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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주 May 20. 2020

01.스노우 볼, 그 밖으로

서문. 타지에서 살아남기가 시작됐다.


2019년 01월. 하얀 눈이 가볍게 흩날리던 날, 프라하 공항에 도착했다. 그 해는 내가 여행가이드로 일을 시작한 때였다. 떠나기 전에도 겁은 많았지만 막상 도착하니 마음이 더욱 복잡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한국이었는데. 가족들의 손을 잡고 서로 눈물을 흘리며 부둥켜 안던 것이 꿈처럼 아득히 느껴졌다. 내가 프라하에 있다니. 여기가 정말 프라하라니. 양손에는 캐리어를, 등에는 몸만한 가방을 메고서 어기적 어기적 공항 밖을 나왔다. 희고 두터운 구름들 사이에서는 먼지같은 눈이 폴폴 내렸다. 문득 기념품 가게에서 늘 보았던 스노우 볼이 생각났다. 스노우 볼 안에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주홍빛 지붕들의 세계. 낭만의 도시 프라하. 그 공간 안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차올랐다.


"너무 두리번거리지 말고."


그런 내게 대표님은 말씀하셨다. 누가봐도 여행자처럼 하고 다니면 금방 소매치기의 눈 안에 들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뜻의 충고였다. 맞다. 나 여기 일하러 왔지. 순간 내 안에 스노우 볼은 와장창 깨져 나뒹굴었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무턱대고 오긴 왔는데 정말 할 수 있을까? 찬바람이 더욱 강하게 불어왔다. 이 곳은 스노우 볼 그 밖. 나의 타지에서 살아남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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