育兒인가, 育我인가!
독서모임이 시작됐다. 육아서와 글쓰기책을 2주에 한 번씩 번갈아 읽을 거라 했다. 첫 책은 [조선미의 현실육아상담소]이다. 육아라... 조선미라는 글만 보고 이 책으로 하자고 손들었는데... 육아상담소라니... 조금 머쓱했다. 초등학생 둘. 곧 중딩이 될 아이 포함이다. 육아서를 읽기에는 커버린 아이들인 듯싶었다. 아차! 싶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나쁠 것도 없겠단 생각이 든다. 육아의 끝이 어디 있겠는가. 育兒하면서 育我하는 게 육아의 참 묘미 아니겠는가!
'훈육의 목표는 좋은 습관 기르기' 챕터를 만났다. 그렇지. 습관은 중요하지. 좋은 습관을 길러야지. 아침 일찍 일어나고, 시간 안에 밥 먹고, 옷 입고, 양치하고, 시간 맞춰서 학교 가야지. 돌아와선 숙제하고, 정해준 공부하고 놀아야 한다. 잘 시간 되면 딱딱 씻고 잔다. 이것이 습관으로 굴러가면 얼마나 좋을 일인가! 어려울 것도 없구만!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이걸 못해서 매일같이 난리다.
아침부터 일어나라 일어나라 일어나라고! 삼단 고음을 높여야 하고, 얼른 먹어라 빨리 씹어라, 옷은 언제 입냐, 늦었는데 왜 옷은 들고 이방 저 방 다니냐, 왜 먼산 보고 있냐 얼른 양치해라, 넋 놓지 말고 가방 메고 가라, 빨리 나가라 쫌~!!!!!!!! 아침마다 환장의 파티를 해대야 하니 속이 터질 노릇이다.
학교 다녀오면 더 환장이다. 어떻게 그렇게 공부가 싫은지! 책상 앞에 앉으래도 방바닥을 굴러다니며 왜 공부를 해야 하냐고 난리 부르스다. 아주 제대로 공부 못 할 녀석을 낳았다. 기초학력 챙기기가 이렇게 어려울 일인가! 매일 반복되는 이 환장의 대파티가 언제쯤 끝날까. 작은아이만 생각하면 화가 치민다. 분노의 책 읽기가 이어진다.
p.104 강요를 해서라도 자기 역할을 하도록 해야 삶이 굴러갑니다. 다만 시키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분노를 보이면 서로 감정이 상하고, 부정적인 상호작용으로 원래 뭘 하기로 했는지 잊어버린 채 상황이 끝날 수 있습니다.
보라 강요를 해서라도 작기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꼭 해야 할 일들이다. 그래서 강요를 해서라도 시키려 한다. 나는 내 할 일을 잘해왔다. 문제는 잘 따르지 못하는 아이다. 작은아이를 향한 비난의 마음이 더 차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주춤댄다. ‘다만 과도하게 분노를 보이면’ 아하..... 이것이 문제인 것 같다. 과도하게 분노를 보인다. 내가 좀 그렇다. 오죽하면 별명이 버럭 대마왕이었겠는가.
p58. 무슨 말을 하는지보다 사실은 그 사람의 태도, 말투, 눈빛 같은 게 더 중요한 거죠. 훈육에 있어서도 부모의 표정과 말투, 말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등 비언어적 요소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내 안에 작은아이에 대한 생각은 ‘저 말 안 듣는 속 터지게 하는 아이’이다. 그러니 평소 아이를 대하는 표정과 말투가 어떠했을지 뻔하다. 아이인들 매번 자기에게 잔소리만 늘어놓는 엄마의 말이 반가울리는 없었을 테다. 그러니 무엇이 됐던 지시를 내리는 엄마의 말에는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게 된 건 아닐까. 악순환이다. 나는 아이를 보며 늘 답답해하는 눈빛과 말투로 아이를 대하고, 아이는 그런 엄마의 지시가 싫다. 싫은 티를 내는 아이에게 강요를 해서라도 할 일을 시키려 하다 보니 분노를 일으킨다. 아직은 아이가 사춘기 전이라 엄마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따르기는 한다. 하지만 앞으로 1-2년이나 남았을까. 이대로 가다 보면 사춘기 대격돌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럼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내가 대단한 걸 하라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걸 하라는데, 그것도 못 해내서 매번 목청을 높여하하는 이 현실에 어쩌란 말인가.
p262. 우리는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인내하지 않았을 때 후회합니다. 당장 소리를 지르고 싶지만 일단 심호흡을 하고 부드럽게 말할 수 있다면, 이 자체로도 이미 어마어마한 사랑입니다.
답답함을 품었을 때 해답을 찾았다. 당장 소리 지르고 싶지만 일단 심호흡을 하고 부드럽게 말할 수 있다면, 이자체로도 어마어마한 사랑이란다. 하긴 그렇다. 일단 분노의 불을 뿜고 나면 그치기가 쉽지 않다. 분노의 불을 뿜으며 길길이 날뛰어야 분노가 사그라든다. 잔소리 시작 안 하기가 쉬운지 1절만 하기만 쉬운지 한번 생각들 해보시라. 한번 시작된 잔소리는 기본이 4절까지이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으나 아직 育我가 덜 된 나는 그렇다.
‘당장 소리 지르고 싶지만 일단 심호흡을 하고 부드럽게 말할 수 있다면, 이자체로도 어마어마한 사랑입니다.’ 잘 보이는 곳에 적어뒀다. 뭉그적 대는 아이를 보면 답답하지만, 말투와 눈빛에서 답답함을 걷어내고, 할 일을 단호하게 알려주지만, 분노하지 않고 심호흡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은 1차 실행목표이다. 아, 育兒하랴 育我하랴. 이래저래 육아는 정말 힘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