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만료라니(11화)

by 김작가

“그런 소리도 다 있네요.”
지영이 가볍게 웃어넘기려 하자, 여사장은 고개를 젓고 말을 이었다.

“소문이 그냥 소문이 아니야."

버젓이 아파트 내에 저런 업체가 들어와 있는 것만 봐도 지영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한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지영은 시우와 보리와 함께 아파트 주변 산책로를 돌고 들어오던 길이었다. 그런데 아파트 앞 사거리가 평소와 달리 어수선했다. 나무 패널에는 **‘동물권 보장, 펫렌털 사업 당장 정지’**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단체로 보이는 사람들이 확성기를 들고 서 있었다.

“개들의 생명이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잔인하게 버려지고 있습니다!”

그들이 들고 있는 사진 속에는 작은 쇠창살 뜬장에 갇힌 개들이 있었다. 바닥은 오물들로 지저분하게 젖어 있었고, 눈빛은 텅 비어 있었다. 사진 아래에는 굵은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불법 번식농장의 비리를 파헤치자.’


아파트 주차장에서 택배 물건을 짐수레에 내리던 단골 택배 아저씨가 혀를 찼다.

“산책은커녕 저렇게 가둬놓고 번식만 시키는 거 아녜요. 아휴… 불쌍해서 어째.”

그러고는 불쑥, 말끝이 거칠어졌다.

“근데요. 저런 사업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죠. 그러니까 개를 빌려준다는니 뭐그런 일이 돈이 되는거아니겠어요?”

지영은 속으로 뜨끔하여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과연 자신이 그런 사업의 소비자라고 하면 뭐라고 욕하실까. 말하지 많아도 뻔했다. 공동현관 앞에서 밀대로 바닥을 닦던 청소아주머니가 큰 소리로 덧붙였다.

“나는 개가 아직도 너무 무서워요. 어릴 때 학교 갔다오다 다리를 물린 뒤로는… 이 아파트에서 개짖는 소리만 나도 심장이 철렁해.”

지영은 더 듣고 싶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 오늘은 그 말들이 거북했다. 집에 돌아오자, 침대 위에는 평온이 먼저 있었다.

시우는 잠든 채였고, 보리는 시우의 발치에 몸을 한 바퀴 감고 웅크려 있었다. 시우는 보리와 머리를 맞댄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시우는 보리를 이끌고 아파트 단지 여기저기 나무와 풀의 냄새를 맡고 산책을 했다고 했다. 지영은 시우가 안전에 대해 방심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다. 조심스럽게 가까이 다가가 시우의 손을 잡아 보았다. 그 순간, 손끝이 낯설었다. 그동안 까마득히 바빠 잊고 있었는데, 시우의 엄지손톱은 늘 물어뜯겨 울퉁불퉁했고 날카롭게 뭉개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둥글고 매끈했다. 놀란 지영은 잠깐 숨을 멈췄다. 누가 뭐래도 나는 잘 한거야하고 자신을 다독였다.



며칠 후 지영이 바쁘게 일하는 틈에 **‘ㅎ펫렌털 실장’**이름으로 여러차례 부재중 전화가 온 것을 확인했다.

“시우 어머니, 다름이 아니라 보리 계약 때문에 전화드렸어요.”

“무슨 일이시죠? 아직 6개월이 남았는데요.”

“아, 그렇긴 한데요.”
실장은 잠깐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어갔다.

“보리를 장기적으로 입양하시고자 하는 분이 계셔서요.
그래서 이렇게 양해를 구하고자 전화드렸어요.”

지영은 잠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양요?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단어였다. 실장은 지영이 아무 말이 없자 빠르게 덧붙였다.

“퇴직하신 부부 신데요. 렌털이 아니라… 입양을 원하신다고 하더라고요, 홈페이지에 나온 보리를 보시고는 딱 마음에 들어 하시는데, 어떻게 할까요? 위약금은 저희 쪽에서 내드릴 수도 있고요. 정 힘드시면 좀 기다리라고 할 수는 있는데요, 거기 사모님께서 요즘 우울증이 있으셔서 사장님이 빨리 데려가시고 싶어 하시네요, 호호. 아주 사랑꾼이시더라고요."

지영은 대답을 삼켰다. 씁쓸한 기운이 목구멍에 걸린 채 내려가지 않았다. 좋은 말로 포장하면, 어떤 일은 너무 쉽게 정당해진다는 걸. 그리고 '입양'이라는 그 단어가 주는 온기를 온전히 믿고 싶었지만 믿어지지가 않았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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