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순리 앞에서 판단은 사라진다
우리는 매 순간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을 판단하며 살아갑니다. 그 판단은 때로는 삶을 편리하게 하지만, 때로는 우리를 깊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끌고 들어가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연의 순리 속에서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같은 존재이다. 그 속에서 미시적으로 하나의 행동과 하나의 생각에 대해 옳고 그름을 가르는 일은 본질적으로 의미가 없다. 그것을 어떻게 우리가 확정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는가.
내가 옳다고 확신했던 생각이 세월이 지나 틀린 것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때는 틀렸다고 여겼던 판단이 훗날 옳았다고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불행이라 여겼던 사건이 시간이 흐른 뒤 오히려 삶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고, 잘되었다고 여겼던 일이 훗날 더 큰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이미 삶을 통해 수없이 경험했다.
순간의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은 시간이 지나며 언제든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 순간 자신의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그 무의미한 판단에 많은 에너지를 쏟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고,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그로 인해 감정변화를 일으키고 결국 괴로움 속으로 들어간다.
왜 이렇게 잘 알고 있음에도 현실에서는 반복될까. 그것은 인간의 본능적 기질과 유전적 특성 때문이다. 매 순간 이득을 취하려는 성향, 매 순간 자신이 옳다는 것을 드러내야 생존에 유리하다고 여기는 인식이 우리 안에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어쩌면 바뀌지 않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것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주장과 이익 추구 자체를 제거할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감정의 변화를 잘 다스려 괴로움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내가 말해온 필터 또한 이 맥락에 있다. 판단을 없애기 위함이 아니라, 판단으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의 파동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미시적으로 매 순간 옳고 그름을 따지는 자신을, 거시적으로 자연의 순리 속에 놓아보면 그 판단 자체가 그토록 집착할 만한 대상이 아님을 느끼게 된다. 그 순간 감정의 요동은 잦아들고, 괴로움 또한 조금씩 사라진다.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은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 판단에 매달려 괴로워질 필요는 없습니다. 자연의 순리 속에서 모두가 같은 생존의 존재임을 인식하는 순간, 판단은 힘을 잃고 감정은 잔잔해집니다. 필터는 타인을 바꾸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괴로움에서 보호하기 위한 인식의 장치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