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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가 Feb 16. 2023

이월의 문(moon)

2월 16일의 단상

오전 열 시 친한 언니 동생들과 분위기 좋은  카페에 앉아요. 각자의 취향대로 차를 고르고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선호하는데. 이 자리에선  아이들 교육이나 육아에 대한 고충들을 허물없이 나누지요.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얼굴들이면 더욱 기다렸던 시간이지요.  이런 자리에 초대받지 못하면 뒤쳐지는 엄마로 낙인찍히기 좋지요. 동네 학원 중 어디가 나은지 보내고 있는 아이들 학원 정보를 들을 기회이고요. 부쩍 장보기가 두렵다며 가파르게 오른 물가 이야기에서 남편 월급 빼곤 다 올랐다고 하나같이 입을 모으지요. 이럴 땐 대동 단결이라 크게 웃곤 하지요. 물론 좋은 소식들도 있어요. 어느 아들이 특목고를 갔고, 어느 남편은 승진을 한다는 거고요. 커피사라며 채근하니 못 이기는 척 한잔씩 돌리네요. 마시면서 유난히 커피가 쓰네요. 입은 웃고 있는데 말이죠... 아이들 학원비 지출이 만만치 않아 일자리를 구해야겠다며 앓은 소리를 하는 엄마, 얼마 후 진짜 일을 구했다는 소식이 들려요. 집에 있는 엄마들은 마음이 불안해요. 경력단절이 길어지니 영영 재취업은  물 건너간 것일까? 요즘 부쩍 더 오른 살은 어떻게 빼야 하나. 아는 엄마가 다니는 필라테스나, 요가, 아님 탁구장에라도 나가봐야겠다 이야기 나누다 보니 벌서 점심시간이네요  방학이라 아이들 점심 차릴 시간이라 부랴부랴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자리를 뜨고, 다음에 또 만나자며 약속이나 한 듯 웃으며 헤어져요.

  오늘  들은 많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헤집는데, 영운이 다니는 학원에 우리 애도 상담받아봐야 하나. 우리 남편만 벌이가 다른 남편들보다 적으니  삶이 어려운가. 나도 일자리를 당장 알아봐야 하나 등등 허전한 마음 채우러 만난다지만 내 속이 좁은지 마음은 어쩐지 공허해지네요.

우리 각자는 문을 가지고 있나 봐요.  바깥으로 환하게 모든 것을 수용할 듯 열어놨는데 뒤죽박죽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오면 피로가 밀려오면 두통도 밀려와요.   닌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수다도 참 좋아했는데,  내 마음의 문을 밖으로 너무 열어놨나 싶어요. 오늘만은 문을  내 안으로 열어놓고 내가 원하는 행복이  남들과 같은 기준에 맞추고 있는 건 아닌지 들여다보고 싶어 져요. 문은 항상 밖으로 열리는 게 아니라 안으로도 열리고, 회전문도 있는데 말이죠. 오늘은 밖으로 열린 문은 닫고 안으로 열어 내면을 돌볼 수 있는 날이길 기도해요. 적어도 며칠은 더. 문(door)을 열고 들여다보니 내 마음속에 문(moon)이 환하게 밝혀주니 미소가 지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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