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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Nov 20. 2018

'나의 세상'에서만큼은

작은 약속

 ‘세상’에 대해 수없이 생각해보면서 ‘나의 세상’이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온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세상은 너무 거대하고, 사람들은 너무나 많다. 그리고 나는 그저 이 땅에 사는 한 여자일 뿐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가족이고, 나의 친구이며, 나의 일이었다. 그것은 곧 ‘나의 세상’이 된다. 세상을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나의 세상’만큼은 지켜내 보자고 마음을 먹게 된 것 같다.    

나의 목표는
1.내 이름 석 자가 빛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2.사람들로부터의 인정
3.행복한 결혼 생활, 단란한 가정
나의 길을 바로 잡아야 나의 사람들과도 손을 맞잡고 나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나의 이 노력이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보람찼으면 좋겠다.
친구, 일, 가족, 사랑……. 모든 게 다 믿음이 곧 사실이었으면 좋겠다. 세상이 그렇더라도, 적어도 ‘나의 세상’에서만큼은 그게 아니라는 걸.
-2013.07.

 나는 목표 세우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세운 목표, 지금까지도 유효한 목표가 3가지다. 추상적일지도 모를 저 목표를 ‘나의 세상’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실현시키는 것이 나의 몫이자 삶의 원동력이 된다. 어렴풋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적어도 ‘나의 세상’을 지키려다보면 그 힘이 조금씩 번져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마저도 괜한 희망인걸까?


 ‘청춘’과 관련한 각종 콘텐츠들을 접하다보면 주눅 들지 말고 마음껏 꿈을 꾸고, 도전을 해 보라고 한다. 젊다면 그 만큼의 열정을 가지고 무언가를 개척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한다. 기성세대에 눌려 마치 모든 것을 체념한 것처럼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생각한다.

 ‘나도 도전하고 싶고, 희망이 있고, 내가 무언가를 바꾸어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었는데. 생각만큼 쉬운 일도 아니고, 치러야할 대가도 나에게는 너무 크게 느껴지는 걸. 나의 청춘을 불태워 버리기엔 미래의 내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한 가정을 이룰 나의 모습이 머릿속에 맴도는 걸. 학교를 다니기에도, 결혼을 하기에도, 아이를 키우기에도 들어갈 돈은 많은데 정의로운 일이나 금전적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에 청춘을 불태워 버리면 돈도 모으지 못하고 어쩌면 더 고달픈 생활을 하게 될지도 모르는데.’

 내가 작가의 꿈을 뒤로 미루고, 취업의 길을 선택한 것처럼. 그리고 이 선택에 대해서 전혀 후회가 없다는 걸 생각하면 꼭 안타까운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니,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를 하고, 충분히 기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놓쳐버리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다. 만약 내가 취업의 길을 선택하고, 매일같이 공허함을 느끼면서 막상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았다면 그것이 바로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점점 바쁜 일상 속에 쳇바퀴 돌 듯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종종 그런 생각들이 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어디든 떠돌며 다니는 건 어떨까?’

 그러고는 씩 웃고 만다. 상상만 해도 즐거우면 그 뿐이니까. 생각해보면 꼭 그렇다.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면서도 많은 아이들이 계속해서 태어난다. 나 또한 그 중 하나이고…. 하나의 삶이 커다란 것 같지만 또 별 것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영화들을 보면 세상, 세계가 더욱 광범위해져가는 것 같다. 그러면서 인간이 더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나는 그렇다. 웬만한 일에 스트레스 받고, 끙끙대지 않으려고 한다. 어차피 모든 게 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게 아닌가? 모든 일이 다 내가 생각하는 것대로 되지 않고, 또 내가 다 옳은 것도 아니다. 가장 힘들면서도 가장 편해지는 일이 바로 ‘인정’인 게 아닐까 한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고, 어쩐지 내 마음이 더 넓어진 듯한 기분이 들어 좋다.
-2015.09.    

 이 일기를 쓰던 당시에 개봉했던 영화는 <앤트맨>과 <인터스텔라>였다. 세상이 너무 광범위하게 느껴져서 ‘나’라는 인간이 점점 조그맣게 느껴지기도 했다. 한동안 일상이 공허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오히려 나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게 아닌가!


‘세상은 이렇게 광범위한데, 고작 나 하나, 이런 작은 일 가지고 끙끙 앓는다고? 그만 툭툭 털고 일어나! 이런 일도 있는 거고, 저런 일도 있는 거지!’


 어지간하면 심각하게 고민하며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의연하게 받아들일 줄 알게 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면 넓힐수록 의연한 자세로 모든 일을 대할 줄 알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한 번 툭, 쳤다고 해서 이리저리 휘청거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곧게 지킬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의연하다는 것은 실로 강한 것이다. 곧고, 단단한 나무는 한 순간에 부러질 수 있지만 그보다 부드러운 강아지풀은 아무리 센 바람도 잘 견딜 수 있다. 나는 의연함을 가진다는 게 제일 어려운 일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떠한 일에도 자신의 굳은 심지를 지켜나갈 수 있는 ‘의연함’말이다.


 그런데 때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툼 때문에 그런 의연함을 쉽게 잃어버리기도 한다. 사람 사이가 어긋나는 것은 서로를 믿어주지 못했기 때문이고, 내가 아닌 남에게 먼저 손가락질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이라 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어떤 것이라도 문제 삼게 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 사람을 대할 때만큼은 마음이 평온하기도 할 것이다. ‘믿음’이 깨져 갈등을 빚게 되는 일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내가 다짐한 것이 바로 약속은 지킨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나의 사람들을 위한 가장 큰 일이라 생각했다.


 조금 더 어렸을 때에는 내가 크게 성공하고, 아주 유명해지면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일이 되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도 그 나름대로의 좋은 점이 있겠지만 꼭 그렇지 않아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가족, 친구, 이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살이는 생각만큼 녹록치 않은 일이지만 우리는 각자만의 세상 속에서 기쁨을 찾아가고, 의미를 알아내며 서로를 다독거린다.


 ‘나의 세상’속에서만큼은 정의로운 사람이 최고이고, 늘 애쓰는 사람이 곧 성공하는 사람이 된다. ‘나의 세상’은 나 혼자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나와 내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다.


 모든 세상을 전부 다 품어 안을 수는 없다. 그래서 내가 살아가는 ‘나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누군가가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당할 때, 그 모든 일에 선뜻 나설 수가 없는 자신의 모습에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적어도 ‘나의 세상’만큼은 지켜보겠다는 작은 약속을 세운 것이다. 이 또한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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