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질의 유전학, 그리고 세대의 자각

부모와 나, 그리고 자식에게 이어지는 내면의 흐름

by 두루박

살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내가 지금 이 모습 그대로 누군가에게 이어진다면 괜찮을까?’
그 물음은 늘 제 안을 맴돌았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기질과 습관, 그리고 그것이 내 아이에게까지 닿는 과정을 지켜보며,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깊고 질긴 것인지 새삼 느끼곤 했습니다.




나는 부모와 나, 그리고 자식의 관계를 오래도록 고민했다.
그 속에서 나만의 철학과 가치관을 세우려 했지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너무나 복잡하고 광범위했다. 그래서 그 연결고리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지금도 여전히 명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안다.
나와 타인의 관계가 부모님을 거쳐 나, 그리고 자식에게까지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이 관계는 결코 스쳐 지나갈 수 없다.
고민해야 할 주제이며,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고 마주해야 할 대상이다.

나는 나의 내면, 그 안의 천성과 기질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자주 들여다보았다.
학교나 회사에서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미움이 생기고, 관계를 피하고 싶어졌다.
때로는 복수심이 일기도 했다.
잘못을 인정하게 만들고 싶어서 따지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런 내 모습을 오랫동안 관찰하며 조금씩 이해했다.
그리고 마침내,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였다.

그러다 문득 물었다.
‘이런 내 기질을 다음 세대에 그대로 물려주고 싶은가?’
대답은 단호히 ‘아니오’였다.

왜일까.
내가 타인의 인정과 시선에 너무 민감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옳고, 당신의 생각이 틀렸다고 믿는 그 근본적 태도 속에는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내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타인의 잘못을 집요하게 파고들었고, 상대가 그것을 인정해야만 내 마음이 편해졌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내가 틀렸을 때조차, 그것을 인정하면 인정받지 못할 것 같아 억지를 부리곤 했다.
결국 관계는 자주 틀어졌고, 사람들은 나를 ‘대화가 어려운 사람’이라 여겼다.
내가 벽처럼 느껴진다는 말도 들었다.

이 모든 것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세우려 했던 결과였다.
그 사실을 깨닫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기질은 나 혼자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은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요.
그것이 또다시 누군가에게 흘러갈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렵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흐름을 바꿀 기회가 내게 주어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그 연결을 조금이라도 다르게 흘러가게 하고 싶습니다.
기질이 그대로 전해지지 않도록, 나의 ‘자각’으로 한 번쯤 방향을 바꾸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