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이 없어보이는 웃는 얼굴의 회사 선배 이야기
얼마 전 회사 선배를 만나 밥을 먹었다.
한창 사직서를 내고 철회를 하고 휴직을 하는,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마음이 휘몰아치는 시기를 보내던 때에 생각나는 사람들이 몇 있었다. 나이가 서른이 넘었지만 아직도 어른이 되지 않은 것 같은 나와는 다르게, 진짜 어른다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사람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혼란스러워하고 방황하는 나에게 현명한 조언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이번에 만났던 선배도 그들 중 한명이었다.
깊은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혹여나 부담이 될까 하는 마음이 들어 조심스럽게 장문의 카톡을 보냈었다. 감사하게도 선배는 흔쾌히 시간을 내주셨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에 나오는) 슬픔이라는 별명이 있는 울상의 나와는 달리, 그녀는 볼 때마다 웃는 얼굴이었다. 세상에 어떤 힘든 일도 다 알아서 그녀를 피해갈 것 같을 정도로 밝아보였다.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특유의 친화력있는 미소를 지으며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며 물었다. 나는 휴직을 하기까지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설명했고 내가 이 조직에 더 있을 수 있는지 스스로의 역량마저 의심된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다 들은 그녀가 나에게 해 준 말은 꽤 놀라웠다. 내가 자신의 모습과 너무나도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본인도 나처럼 완벽주의가 심하고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로 잠을 이루지 못한 적도 있다고 했다.
억지로 짜내는 웃음이 아닌, 긍정적이고 생글생글한 웃음과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었기에 그분도 그런 감정을 느끼고 힘듦을 느꼈다는게 놀라웠다. 항상 표정이 밝으셔서 매사에 긍정적이신 분인줄 알았다는 나의 말에 본인은 힘듦을 남에게 티내지 않는 편이어서 그런 것 같다며 오히려 "나 힘들다" 하고 표현하고, 휴직이나 면직을 하는 사람들이 더 용기있는 사람들같다고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주변에 보면 다들 괜찮은것처럼 보여도 속으로는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나처럼 마음이 힘들어 병원을 다니는 사람도 많다고 해주었다. 특히나 책임감이 큰 사람들일수록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이야기해주며 나의 역량이 부족해서 힘들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고 했다. 그녀에게 조직생활을 하며 일이 버겁거나 힘들 때 어떻게 했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지금도 쉽지는 않지만 그냥 하루하루를 무사히 보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보내다보니 조금은 괜찮아지는 것 같다고 했다. 어떤 일이 있을 때 하기 싫고 걱정되는 마음은 당연히 들지만 그냥 하루하루 일단 해볼 수 있는 만큼 해본다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왜인지 조금 슬픈 감정이 느껴졌다. 그동안 웃는 얼굴 뒤에서 얼마나 속으로는 힘들었을까 하는 안쓰러움도 들었다. 한편 선배를 만나러 가는 길에 공감을 받을거라는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나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녀에게 기대했던 건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는 위로였던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도 연차가 쌓여도 이 조직은 쉬워지지 않을거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해서 슬퍼졌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일을 대하는 태도는 좀 바꿔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당못할 것 같아도 일단 하루하루 일단 버티다 보면 익숙해지고, 나아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은 정말 별로지만 조직 내 사람들은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깨달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