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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Mar 28. 2023

삼월의 감기

꽃은 흐드러지건만...

어려서는 외풍 가득한 집에 복작복작 모여 살았죠. 오남매에, 할머니, 부모님, 대식구였지요. 저녁에 아궁이에 나무로 군불을 지피면 새벽에 슬슬 식어가면서 등짝이 시려오고, 콧등은 그보다 일찍 시리죠. 당시엔 이불을 깔고 자는 게 아니라 이불 밑으로 들어가 뭄을둥글게 말고는  뭐가 그리 재밌다고 이불 속에서 장난치다 어머니께 혼나기 일쑤였지요. 외풍이 심한 기와집, 산골살이였지만 감기로 호되게 앓았던 기억은 없었어요.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약해져서이겠지요. 요즘같이 난방 잘되고, 뜨거운 물 바로 나오는 편한 집에 사는데 해마다 봄이 되면 꽃샘 추위가 올 때 감기가 같이 오네요. 어쩐지 저는 어려서 식구들이 많아 우리가 서로 몸을 부대끼며 체온을 높여줬던 건 아닐까 생각해봐요. 감기, 그까이거 근처에도 못 오게 서로가 지켜줬다고 해야할까요. 이게 무슨 비과학적 논리인지 모르겠지만, 삶에서 느끼는 온기는 안온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며칠째 머리가 무겁고, 목도 불편하고 침대가 그립고 그런 날이에요. 아침에 도라지꿀차를 한 잔 뜨겁게 타서 책상에 앉아 멍을때려요. 6월 감기가 아니니 덜 서럽네요.  창밖으로는 벚꽃이 흐드러지구요. 흰색과 분홍을 섞은, 양 조절 못하고 짠 흰색이 좀 더 들어간 그런 색감이에요. 집앞 목련이 지난 비에 흐트러져 나무 주변에 잎들이 여기저기 낙하하였어요. 짧은 절정을 누리고, 내년에 또 만나겠다는 기약만 남기고서요. 꽃들을 시샘하는  찬바람이 훅~ 불어와 우리를 약을 올리고 가네요. 3월의 감기는 대체로 누군가의 이해를 도모하기 좋은 것 같아요.  일교차가 심한 날들이 이어지다보니 감기 환자들이 속출하지요. 방심한 사이 그렇게 될 줄 몰랐냐면서 겉옷이나 스카프 하나는 챙기라고 다독여주고요. 3월에 신학기를 시작하는 우리집 두 남자들에게도 안부를 물어야하는 계절이구요. 서로의 건강에 대한 안부를 전하기도 좋은 계절이라 오늘은 멀리 사는 어머니 안부를  여쭤야 할 날인가봐요. 찬 기운을 뚫고 새순이 자신을 확장하는 것처럼 우리도 3월이 가고나면, 조금씩 얼굴도 더 곱게 펴리라, 봉우리들을 팔도 아프지 않은지  매달고 있는 나무를 보면서 생각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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