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를 ‘듯사람’으로 불러야 할 까닭(1)

뜻사람으로 듯사람(AI)과 더불어 배움을 누려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 학생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조문했다”고 발표했다. 교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자 학생은 이렇게 되물었다. “챗GPT가 왜 틀려요.” 이 짧은 문답은 지금 우리 교실이 마주한 현실을 압축한다. AI가 틀린 것이 문제가 아니라, AI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이미 비뚤어져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실은 안중근 의사의 아들 안준생이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절을 참배한 일이 있다안중근이 이토 히로부미 조문?… 선생님보다 AI 믿는 아이들)


그래서 우리는 AI를 ‘사람’처럼 대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AI는 듯사람’, 즉 사람인 듯하지만 사람은 아닌 존재로 바라보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AI는 사람처럼 말하지만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신문 기사들은 AI가 만든 오류를 그대로 믿고 발표한 학생 사례를 반복해서 소개한다. 그러나 그 잘못된 정보에 대해 책임을 지는 주체는 AI가 아니라, 그 정보를 검증하지 않은 사용자다. 책임 없는 존재를 사람처럼 신뢰하는 순간, 판단의 주도권은 허공으로 흩어진다.

둘째, AI는 판단하지 않는다.

여러 전문가가 지적하듯 AI는 사실을 ‘판단’하는 기계가 아니라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문장을 생성하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은 AI가 ‘판단해서 알려준다’고 믿는다. 이 착각을 깨기 위해서라도 AI를 사람처럼 부르지 않는 언어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셋째, AI는 의도가 없다.

의도가 없다는 것은 맥락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신문 기사들은 학생들이 AI 답변을 오독하거나, 문맥을 잘못 해석해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사례를 자주 보도한다. AI가 사람처럼 설명했다고 해서 그 안에 사람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착각하는 순간, 우리는 AI의 한계를 과대평가하게 된다.

넷째, AI를 절대화하면 사람의 읽기·판단 능력이 퇴화한다.

OECD 조사에서 한국 15세 학생의 사실·의견 구분 능력이 최하위권이라는 결과는 충격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본 독해력이 약해진 학생들이 AI에 의존할수록 사고력은 더 빠르게 약해진다. AI를 사람처럼 대하는 태도는 결국 인간의 능력을 스스로 갉아먹는 길이다.

다섯째, AI는 검증의 대상이지 권위의 자리가 아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AI를 정답으로 받아들인다”고 우려한다. AI는 전문가도, 백과사전도 아니다. 그럼에도 AI를 사람처럼 ‘권위 있는 존재’로 대하면, 우리는 AI의 오류를 발견할 기회를 잃는다. ‘AI는 듯사람’이라는 표현은 AI를 다시 검증의 자리로 돌려놓는 언어적 장치다.


결국 문제는 AI가 아니다. 문제는 AI를 사람처럼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AI는 사람처럼 말하지만, 사람처럼 책임지지 않고, 판단하지 않으며, 의도가 없고, 맥락을 읽지 못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AI를 절대화하지 않고, 사람인 듯하지만 사람은 아닌 존재, 즉 ‘AI는 듯사람’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태도 위에서만 우리는 듯사람(AI)과 더불어 생각하는 사람다움에 바탕한 뜻배움을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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