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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Dec 02. 2018

세상에서 가장 무력한 것

그저 열심히,

 누구든지 누군가를 미워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어릴 적 친구와 크게 다투어서 미워해본 적도 있을 것이고, 부모님이나 형제와 다투어 미워해본 적도 있을 것이다. 혹은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떠한 대상이라도 말이다. 그 사람과는 한 공간에 있는 것조차 싫고, 도대체 왜 나를 힘들고 아프게 하는지 이해할 수도 없다. 한없이 원망하고, 원망하다 나 또한 똑같이 되갚아주겠노라 마음먹기도 한다. 미움, 원망, 복수심과 같은 것들은 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느낌이 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오늘 노희경 작가님의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작품을 통해 세월 앞에서는 그 어떤 원망도, 복수심도 모두 무력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노쇠한 이에게서 눈물의 참회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겠는가.
다 부질없는 일이다.
그저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보듬고 쓰다듬는 것.
이것이 미련 없는 인생 살기의 조건이다.
-2011.08.    


 누군가를 미워하고, 헐뜯는 일은 왜 이리도 자극적인지 마치 중독되는 것처럼 빠져들게 된다. 그것이 여러 사람과 함께 이루어지게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커다란 불씨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누군가를 향한 미움으로 인생이 뒤틀리기도 하는 것을 보면 감히 무시할 수가 없다. 미움에서 그치지 않고 증오와 복수심으로 마음이 들끓기 시작하면 시야가 온통 어두워진다. 맑은 정신이 점점 흐리멍덩해지고, 이상한 목표 의식에 사로잡혀 삶이 점점 무너져간다.


 사람들에게 가장 큰 용기가 필요한 것이 바로 ‘용서’라고 한다. 용서를 하려면 이해를 해야 하고, 이해를 하려면 그의 상황과 마음에 대한 배려심이 필요하다.


 용서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위하는 일이라고 한다. 용서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미워하며, 증오하는 마음은 스스로도 지치게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수록 나로 인해 상처받을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보통은 내가 소중히 여기면 그들도 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고로 우리는 서로 얼마든지 미워할 수도 있고, 다치게 할 수도 있고, 욕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 대한
‘믿음’이다.
-2011.10.    


 가까이 지내는 사람일수록 많은 부분을 공유하게 되고, 그런 만큼 마음도 깊어진다. 그래서일까 상대의 아픔에도 더욱 민감해진다.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 또한 점점 커지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가까운 두 사람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 때로는 밉고, 때로는 아프면서도 함께하는 것은 그것을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서로가 소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서로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만큼 용서하기도 쉽다.


 세상에서 가장 빛이 나고, 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주 가끔 혼자서 길을 걷다보면 문득 하늘이 맑고, 바람도 느껴지고, 나뭇잎은 살랑거리는 걸 볼 수 있다. 초록, 파랑, 하양……. 저마다의 색깔을 뿜어내면서도 조화로운 걸 보면 참 아름답다.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이다. 어디라도 놀러가고 싶어진다.


 세상에서 빛이 나고, 힘이 있는 것이 특별한 무언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 사람마다 간직하고 있는 것이 다를 것이다. 나는 그 찬란한 빛과 아름다움이 분명 사람들 안에 스며들어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가슴 뛰게 하고 싶은 건, 혹여나 베이고 치이더라도 바보같이 믿고 싶은 건 바로 판에 박힌 형식적 무엇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것, 눈물과 아픔, 기쁨, 분노, 땀, 빛이 나는 그 어떤 무언가와 같은, 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그런 것들을 아름답게 빚어내는 일. 그런 일을 하고 싶다.
-2011.10.


 실은 사람들이 저마다 살아가는 자체만으로도 찬란하게 빛이 나는 일이다. 그들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 상황들, 원망하고 분노하는 순간들, 세상이 떠나도록 배꼽을 잡고 웃는 일…….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살아있음으로 빛이 난다. 보고, 만지고, 느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우며, 힘이 되는 일인지. 우리는 그런 사소한 것들이 진정으로 중요한 것임을 얼마나 깨닫고 사는 것인지.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자주 잊어버리곤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쉽게 판단해버리고, 쉽게 내뱉어버린다. 그 사실을 자각하지도 못한 채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마다 이러면 안 되지, 하고 마음을 먹곤 하지만 그런 마음은 얼마 못 가서 다시 사라져버린다. 그래, 가끔씩이라도 깨달아가면서 반성하는 시간 갖는 것도 잘 하는 일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어찌보면 나의 일에 집중하다보니 사람들과의 사소한 갈등과 다툼, 미움에 할애할 시간조차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얻어지는 것도 없거니와 오히려 잃는 것이 더 많은 부정적인 감정다툼은 나에게 무의미하다. 그것은 말 그대로 ‘무력한 것’이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느니 차라리 자신만의 소신을 가지고, 자신과의 싸움에 집중하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앞으로도 소리 없는 나만의 싸움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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