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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Mar 06. 2023

삼월의 독서모임

시작


삼월의 첫 독서모임이 있는 날이다. 두 달의  방학 후 올해 첫 모임이라 며칠 전 부터 달뜬 마음을 감출 수없어, 단체 톡방에는 만남에 대한 기대감 넘치는 말들이 오고갔다.개강 첫 날은 수업도 안 하지 않냐는 핑계를 빌미로, 아이들과 방학 내내 입씨름한 이야기와 밥 챙겨준 이야기로 시작된 수다타임이 이어졌다. 방학을 빌어 여행 다녀온 이야기도 빠지지 않고, 엄마들의 관심사, 운동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중 시간을 내어 책을 챙겨 읽고 있는 엄마에게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독서모임에 처음 참여 한 이후 5년이 지났다.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와 적응하기 막막했던 차에 맘카페를 통해 한 게시글이 올라왔는데 어느 엄마가 독서모임을 하자는 내용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의 모임이라 선뜻 나서기 어려웠지만, 평소 해보고 싶었던지라 용기를 내어 바로 댓글을 남겼던 기억이난다. 여러 해 지나면서 초기 회원 중에서 나 포함 세명이 현재까지 남았고, 나머지는  부족한 인원을 증원 하면서 들어온 엄마들이다.  아이들 보내고 오전에 시간이 되는 전업 주부가 대다수였지만  지금은 오후에 일하는 엄마도 있고 내 경우는 후자에 해당된다. 


 책토론으로 만나는 날은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있었고,  그것 만으로는  아쉬움이 남아 가끔은 함께 차를 마신 시간과 비례해 서로에 대한 관심과 동지애도 커가고있다. 많은 취미 중 하나인 독서로 만났으니  동지애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책토론에는 몇 가지 질문들이 먼저 제시되는 데 그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파생 된 여러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흥미로울 뿐 아니라  만나는 엄마들에게는 이상하게도 더 편하게느낀다. 책에서는 살아가는 별의별 이야기가 있어 그럴까.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공감을 잘 해준다는 느낌을 받게된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 이해심이나 배려가 많다고 하기는 성급한 일반화일 수 있겠지만, 그들은 정말 이해심이 많고, 가끔 서로의 고민에 대해 철학적인 결론을 내주는 이도 있기에 현실에서 누구 욕 한 번 해주고 마는 것과 다르다고 느끼는 적도 많다. 다독의 길로 접어든 계기도 자신이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면서이다. 최근 나오는 베스트셀러부터 시작해서  좋은 책을 만나면 그 책의 작가들의 이전 출판 된 책을 찾아 읽어보는 방법이다.  매월  출판되는 수 많은 책들 사이에서 좋은 책들, 즉 내가 좋아할 책을 찾는 여정은 언제나 길지만, 그렇게 만난 책장을 덮을 때가 되면 그 시간은 보상받는 기분이다.  언젠가 라디오에 나온 박준 시인이 말했다. 

“책을 읽는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죠. 하지만 세상을 보는 여러분의 생각은 바뀔 수 있죠. ”

 한 달에 여러 권의 책을 주문하지만, 지출이 과한 달은 대출하러 도서관에 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모든 책의 리뷰를 다 쓰진 못 했지만. 여운이 남을 때 즉시 기록하려 노력한다. 글을 쓴다는 건 많은 시간의 품이 들어 매 번 그리 하지 못 함에 아쉽다. 책을 읽다보면 그 속에 내가 있는 것 같다. 여주인공이 되기도 여조연이 되기도하고, 어떤 책에서는 그저 어디도 끼지 못 한 구경꾼이 되기도하는데, 구경꾼이 되든 어떤 역할이 오든 최선을 다해 몰입하려한다. 어려서 책을 많이 못 읽었던 것이  오늘에 이르는 발화점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 결핍이 나를 성장 시키고있는건지.  지금은 책이 곧 내 자신이고 친구다. 엉킨 실타래 같은 머릿속이 스스로 풀어지지 않을 때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다기보다는 그에 비슷하게라도 조언이라도 구하자는 식으로 접근하다보면 좋은 인연을 만나 듯 그런 책이 내게 다가온다. 그속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결국 둘도 없이 가까운 사이가된다. 늘 말하고싶다. 

"고마워 내게 와 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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