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무너진 건 약해서가 아니라, 멈추지 못해서였다.

by 유화진

경제적으로는 살만하다. 하지만 나는 불안하다.


출산 후 복직을 해야하는데, 1년도 지나도 소양증은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서 복직을 하지 못할까봐 하루하루가 불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휴식을 취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무엇을 하지 않아서 몸이 회복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소양증도 좋아지고 싶었고, 체력도 올리고 싶었다. 하지만 만성 피로 속에서 무엇을 한다는 건 그야말로 '혹사' 였다. 아마도 그때에 나는 '피로증후군'을 앓고 있었던거 같다.


체력을 올릴려고 10분 달리기를 한 후에는 2주를 앓아했다. 정말 그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작 10분 달리기를 했다고 이렇게 몸살이 오래간다고? 뭐지? 10분도 달리지 못하는 체력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좌절감이 엄습했다. 그리고 체력을 요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과연 복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일을 하지 않는 다는 건 상상도 해본적이 없었다. 못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내가 쓸모 없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결국 몸이 다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복직을 했고, 직장을 다니고 2년 후가 지나서야 몸이 회복 됐다. 참 오랫동안 출산하고 아팠다.


아이를 출산하고는 하루하루가 긴장상태였다. 손에 힘이 없어 아이를 떨어뜨렸다는 말들을 보고 아이를 안을 때마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아이를 떨어뜨려서 잘 못된다는 상상만으로도 이미 끔찍했다. 아이 주변 환경을 청결하게 해주고 싶어서 아이가 잘 때 쉬어야 했음에도 각성상태를 유지하며 집안일을 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전신에 소양증을 앓고 있던 상태로, 온몸에 진물과 상처로 가득했다. 난 정말 쉬어야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밤이면 아이의 개월 수에 따라서 다르게 해줘야 하는 것에 대해서 공부했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 욕심에 나는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다. 지금의 엄마로서 나는? 그때에 에너지를 사용해서 그런지 그 때보단 루즈한 엄마가 되었다. 4살아이에게 어느 정도 티비 시청은 허락해주고, 먹는 것도 큰 제재 하지 않는다. 첫째를 키우고 있지만 둘째를 키우는 마음가짐으로 키우고 있다.


지금은 나의 효용가치가 없는 사람인거 같고, 내 인생에서 더 올라갈 길이 보이지 않고, 더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여서 불안하다. 작은 직장이지만 부서에서는 제일 위에 직급이다. 하지만 월급은 출산 후부터 거의 동결상태이고, 복귀를 하고 나서는 많이 부서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달라진 분위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인다. 점점 할일들이 줄어드는데 이걸 늘리기 위한 대책방안도 마련하기 어렵다. 쇠퇴하고 있는 직장을 다니는 기분이란 씁쓸하다.


이런 나에게 남편이 질문을 던졌다.


"자기 목표가 직장을 열심히 다니는 거였어?"


그에 답변은 아니였다. 나는 종국에는 내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것에 대한 발판으로 직장을 다니고 있던 거였다. 그렇다면 왜 이리 직장에서 질척되고 있는걸까? 막상 새가 오래된 둥지를 떠나려고 하니 막막했던거 같다. 내 일은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일이기도 해서 외관도 중요한하다. 그래서 꾸준히 체력이 되는 한에서 운동을 하고 있지만 예전보다 20%밖에 운동강도를 낼 수가 없다. 천천히 올릴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자꾸만 헝클어지는 식단 때문에 체중은 정체기이다. 물론 출산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는 많이 빠졌지만, 외관적으로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때문에 내가 과연 직장 밖으로 나가서 일을 할 수 있을까? 새로운 경험이 필요한 나를 뽑아주는 곳이 있을까?


글을 써내려가면서 징징이가 되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리고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게 된다. 나는


" '불안 속에서 꾸준하게 무엇을 잘 하려고 애쓰는 사람' 이구나. 지금도 불안하지만 결국 나는 잘 해낼 수 있겠구나. "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야 내가 그 동안 생각만 해왔던 것들을 실천할 기회가 온걸지도 모른다. 막상 기회가 오니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마음에 초조해지는거 같다. 안전하고 완전한 기회는 아닐 수 있지만 그것 또한 생각하기 나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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