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봉에 오르다
5키로 미터에 5시간 걸렸다. 이정도면 걸음이 느린편이라고 봐야겠지. 오색에서 대청봉 구간을 큰 맘 먹고 올랐다. 남편, 아들과 나는 식성이나 성격은 안 맞지만, 산을 좋아한다는 것 만큼은 같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아들과 이번 방학을 이용해 설악산을 계획했다. 나는 체형적으로도 몸이 무거워 산을 사뿐사뿐 타기는 더 어렵다. 걷기를 무리하면 무릎도 아플 나이다. 하지만 마음속 끈기는 뒤지지 않는다. 내 삶을 경신해 내리라. 작년 부터 산을 하나 둘 오르기 시작했지만, 설악산 대청봉에 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니 시간으로도 체력적으로도 어려운 코스라 걱정이 컸지만, 가족들과의 약속이라 번복할 수 없어 설악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상에서 마주한 대청봉 정상석은 위엄이 있었다. 올라 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강풍을 조심하라고 한다. 역시나 둘러싼 산맥들에서 세찬 바람이 휘몰아쳤다. 몸을 가누기도 어려워 정상석에 접근하려고 하니 무서웠다. 몸을 낮춰 가까이 접근할 수 밖에 없었다. 정상에 올라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야호!를 외치려고 했으나, 그 계획은 강풍 앞에 깨졌다. 근처 중청 대피소로 급하게 뛰어 내려가는데도 강한 바람이 몸을 휘청거리게 했다.
정상에 선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주변인들의 감언이설과, 끌어내리려는 자들의 권모술수를 겪어내야 할 수도 있다. 정상에 서는 것이 최고의 호사인가. 역시 가진 것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손을 꼭 더 세게 움켜쥔다. 쥐었던 손을 펼쳤을 때 근육통이 전해지겠지. 손가락 사이사이로 가진 것이 부서질 수도 있다. 두려움 또한 있겠지. 언제까지 이 정상에 설 수 있을까.
산을 내려오면서 한 결 마음이 가벼웠다.내 삶도 그리 흘러가겠지. 목표를 이룬 것만으로도 삶에 대해 자심감이 솟아났다. 삼월 에 인연이 될 그 산은 또 어떤 모습일까또 나는 산을 검색해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