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 우연히 갔다가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내 부모와는 다르게 아이를 키우고 싶은 당신에게’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 아이를 낳고 내가 계속 되뇌었던 말이 책의 제목으로 있었다. 그 책을 꺼내서 대출을 했다. 책을 읽는 처음이 잘 이해가 안돼서 첫 장만 3-4번 정도 읽었다. 무슨 내용이었냐면
“사랑받은 아이들에게는 안정감이 생기고, 그 안정감으로부터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반응할지에 대한 긍정적인 확신이 형성된다. ….. 부모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이런 감정적인 편안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느낌과 욕구를 알아차리고 표현할 수 있고, 상대방의 느낌과 욕구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
.
.
주변을 경계하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니, 그만큼 자신과 상대를 그대로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부모가 자신을 거절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자신의 표현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대한 믿음이 부족할 때, 스스로의 표현을 하기를 어려워한다. “
내가 이 내용에 해당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사람들 소통을 할 때 이 사람이 어떤 감정이고 생각인지 알아차리는 게 너무 힘들다. 반면 동생은 상대방을 너무 가지고 놀듯이 대화를 잘 풀어 갔었다. 달에 영업 1등도 했으니…
내가 어릴 때 엄마와 함께 있었을 때 행복하고 편안했던 기억은 없다. 쓸쓸하고, 불안하고, 외로운 감정의 기억이 가득하다. 왜 나에게 그렇게 화를 내는지, 나를 때리는지 너무 답답해서 무엇을 잘 못했는지 설명해 달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 그것도 모르냐고 또 맞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무엇을 하더라도 이렇게 맞을 수밖에 없구나라는 하며 그 이후로는 더 이상 물어보지도 않고 때리면 때리는 데로, 욕을 하면 욕받이를 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답답한 것은 실수를 알아야 고칠 수 있는데, 내가 한 실수를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어른이 돼서도 불편한 게 생겨도 내 의견을 표현할 줄 몰랐다. 이런 것들이 왜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는지 책에서는 이야기해 준다. 책의 내용이 위로가 되면서도 슬펐다. 나의 과거는 더 이상 바꿀 수가 없으니...
결혼 후 나는 남편이랑 관계에서도 불편한 것들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들은 분명 있는데, 그 말들이 목구멍끝자락에 맴돌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서 다투기 시작하면 내가 말을 하지 않아서 하루, 이틀, 일주일이 넘게 지나가기도 했다.
그런 나를 남편은 답답해하면서도
‘네가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대려 줄게’
라고 말해줬다. 그 말이 정말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말을 꺼낸 그날, 남편은 내 이야기를 경청해 줬다. 처음으로 누군가 나의 이야기를 진심 어리게 들어주었고, 우린 이야기를 나눴다. 몇 번의 다툼 속에서 남편 덕분에 ‘수용’이라는 경험을 하게 됐고, 이제는 남편과 불편한 일이 생길 때 이야기를 더 잘하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남편한테만 이야기를 잘하지, 외부에서는 이야기를 잘하지 못한다. 그런 나를 남편은 답답하게 생각하면서도 또 나를 격려해 준다. 나는 이런 배우자가 옆에 있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다.
고마워. 남편.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