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쑥떡)
비릿할 것 같은 새순이 온 힘을 다해 땅을 뚫고 올라온다. 겨우내 웅크렸던 근육이 풀리고 우주가 힘을 부어 가능한 순간이다. 봄바람이 오감각을 흔들어 대면 어김없이 지천이 초록으로 바뀌고. 봄내음과 함께 머릿속에서 향긋한 쑥내음이 솔솔 퍼져나간다. 노오란 산수유꽃이 점을 박은 듯 작은 봉우리들을 펼칠 때면 나는 쑥떡을 먹기위해 고군분투해야한다. 어려서는 쑥, 달래, 냉이를 밭 언저리에서 캐는 재미도 있었지만 현재는 도시에 살다보니 쑥을 캐러다니지 않고, 쑥떡이 고픈 나는 여기저기 떡집을 기웃거려보지만 사장님들은 쑥떡은 찾는 사람이 적은 탓인지 주문하라고만한다. 요즘 젊은 세대에선 다양한 먹거리들로 떡을 찾는 사람도 줄고, 독특하고, 개성있는 떡들이 인기가 있어 쑥떡은 소외 받고 있음을 알게된다.
쑥떡은 해마다 이른 봄에 어머니께서 들판에 쪼그리고 앉아 하나하나 캐 말려 쑥인절미를 해오셨다. 아버지가 봄에 세상을 떠난 후 이십여년동안 제삿날에 어머니께서는 떡집에 말린 쑥과 쌀을 가져다 만든 쑥인절미를 노란 콩고물에 곱게 옷을 입혀 상에 올리셨다..그래서인지 아버지 제사에 본가에 들르면 항상 쑥떡을 먹을 수 있었다. 쑥의 쌉싸름함 맛과 쫄깃한 찹쌀 반죽과 고소한 콩가루가 어우러진 맛이 내겐 최고라 생각됐다. 아버지 제사가 오기도 전 삼 월만 되어도 쑥인절미의 내음이 머릿속에 자꾸 떠오른다. 전남지방에는 색깔이 닮은 모시떡집이 많다. 남편은 모시송편을 사주지만, 그건 모양만 비슷할 뿐 이지 어려서부터 먹던 것이 아니라 그 맛에서는 내가 갈구하는 향이없다.
작년 이른 봄에 쑥떡을 찾아 동네 떡집을 다돌아 다녀도 찾을 수 없던 날에, 마음의 헛헛함을 채울 길 없어 올해는 근처 큰 시장을 먼저 찾았다. 다행히 거기엔 쑥으로 만든 다양한 떡이 준비돼 있어 종류별로 담을 때 남편은 여러팩을 미리 사두라는 말까지 아끼지 않았다. 냉동실에 쟁여놓고 보니, 사람은 속을 채워야 마음도 든든해지는거란 확신이든다. 어김없이 봄이면 이렇게 떡을 찾아내 쑥떡을 음미하게되면 벚꽃 흣날리던 날에 떠나간 아버지를 다시 이야기하게된다. 그는 진작에 먼 곳으로 가고 없으나, 그에 대한 기억은 이렇게 해마다 봄바람과 함께 날아온다. 봄이면 쑥떡이 먹고싶은 것인지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그 시절의 아버지가 그리운 것은 아닐까하고 멀리 하늘을 올려다보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