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유미 시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아야만 사랑일까요?
손유미의 시는 잘 익은 복숭아 하나를 건네며 다정하게 묻습니다. 흐르는 물에 씻겨 내 손에 닿는 말랑이는 마음. 우리는 그 부드러움에 안도하지만, 이내 그 속에 숨은 단단한 씨앗, 즉 굵은 의도를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시는 그 속을 굳이 파헤치려 하지 말라고, 때로는 산뜻한 오해들을 그냥 허락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말합니다. 너그러운 오해와 자신만의 따뜻한 해석이야말로 오랜 시간을 함께한 관계가 가질 수 있는 미덕일지 모릅니다.
사랑의 가장 깊은 모습은, 상대의 물에 맞은 작은 멍을 도려내고 가장 좋은 부분을 건네는 마음일 겁니다.
모든 것을 규명하는 대신, 상처를 조용히 보듬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서로에게 도착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방식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