잖아요. 늙고 있어서 엄마가 10대의 생각을 들을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어요.


엄마 : 하하하.. 맞는 말이네.


누리 : 아... 오랜만에 정말 말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 집에 오는 주말이면 친구들과 몇 시간씩 통화를 하는 아이.

힘든 부분에 대해서 나눌 때도 자신의 여러 감정까지 고스란히 전하는 아이.

그렇기에 표현하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늘 독서모임을 하고 나면 '오랜만에'라는 말을 합니다.

아이의 '오랜만에'라는 말 속에 독서모임의 매력이 담겨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낼 수 있고 평소와 다른 그런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독서모임입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독서모임은 부모와 자식의 상하관계가 아닌 같은 책을 읽은 같은 입장의 독자로 '과거의 나'와 '오늘의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시간입니다. 그리고 이런 시간은 '내일의 우리'로 함께 향하는 자유롭고 멋진 모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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