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정말 쓸모가 없는가?

by 글꿈

공립유치원 교사가 되고 난 후 조금 더 넓은 지역단위에서 동료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외면하고 있었던 차가운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교육격차'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소득격차는 교육격차로 이어지고, 다시 교육격차는 소득격차로 이어진다. 이는 곧 자녀세대에도 높은 확률로 대물림된다. 도심 속 아이들은 학교교육에 더해 사교육까지 받지만 상대적으로 외곽지역의 아이들은 학습적 경험의 기회가 적어 교육격차가 벌어지기 쉽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애쓰고 계실 것이다. 아무리 공교육 강화를 외쳐도 사교육 시장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 성적으로 경쟁을 하고 수능 혹은 수능과 같은 시험을 치르며 대학에 진학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학과 기업 간의 상관관계도 더 말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한동안 회의감이 들었다. 어차피 다 성적과 대학인 걸 학교의 존재는 무엇에서 의미가 있을까 하고.


그래도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오로지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존재했다. 이를테면 학생회장 선거라든지, 교내에서 진행하는 각종 행사와 대회들, 그리고 어린 시절 학교에서만 형성할 수 있는 순수한 우정관계와 같은 것들 말이다. 이 안에서 아이들은 알게 모르게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자존감을 형성하며, 인간관계를 맺는 과정을 배운다. 나 또한 그렇다. 학교에서 뭘 배웠지?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학교가 아니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수많은 배움들이 있었다.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지만 어쨌든 이런 폭풍 안에서도 학교의 가치는 엄연히 존재한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사교육은 그 외로 선택할 수 있는 사항이다. 단지 사교육이 지향하는 바는 공교육과는 달리 학생의 행복과 성장보다는 오로지 높은 성적과 성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이다. 높은 성적, 상위권 대학을 많이 보낼수록 학원의 명성은 높아지기 마련이니 철저히 시장의 원리를 따른다. 그러니 학교에서는 성적관리 외에도 아이를 조금 더 가깝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그것이 학원 선생님보다는 학교 담임선생님이 더 기억에 남는 이유일 것이다.


나도 부모가 된다면 아이에게 충분한 환경을 조성해주고 싶고,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높은 성적이 행복과 비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아이가 조금 더 현명하고 지혜롭게 사회에 적응해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라 생각했다. 나는 수능시험이 잘못된 제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 날 한 시에 치르는 객관식 시험만큼 공정한 시험이 없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사회에서 일정한 지위를 얻기 위해 국가고시를 치르지 않는가. 인재를 발굴할 공정한 시험은 분명 존재해야 하고 그래야 인재를 육성하고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능이 모든 학생들이 달려가야 할 골인지점이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 사회에는 다양한 방면으로 재능을 펼칠 여러 갈래의 길이 존재한다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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