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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꿈 Nov 12. 2018

되돌아보는 시간

나와의 대화

 나의 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느낄 때마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직 못해본 일들이 너무도 많다. 당장 TV만 틀어도, 인터넷만 들여다보아도 내가 해보지 못한 일들이 눈앞에 잔뜩 펼쳐진다. 스키도 타고 싶고, 낚시도 해보고 싶고, 스노클링도 해보고 싶고, 기타도 배우고 싶다. 강아지도 키우고 싶고, 요리도 잘 하고 싶고, 캔버스에 그림도 그리고 싶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데 시간이 참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해마다 ‘올해는 꼭 해야 할 일’리스트를 작성하곤 하는데 리스트에 적을 것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무작정 생각나는 것들을 적지는 않는다. 어느 해에는 하고 싶은 일들, 해야 하는 일들을 잔뜩 나열했다가 결국에는 몇 가지밖에 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리스트에는 나의 욕심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실천 가능한 일들을 적는 것이 맞았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는 그 해에 하지 못했던 일들을 그 다음해로 미루기도 하는데 어떤 것들은 그냥 삭제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당장 급한 일이 아니거나 아주 나중에라도 할 수 있는 일이면 과감하게 삭제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충분히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내지 못한 일에 대해서는 한 번쯤 깊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었다. 나의 게으름에 대한 반성인 것이다.


 우리는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 지켜야할 것이 무엇인지를 현명하게 알아차려야 한다. 시작도 전에 그 끝을 단정 짓지 말며, 노력해볼 기회조차 갖지 않은 채 무릎 꿇어버리지 말며, 주어진 위치나 상황이 기회가 되도록 노력하며, 현재의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아야한다. 타인을 탓하기 이전에 자신의 언행을 달리할 것이며,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할 필요는 없으나 그에 대한 대비를 해두는 것은 필요하다. 때때로 감사하고, 유쾌할 줄 알아야 한다.
-2013.07.


 아주 어릴 적 학교에서부터 반성하는 시간은 필수적이라고 배웠다. 반성이라는 것은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보여드릴 반성문을 적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스스로 되돌아보는 것이라고 했다. 잘못한 점만 꼬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잘한 점에 대해서도 스스로 칭찬할 줄 아는 것이라고 했다.


 나는 주로 일기장을 보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진다. 지금보다 어린 나에게서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내 안에 할머니가 살았나,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것은 지금보다는 덜 계산하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줄 알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지켜야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누군가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우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깨우침을 열심히 글로써 남겨둔 과거의 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곤 한다. 지금의 내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중요한 무언가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다시금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나는 하루하루 무언가를 기대하면서 살아야한다.대개의 시간을 사람들 속에서 보내야 하고,
집안에만 있지 못한다.
많이 웃어야한다.
새로운 일이 있어야한다.
칭찬을 받아야한다.
나는 꽤 주관이 뚜렷한 편이라
나의 생각을 꼬집거나 공격하는 투의 말은
나를 굉장히 자극하는 수가 있다.
겉으로 힘든 내색을 잘 하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깊이 고심하지 않는다.
엉뚱하거나 엽기적인 말과 행동이 좋다.
그것이 곧 웃음이 되고, 이야깃거리가 되며,
활력이 된다.말다툼이 싫다.
믿음이 있고, 평화롭고 화목한 상태이고 싶다.
그럴 때 나의 능력은 빛을 발할 수 있다.
노력한다. 그러나 ‘최선을 다한 적’은 없다.
조금 게으르다. 글을 써야한다.
책을 읽거나 드라마, 영화를 봐야한다.
찬란한 미래를 꿈꾼다.
-오늘의 ‘나’에 대한 생각.
-2013.07.    

 조금 유치한 일이라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자신에 관해 쭉 나열하듯이 글을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자신에게 관심이 제일 많은 사람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제일 잘 아는 것도 자기 자신이고, 제일 모르는 것도 자기 자신이라 한다. ‘나’에 대해서 잘 파악하고 있으면 일상이 훨씬 수월해진다.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잘 알게 되니까. 사실 쉬운 일이면서도 모르고 지나치는 일들이다. 자기 자신을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보살피지 않아서 마음의 병을 얻게 되기도 한다. 너무 자신에게 얽매여도 안 되지만 너무 외면해서도 안 된다. 항상 그 정도를 지키는 것이 어렵다. 어렵지만 계속해서 그 정도를 찾아가는 연습을 하면 된다.


 지금 내가 가장 버려야할 것은 ‘조급함’이다. 무엇에 쫓기듯이, 자꾸만 부족하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재촉하는 태도를 버려야한다. 만약 내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나 자신을 몰아붙이고, 힘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시간은 널 기다려주지 않아!’하고 좀 더 많이,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한다고 재촉하면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이다. 누군가 잔소리라도 해 주면 좋으련만 이건 온전히 스스로에게 달린 일이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자기계발서에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고 지침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지 않으면 그런 지침들은 다 소용이 없다. 학생 시절에 자기계발서를 무척 많이 읽었는데 그 중에는 나와 맞는 것들도 있었고, 아닌 것들도 꽤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개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가치관과 같은 것들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만이 자기계발서도 자신의 입맛대로 고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무작정 따라 하기 식이 아닌 나에게 필요한 지침을 찾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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