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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루주 May 20. 2020

02. 집...구할 수 있을까?

프라하에서 집 구하는 방법

프라하 성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면 한눈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주홍빛 지붕들이 서로의 어깨에 기대 나란히 펼쳐져 있다. 이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와... 프라하다. 유럽이다. 낭만적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다만 내가 당장 잘 집이 있을 때만 그렇다. 이제 막 공항에 도착한 나는 앞으로 생활할 집을 구해야 했다. 그 마음으로 저 드넓은 풍경을 보면 이 생각 밖에 안 나왔다. 집은 저렇게 많은데 왜 나 하나 잘 집이 없는 거지. 빨리 구해야겠다. 역시 살아있는 주님은 건물주님. 마음속이 시끄러울수록 행동이 굼뜨기 마련이니 우선 몸을 움직여 집부터 구하기 시작했다.


프라하에서 집을 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에어비앤비를 장기대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보통 장기 여행-한 달 살기로 여행하는 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방법이다. 비용은 숙소 위치와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르다. 저렴하게는 한 달에 70만 원에서부터 120만 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프라하는 대체적으로 물가가 저렴하지만 외식물가가 마트 물가보다 비싸다. 따라서 마트에서 장을 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취사 가능한 에어비앤비를 대여하여 장기 여행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나처럼 1년 이상 거주 목적으로 집을 구한다면 두 번째 방법을 이용한다.


두 번째는 집 계약을 맺는 것이다. 쉽게 말해 우리나라처럼 부동산에 복비를 내고 집주인 혹은 건물을 관리하는 회사와 직접 계약하여 거주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곳은 부동산에 가서 관계자분과 함께 집을 보지 않고, 온라인으로 시중에 나와있는 매물을 검색해서 따로 연락을 취한다. 그 때문에 사기당할 위험이 높다. 혹시 집을 보러 가기 전에 돈을 요구한다면 부당한 거래이니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보통 비용은 에어비앤비와 마찬가지로 집의 위치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1인 스튜디오 기준 한 달 80만 원 정도가 평균 월세이다. *주의해야 할 것: 우리나라처럼 전세 계약은 맺을 수 없다. 월세 계약만 가능하며 보증금은 한 달 월세를 받는다. 이 방법은 혼자 산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달에 지불해야 하는 가격이 꽤 부담스럽다. 월세를 절약하고 싶다면 세 번째 방법을 이용한다.


세 번째는 집을 셰어하는 것이다. 흔히 플랫 셰어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원룸 또는 1인 가구를 위한 자취방의 매물이 많은 편이지만 프라하는 대부분의 집이 3~4인 가족이 쓸 수 있을 만큼 넓고 크다. 따라서 여러 명이서 하나의 집을 구해 셰어하는 방식으로 생활한다. 거실, 화장실, 욕실, 부엌을 공유하고 방은 단독으로 사용하는 구조가 많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방식도 플랫 셰어이다. 플랫 셰어를 구하기 위해서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한다. 페이스북에 prague flatshare 혹은 flatshare in prage라고 치면 여러 개의 페이지가 나온다. 그중 가장 이용자 수가 많고 게시물이 많이 올라오는 페이지 2~3개를 가입한 뒤에 올라오는 매물들을 확인한다. 비용은 큰 집을 셰어하는 만큼 확실히 두 번째 방법에 비해서는 저렴하다. 한 달에 40만 원~50만 원 정도가 평균 월세이다. 다만, 같이 사는 메이트가 누구냐에 따라 생활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 (플랫 메이트, 셰어 메이트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한 번 다뤄보겠다.)


공항에서 도착 뒤에 일주일가량은 한인 민박에 머물면서 집을 보러 다녔다. 페이지에 매물이 올라오면 월세(금액), 사진으로 보이는 집 상태, 집의 위치, 집 근처 대중교통 접근성, 메이트가 본인을 소개하는 글 및 메이트의 성향을 파악해서 괜찮겠다 싶은 매물에 페이스북 메시지(private message라고도 하며 줄여서 pm이라고 부름)를 보낸다. 이후 집을 보러 가는 약속을 잡고 집을 본 뒤에는 메이트에게 확답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처음부터 매물을 유심히 살펴서 고를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보내다 보면 알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의 선택권은 나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있다는 것을.


일주일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페이스북에 접속했는지 모른다. 메시지를 보내면 보통 읽고 씹는 것은 기본이고 집을 보러 가는 약속을 잡아도 연락이 두절될 수 있다. 또한 집을 본 다음에 확답을 얻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메이트는 나하고만 약속을 잡은 것이 아니다. 늘 사람은 많고 매물은 적다. 다른 사람들도 집을 보러 오기 때문에, 메이트는 그중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고를 수도 있다. 이틀 내내 거의 답장이 안 왔을 즈음 조바심이 났다. 일주일간 한인 민박에서 "집... 구할 수 있을까?" 매번 걱정하다 잠에 들었다. 이러다가 낮에는 일하고 밤에 한인 민박 청소하면서 민박 집에라도 지내야 하나 온갖 상상까지 했더랬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다른 방법을 써서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과연 나는 집을 구할 수 있을까?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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