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의 경험이 삶에 미치는 영향
위 제목은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성인발달 연구의 과정을 기록한 도서 <행복의 조건>의 목차 중 하나를 인용한 것이다. 영유아 발달 연구가 익숙한 내가 문득 성인발달 연구자료를 살펴보게 된 것은 조금 더 새로운 시각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다. 인간 전 생애에 걸쳐 행복한 삶이란 어떠한 것인가? 영유아기를 잘 보내야만 앞으로의 삶을 잘 살 수 있는 것이라면, 적절한 시기에 교육과 지원을 받지 못한 아이들은 줄곧 불행하게만 지낸다는 말인가? 영유아기에 겪은 실패와 낙담의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인가?
과연 어린 시절은 우리의 인생을 얼마나
좌우하는가?
조지 베일런트의 연구에서 드러난 결론은 훌륭한 노년기를 보낸 사람과 최악의 노년기를 보낸 사람의 유년기를 비교해 보았을 때,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유아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유년기를 어떻게 보내든 최종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면 유아기에 이루어지는 교육이 갖는 의미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인가!
위 연구에서 비교 대상이 된 두 사람의 유년기는 어떤 식으로든 유아기의 결정적 시기에 언어를 습득했을 것이고, 사회성을 비롯한 여러 가지 영역에서 발달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늑대 소년’의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시기에 습득해야 할 지식이나 생활습관을 배우지 못하면 인간다운 삶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인간으로서 최소한 알아야 할 것들, 마땅히 습득해야 할 것들을 조금 더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유아교사의 역할일 것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커가면서 조금 더 복잡하고, 구조화된 삶의 형태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반드시 유아교육기관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생활에서 필요한 지식을 습득할 것이고, 그 사람의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생활습관들을 자연스럽게 익힐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복잡하고, 무엇이라 단정 지을 수도 없기 때문에 정답 또한 없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하나의 직업으로써 유아교사들은 그들이 만나는 영유아기 아이들을 전문가로서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해주면 된다. 그리고 만약 누군가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해서 미래 또한 암담할 것이라 단정 지어서도 안 된다. 언제, 어떠한 계기로 위기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