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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Sep 16. 2018

행복이란 뭔들!

마침내 행복이라는 선물을

 스물다섯에 처음으로 간 해외여행지는 싱가포르와 중국의 상하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상해 디즈니랜드에서의 불꽃놀이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감격스러운 순간이 있나. 눈물이 다 날 뻔했다. 왜 이제야 이런 경험을 해 보는 것인지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디즈니 만화는 어릴 적부터 자주 접하고, 그 OST도 아주 훌륭했기 때문에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몇 번씩 돌려보곤 했다.(특히나 ‘미녀와 야수’를.) 그런데 동화 속에나 있을 법한 예쁜 성에 애니메이션을 빔으로 쏘아 비추며, OST에 맞추어 불꽃이 마구 터지는 걸 두 눈으로 보고 있자니 전율이 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말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다. 불꽃이 터지는 내내 “우와-”하고 함성소리를 멈출 수 없었다.

온 몸에 전율이 흘렀던 상해 디즈니랜드에서의 불꽃놀이


 싱가포르에 있는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에서 내려다본 야경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꼭 게임맵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며 이야기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전철로 다니기에도 편하고, 무엇보다 주변이 깔끔했으며, 안내해주는 분들 중에 한국인이 꼭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 부모님도 다녀오실 수 있게 보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리나베이샌즈에서 내려다 본 야경


 이래서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계속 다니는 거구나. 나는 그 때 처음 알았다. 인터넷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직접 두 눈으로 보게 되는 것은 TV속에서만 보던 음식을 직접 맛보는 것과 같다. 그만큼 자신의 오감으로 직접 느낀다는 건 무엇이라 설명하기도 어려울 만큼 황홀한 일이다. 이렇게 해외여행을 시작하였으니 아직 가보지 않은 곳에도 가 볼 계획이다.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비교적 수월하다는 걸 이 때 다시 한 번 느꼈다. 세상에는 이렇게 예쁘고, 아름다운 것들이 구석구석 있을 텐데 살아있는 동안에 몇 군데라도 직접 가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가는 이 지구 안에서 몇 군데 찾아가보기 위해 고작 며칠의 시간도 들이지 못할까?




 ‘처음’은 늘 불안하면서도 무척 설레는 일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경험해보았을 때 놀라기도 하고, 새로운 부분을 깨닫기도 하면서 재미를 느낀다. 나에게 주어진 일에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보지 못한 일을 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에 해볼 수 있는 일들이 세어볼 수도 없이 많을 텐데, 오죽하면 버킷리스트를 적기도 할까? 남들이 하는 일을 부러워하지만 말고 가끔씩은 직접 나서서 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처음’시도해보는 일이라면 반복되는 나의 일상에 비타민이 되어줄 수도 있다. 상황과 여건에 따라 어려운 일들도 있겠지만 당장 해볼 수 있는 일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어느 덧 1년이 지나고 또다시 새해가 밝았다. 이번 새해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했다. 어쩌면 매일 같이 뜨고 지는 태양인데도 새로운 한 해의 시작으로 의미 있는 태양이 된다. 이번 해에는 작년보다 더 여유 있는 마음가짐으로 지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하기 위해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삶’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을 맛보고, 좋은 풍경을 감상하고, 문화생활을 즐기고, 새로운 경험도 해 보아야겠다. 더 열심히 놀러 다니고, 즐겨야겠다.
-2018.01.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일도 열심히 하는 것인데 어느 시점에서부터인가 주객전도가 된 것 같다. 올해는 스스로도 여유를 가지되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내가 가보지 않은 새로운 장소는 무엇인지, 어떤 음식이 제일 맛있는지를 열심히 찾아보기로 했다.



 언제인가부터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유행어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심리가 자연히 반영된 말이라 하여 한 번 쯤 깊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사람들은 커다란 무언가를 좇고, 그 만큼의 행복과 성취감을 느끼기보다는 일상에서 겪는 일들로부터 행복을 찾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왜 그런 걸까? 당연하게 여기는 일상 속에서도 어느 순간 내가 기쁨을 느끼고, 미소를 짓는 순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커다란 일을 해냈을 때의 행복도 크겠지만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 겪는 소소한 행복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소확행’의 원작자는 일본의 유명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한 수필집에서 행복을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이라고 하였다. 특별하지 않아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 안정감과 편안함으로부터 비롯된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유행한 건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사회분위기도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한다. 어쩐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건 조금 슬픈 일이다.


 어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 대충 알아보려면 그가 어떤 일에 즐거워하는지가 아니라 어떤 일에 슬퍼하는지 물어보아야 한다. 그 자체로 볼 때 사소한 일에 슬퍼할수록 더욱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사람이라야 사소한 일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불행한 상태에 빠지면 그런 사소한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쇼펜하우어《행복론》中.


 많은 사람들이 염세주의자, 비관주의자로 알고 있는 철학자 쇼펜하우어. 나 역시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현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그저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인 것이다. 물론 그의 모든 주장들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모든 것은 항상 상황과 가치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니까. 쇼펜하우어가 말한 ‘사소한 일에 민감하다.’라는 것은 그만큼 고통스러운 일을 덜 겪었기에 상대적으로 사소하다고 여겨지는 일에도 아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행복이란 무엇이라고 딱 정의할 수도 없고, 수치화할 수도 없다. 많은 학자들이 정의내리기도 하였지만 사람들 각자마다의 생각이 다를 것이다. 그들은 그들만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고, 그 속에서 행복을 발견해낼 것이다.


아무렴, 행복이란 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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