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미안한 밤입니다

by 살곰살곰

학교에 있는 딸아이가 연락을 해온다는 것은 힘들다는 또 다른 표현입니다.

공부를 하다가 힘들었는지 이러다 아무것도 못될 것 같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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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한 우리 아이들 이건만 왜 명문대, 좋은 회사에 들어가야 무언가가 된다고 생각을 하는 걸까요. 이 또한 우리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그림자이기에 한없이 미안해집니다. 나름 아이에게 힘이 될만한 말을 해보지만 엄마의 위로의 말보다는 좋은 성적이 아이에게는 힘이 되나 봅니다.


1학기 성적이 나오고 자신의 등수를 알게 된 딸아이...

중학교 성적에 비하면 마음에 안 드는 성적이겠지만 더 낮은 등수일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는 성적에 조금 위로를 받는듯했습니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2학기 중간고사를 앞두고 쉴 틈 없이 노력하던 아이에게 '감기'라는 적이 나타났습니다. 학교를 가기 전날부터 목이 아프다고 하기에 이비인후과에 가서 약을 처방받아 등교를 했지만 그날 저녁 아이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학교에 있는 딸아이가 연락을 해온다는 것은 아프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몸이 아파서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다고 울먹거리는 아이의 목소리...

아파서가 아닌 그로 인해 공부를 할 수 없어 더 속상한가 봅니다. 하루 쉬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니 해야 할 분량이 있어서 안된다고 합니다. 쉬어야 나아질 텐데 쉬지 못하고 스트레스까지 겹쳐 결국 그날 밤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의사 선생님도 똑같은 말을 하십니다. 이럴 때는 약 먹고 푹 쉬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이는 쉴 수 없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입니다. 응급실에 오면서도 교과서를 가져온 아이에게 책을 빼앗았습니다. 침대에 눕고 수액이 들어가자마자 아이는 잠이 들었습니다. 약이 다 들어가길 기다리며 아이가 가져온 교과서를 펼쳐봅니다. 깨끗한 페이지가 없는 아이의 교과서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돕니다.


수액을 다 맞고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길에 들어가서 공부를 해야 할지 다시 고민이 시작된 아이에게 따끔하게 한 마디 해줍니다.


"컨디션도 안 좋아서 집중도 안 될 텐데 어설프게 몇 시간 하다 내일 또 아파서 더 많은 시간을 버릴래? 지금 들어가서 몇 시간이나 한다고 그래. 그냥 오늘은 들어가서 푹 자. 그리고 내일 컨디션이 좋아지면 공부하고..."


이번 시험 한 번 못 봐도 괜찮다고 성적이 다가 아니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었지만 아이에게 통할 말이 아닙니다. 어떤 게 진짜 공부를 더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런 이야기가 그 남아 납득될 말이었을 겁니다. 교문에서 아이를 내려주고 기숙사에 들어가면 문자라도 남기라고 했지만 한참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어 전화를 해보니 같은 방 친구가 전화를 받아 잔다는 이야기를 전해옵니다.


새벽 1시가 되었는데도 공부를 하고 있는 아이 학교 친구들이나 아픈데도 시험 걱정을 하는 딸아이...

아... 이게 정말 아이들을 위한 시간인 건가 싶어 집니다. 이렇게까지 해서 모두가 다 웃는다면 좋겠지만 결국은 그 안에서 또 한 줄 세우기를 시키니 결국은 뒤에 서는 아이들은 웃을 수 없음을 알기에 마음이 아려옵니다.


다행히 컨디션이 좋아진 아이에게 오늘은 연락이 없습니다. 아이 방 청소를 하러 올라갔다 책상 위에 펼쳐진 스터디 다이어리에 시선이 멈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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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시험을 못 봤다고 울어본 적이 없고 내 아이처럼 열심히 공부해 본 적도 없지만 난 평범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나처럼 학창 시절을 보낸다면 '평범한 삶'조차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내가 볼 때는 책상 위에서 죽어라 공부만 하고 한 교실에 있는 친구들을 모두 경쟁상대로 봐야 하는 이 시간이 낭비의 시간 같기만 한데 아이들은 그 시간에 집중하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낭비라고 합니다.


아이에게 미안한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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