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아니라 ‘배본’이다

탐구·연구·고장(지역) 연계로 다시 짜는 학교의 새 판

우리는 오랫동안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교사(敎師)’라 불러왔다.

너무 익숙해서, 한 번도 의심해본 적 없는 이름. 하지만 지금 학교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변화의 문턱에 서 있다. 그리고 이 변화는 ‘교사’라는 이름을 다시 묻게 만든다.

(중3) 학생들에게,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앞으로 여러분이 만나게 될 교사는 지금까지의 교사와 다를 것이다.
분필을 들고 칠판 앞에서 설명을 쏟아내는 역할만으로는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배움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교실은 더 이상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다.
교사는 학생이 배움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배움설계자,
탐구할 질문을 찾도록 이끄는 질문 촉발자,
고장(지역) 사회와 사람·기관을 연결해 배움의 판을 확장하는 연결자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말하는 새로운 이름, ‘배본’—배움임자의 본보기다.

배본은 지식을 주입하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배우며 성장하는 모습을 아이들 앞에 보여주는 사람이다.
정의를 가르치기보다 정의롭게 살아내고,
독서를 권하기보다 책 읽는 뒷모습을 보여주는 존재.
아이들은 교사의 입이 아니라, 배본의 삶꽃을 보며 자란다.

그러나 이 변화는 배본(교사)만의 변화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학생의 배움 방식, 학교의 운영 구조, 평가와 기록의 틀까지 함께 달라져야 한다.
교사가 혼자 수업을 준비하고 교실에서 홀로 버티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학교는 뜻배움이란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

배본으로서 스스로 뜻을 묻고 서로 배본(교사)들끼리 탐구하고 협업하며, 여러 교과가 함께 묶이고,
고장(지역) 사회와 연결하여 함께 연구하면서 학교 밖과 이어져야 한다.
부모님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왜 교과서 대신 뜻해냄(프로젝트)을 하지?”
“왜 고장(지역)사회와 연결해야 하지?”
하지만 미래는 칸막이 교과의 경계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로 가득하다.
기후 위기, 지역 소멸, 듯사람(AI) 윤리, 기술 변화, 두레(공동체) 갈등…
이런 문제를 다루려면 다양한 관점과 협업하는 뜻배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배움방은 더 넓어져야 하고, 배본으로서 할 일도 확장되어야 한다.


중3 학생들에게 이 변화는 커다란 기회다.
설명 듣기보다 스스로 묻고 탐구하는 배움,
교사가 설계해주면 따라가기만 하던 배움이 아니라
학생과 배본이 함께 만들어가는 배움,
학교 울타리를 넘어 고장(지역)과 협력하는 배움이 가능해진다.

배본으로서 달라지는 삶꽃은 결국 학생의 변화를 위한 것이다.
한때 학생이자 여전히 배움임자인 배움 본보기로서 설계자·연결자·조력자가 될 때,
학생은 배움의 임자로서 주체·탐구자·창작자로 설 수 있다.
학교의 판이 바뀌면, 아이들의 삶의 방향도 바뀐다.
이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새 판짜기,
그리고 ‘교사’에서 ‘배본’으로 건너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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