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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Mar 04. 2023

삼월

수영(3월 4일)


 점점 날이 따뜻해지면서 드러나는 몸 때문에 옷 입을 걱정이 앞서는 시기이고, 두터운 옷들을 정리하고 가벼운 봄옷들을 맞이하는 즐거운 시간이기도하다.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기 위해선 운동이 필요한 시점, 수영을 시작한 지 오 년이 훌쩍 넘어간다. 횟수로만 이야기 한다면 다이빙까지 멋지게 해내는 모습을 상상하겠지만, 현실은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십대  중반에 호기심에 수영을 시작하고 두어 달 다니다 그만 뒀다가 현재 살고있는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수업을 등록하고 주 3회 강습을 받고 있다.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까지 영법을 마스터하는데는 개인차가 크다. 개인 연습과, 탁월한 운동신경도  반드시 제 몫을 한다. 나는 개인연습을 부지런히 해온경우다. 물은 안전이 필수이기 때문에 물과 친하지 않은 사람들은 먼저 물에 뜨는 연습을 그 다음에 물 속에 잠수하는 연습을 하면서 친숙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의외로 물공포증을 가진 사람들도 꽤 있음을 알게됐다. 엎드려 천천히 다리를 차면서 팔을 저어 나가는 자유형, 반대로 시선을 천장을 보고 발을 위아래로 차면서 가는 배영, 평영에서는 난이도가 몇 배 상승한다. 개구리처럼 다리를 오므렸다가 펴면서 접어주며 앞으로 튀어나가는가 하면, 접영은 살포시 모은   두발를 아래로 눌렀다 폈다를 반복하며 역동적이지만 물속에서 보면 마치 인어공주가 헤엄치는 것 처럼보인다. 그러고보니, 수영을 한다는 게 나름 고급기술 같다는 생각이든다.


 물은 사람에게 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 근육을 이완시켜줄 뿐 아니라 마음도 이완시켜준다. 수영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물론 물리적 시간이 흘러야 가능해질텐데, 물 속이 편안하다고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스타트 지점에서 물속으로 앉아  웨이브치며  잠영을 한다. 잠영은 물 속에서 말 그대로 헤엄치며 나가는 것이다. 그 순간 귀를 막지 않았지만,  외부의 소음과 차단이 된다.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불과 짧은 몇 초의 시간이지만 나는 해방감을 느낀다. 자유를 만끽한다. 마치 내가 물속 생명체가 된 기분이다. 물  밖으로 나오면서 수영을 시작될 때 자신감과, 짜릿함을 느낀다.  멋지게 나아가리라 다집하는 순간이다. 물론 밖에서 보는 이들는 내 생각만큼의 모습은 아닐 수 있다.  


강사에게 자주 듣는 말은 발을 세게 차라는 말과, 어깨에 힘을 빼라는 말이다. 긴장하거나, 몸이 무거워 잘 나가지 않을 때 힘이 들어가게 되면 어깨는 굳어지고, 다리는 세게 차기가 힘들다. 그 가르침을 잘 기억하면서 수영을 하려한다. 삶도 이와 비슷한 거 같다.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갈 만큼 긴장하거나 타인에게 집중되는 날은 괴롭다. 반대로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마음에 여유가 있는 날은 더욱 일이 잘 된다. 유영하는 기분을 느낀다. 레인이 비어 사람이 거의 없을 때 잠깐 배영을 하면서 둥둥 떠 있는 순간이 그리 편안할 수가 없다.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잔잔히 흐르는 물에 나를 맡겨보면, 세상 시름이 금세 잊혀져버린다. 이럴 때는 수영이 단순 신체 운동이 아닌 마음을 단련하는 정신 운동에 가까운 듯하다. 한 번은 수영을 하다가 수경안에서 눈물을 흘렸던 적이 있다. 그날 서러웠던 일이 생각나서다. 수영하면서 눈물이 나도 다른 사람들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모든 사람들이 젖은 얼굴이라. 이후 젖은 마음까지도 마른 수건처럼 뽀송해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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