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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Oct 03. 2018

할머니 마음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는 방법

 나는 남자/여자는 이렇다, 아빠/엄마들은 저렇다, 그런 직업은 그렇다, 라는 식의 말이 영 듣기에 불편하다. 대다수가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의 주변에서 듣게 되는 간단한 에피소드만 들어도 그렇다.


 한 친구는“영화를 보는데 나는 슬프긴 해도 눈물은 안 나는데 옆에 보니까 내 남친은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더라구.”하고 말했다. 어떤 남자들은 약간의 화장이 바뀌어도, 작은 악세사리 하나도 금방 알아채는 경우가 있다. 남자라고 해서 무심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남자도 충분히 감성적일 수 있고, 세심할 수 있다. 또 여자라고 해서 무조건 감정에 예민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여자가 더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차디차기만 한 이성이라든가 편벽된 주관이나 아집을 가진 눈으로는 이죽거리기나 할 뿐, 그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읽어내지 못한다. 그 모든 편견에서 자유로운 상태에서 대상의 구석구석을 바라보고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순수한 사랑이고, 그것을 지니는 일은 할머니 마음이라야 가능하다.
 바꿔 말하면 이렇게 된다. 작가는 할머니처럼 그저 따뜻하기만 한 애정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이다. 그런 애정의 눈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작가가 되지 않는 것이 본인과 문학을 위해서 다행한 일일 것이다.
 진정으로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할머니의 눈을 지니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 눈은 마음의 눈이다.
-김대행《문학이란 무엇인가》中
 ‘따뜻한 마음의 눈으로 대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은 곧 할머니 마음과 같다는 것이다. 세상을 차가운 시선으로만 바라보아서는 진정한 글을 쓰기 어렵다는 말이다.

 할머니 마음이란 또 무엇일까? 몇 십 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겪어왔던 모든 일들을 호호, 하고 웃으며 전래동화 들려주듯이 말씀해주시는 넉넉한 마음일까? 말썽을 부리는 어린 아이를 보며, 투덕거리는 젊은 부부를 보며 다 저런 때가 있지, 하고 슬며시 미소를 띠우는 것일까? 모든 것을 다 지나가기 마련인 것을 직접 체감하신 할머니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여유를 지니고 계신지도 모른다.


 모든 편견을 버리고, 오로지 그 대상을 순수한 그대로 바라보는 것. 단지 애정 어린 눈빛만으로 대상을 어루만질 수 있는 것. 몇 번의 마음 비우기를 거듭해야 가능한 일일까? 편견을 버린다는 것은 그 동안 한 대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주관적인 판단을 집어던지는 것과도 같다. 그 대상 자체만을 바라보며, 애정을 가지는 것이다.


나는,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조금은 까탈스러운 면도, 혹은 조금 둔해 보이는 것도 그 사람의 고유 성격인 것이다. 때와 상황에 따라 그의 고유 성격은 옳고 그름으로 판단될 때가 있지만 모든 편견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본다면 그것은 충분히 존중해 주어야 할 그만의 성격인 것이다. 한 사람의 성격은 그 나라의 문화에서도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만약 뭐든지 빨리 해내야하는 문화에서 여유 있게 행동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비난받을 것이지만 여유롭게 행동하는 문화에서는 그저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서도 누군가를 판단하고, 편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인 것이 맞다. 누군가가 어떤 집단에 있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누군지도 무시할 수가 없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꾸만 여러 사람들과 자신을 빗대어가며 시험해보기를 반복하는지도 모른다.
-2018.06.


 무언가를 판단하는 것에 있어서 사람이란 주관적일 수밖에 없고, 자신이 속한 집단의 분위기에 따라 자연스레 편견을 갖게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을 놓고 그 사람과 나의 관계가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말과 행동으로써 판단하게 된다. 그가 아무리 ‘전에는 그렇지 않았어.’라고 이야기해도 여전히 나의 머릿속에는 그를 떠올리는 어떠한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간접적으로 듣는 것보다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훨씬 피부로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할머니 마음이란 그 모든 것을 떠나서 한 대상을 바라볼 줄 아는 것이다. 맞다, 틀리다가 아닌 부지런하구나, 신중하구나와 같이 ‘느끼는’것이다. 하루가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그런 마음가짐을 갖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지켜야할 것들이 너무도 많고, 살펴보아야할 것들도 너무나 많다. 할머니 마음을 가지려면 버리고, 또 버리는 연습을 거듭해야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고 해서 잘못된 일도 아니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각자마다 가지고 있는 가치관에 따라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할머니 마음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세월이 그만큼 흘러야만 가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몇 십 년의 세월을 지나오신 할머니의 마음을 어떻게 감히 따라갈 수가 있을까.


 가끔은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내려다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

.

 무엇이든 뒤로 한 발 짝 떨어져서 내다볼 줄도 알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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