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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으로 학생이 살 희망을 잃으니까

김두루한(참배움연구소장)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도는 왜 세계 꼴찌일까


  21세기에 들어선 지도 이미 십여 년이 흘렀다.  한국의 학생들에게 왜 학교를 다니는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으면  그들의 ‘성취도 평가 결과’와 다른 결과에 놀랄 수밖에 없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나 흥미도가 세계 꼴찌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예컨대 ‘수학’은 많은 학생들이 싫어하면서도 울며겨자먹기로 공부하한다. 그래서 수학 선진화 방안’을 따로 만들었다. 우리 학생들이 온 누리가 인정한 문제풀이의 달인이지만 수학에 대한 흥미도는 낮기 때문이다. 

   실제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마칠 때 수학 문제집부터 버리고 싶다고 말한다. 학생의 독백이다. "내가 학교에서 배우는 이유는 바로 그런 것을 위한 것일까? 후~한숨만 나올 뿐이다. 혼란스럽다. 산다는 건 너무나 힘든 일이다." 


  '수학'이 미운 까닭은 인생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


 도대체 수학이 이렇게 미운 교과가 된 이유는 뭘까? 지금 방식은 한번 실수를 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구조 탓이다. 수학을 배우는 길잡이(교육과정)부터가 ‘탑’을 세우듯 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수학이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우리나라 12년간의 수학 교육과정을 보면 탑과 같은 형태로 세워져 있다. 뭐 하나를 빼면 우르르 무너지는 구조다. 이건 일종의 전과자를 양성하는 나쁜 교육이다. 아이가 오늘 공부한 만큼 삶에서 보람을 느껴야 한다. 실수가 있어도 만회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근데 수학 교육과정이 탑처럼 세워져 있어서 아이들은 한 번의 실수로 전과자가 된다.”  

    

 중학교 수학에서 비례란 개념과 원리로 풀이하면 될 것을 굳이 탄젠트라고 어려운 이름을 붙여놓고 가르친다. 초등학교 수학의 연장선에서 아이 스스로 복습할 힘이 생기도록 이끌지 못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니 학생들이 주눅들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지만 초등 수학을 탄탄히 해두면서 굳이 어렵고 ‘나쁜 수학’ 이 아니라 ‘착한 수학’을 즐긴다면? 그래도 학생들이 힘들어 하고 싫어할 까닭이 있을까? 

 

11년 받은 ‘학교 교육’으로 살 희망을 잃어간다니


   해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을 때 이야기다. 이미 지난해도 ‘정답 오류’ 파동으로 소송 건이 있은 뒤라 시끌벅적한 가온데 그 해는 ‘고사중 감독관 휴대 전화 진동’에 따른 피해 학생의 ‘자살 예고’ 소동까지 겪었다.  


  "며칠 전에 수능 점수 발표가 있었다. 그리고, 요즘은 오가는 교무실에서 간간이 아는 선배들을 보고 있다. 선배들의 표정에는 하나같이 어두움이 서려 있었다. 학년이 끝나가는 요즈음, 내가 그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까닭 모를 우울함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이젠 드디어 우리 차례라는 것 때문일까? 아니면, 참혹해서 차마 눈뜨고는 보기 힘든 내신 성적과 그에 따르는 부담 때문일까? 그도 아니라면, 매일매일 성적문제로 다투는 부모님과 올 한해 나에게 실망만 안겨 주었던 학교의 모습 때문일까?"


이상을 간직한 학교조차도 썩어버린 이 사회에서 왜 살아야 할까?


  고2 학생들은 그들이 지난 11년 동안 받은 ‘학교 교육’을 어떻게 생각할까? "까닭 모를 우울함은 내가 살 희망을 잃어가기 때문 아닐까? 사회에 나가서 그 순수함을 점점 잃어 가는 때묻은 어른들, 그들은 나에게 환멸만을 안길 뿐이다." 몇 해 전 학생이 쓴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  좀더 속마음을 읽어 보자. 


 "하지만, 나조차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은, 참을 수 없이 두렵다. 너무나 두렵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한다는 건, 너무나 넌센스다. 왜 살아야 하는 걸까? 이 썩을 대로 썩은 사회에서, 이상을 간직하여야 할 학교조차도 썩어버린 이 사회에서 나는, 우리반 아이들은, 학생들은, 아직 이상을 가지고 열심히 사는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일까?  왜 그리 집착하며, 아웅다웅 하며 사는 걸까? 왜 그래야만 하는 걸까? 결국 남는 건 허무뿐일 텐데도. 섬광과도 같이 스쳐가는, 보잘것 없는 삶일 뿐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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