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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희 Dusky Jan 21. 2021

Hot Jazz Spot, JazzSpot Intro

이다바시 - 카구라자카 - 와세다 - 다카다노바바 

2018년 2월 8일 


도쿄에 도착하자마자 실컷 여행을 만끽하고는 밤늦게 잼 세션까지 갔던 탓인지, 아니면 어제 여행 생각으로 한숨도 못 자고 비행기를 타서인지, 아니면 둘 다 때문인지 나는 정말 말 그대로 죽은 듯이 푹 자고 깨어났다. 보편적으로 피곤하면 할수록 자면서 큰 소리로 코골이를 한다는 내 주변인들의 증언으로 미루어 볼 때 아마 내 가까이에서 잠든 숙박객들은 내 코골이로 끔찍한 밤을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불안한 마음에 눈을 뜨자마자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행인지 아닌지 다들 어디론가 나가고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모를 일이었다. 


보통 계획을 미리 세워두지 않고 여행하는 성격인 나는 매일 아침 외출 준비를 마치고 숙소 편안한 곳에 앉아 조식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하루의 계획을 세우고는 한다. 그래서 내게 여행지에서의 아침의 퀄리티는 그날 하루의 여행의 퀄리티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좋은 아침이 곧, 좋은 하루가 되는 것이다. 이 숙소가 한 방에만 몇십 명이 잠을 자는 대형 게스트하우스였던 터라 다소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있었는데 예상과 다르게 다음에 도쿄에 방문하면 다시 오고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근사했다. 심지어 조식으로 나오는 평범해 보이는 빵과 숙박객에게만 저렴하게 제공되는 모닝커피마저 훌륭했다. 덕분에 나는 이제는 단종된 11인치 맥북으로 하루를 계획하며 나름 근사한 아침식사를 무려 도쿄에서 즐길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참 괜찮은 인생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이번 도쿄 여행에서 하루 동선을 짜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좋은 식당과, 좋은 카페, 그리고 하루 한 번 잼 세션, 배부르면 가까운 공원 산책, 이동 간에는 가능하면 도보로 이동하기. 끝! 

Unplan Kagurazaka. 좋은 곳은 나만 알... 널리 알려야 한다.

아, 맞다.

돌아오는 길에 맥주! 




카구라자카에는 이를테면 라멘이나 돈카츠 같은 캐주얼한 일본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도쿄의 프랑스 마을답게 프랑스, 혹은 파리 어쩌고 하는 경양식 레스토랑이나 분위기마저 예스러운 탕, 전골류의 일본 전통 음식점이 많았다. 그래서 점심 메뉴를 고르기가 영 쉽지 않았는데 근처 먹자골목으로 보이는 곳에 괜찮아 보이는 와규 덮밥 전문점이 있는 것을 발견한 나는 동네도 한 번 스윽 둘러볼 겸 가보기로 했다.


쇼잔테이 블랙 와규 카구라자카(翔山亭 黒毛和牛贅沢重専門店 神楽坂本店)     


쇼잔테이는 원래 야키니쿠를 전문으로 하는 고급 식당인데 이곳에서 와규 덮밥 코스만 본점에 비해 다소 저렴하게 제공하는 작은 식당을 근처에 따로 만든 것이 바로 쇼잔테이, 정확하게는 쇼잔테이 블랙 와규 카구라자카이다. 

와규를 굽고 있는 요리사의 모습.

딱, 세 종류의 코스 메뉴만 판매하는데

매화(우매 梅) : 시구레니 + 호호니쿠
대나무(타케 竹) : 시구레니 + 호호니쿠 + 히레(안심) + 아부라스시
소나무(마쓰 松) : 시구레니 + 호호니쿠 + 히레(안심) + 서로인 + 아부라스시  


*시구레니(고기를 조린 것), 호호니쿠(볼 살)

다진 고기 조림, 볼 살, 안심이 토핑 된 타케(대나무) 코스의 덮밥.

말이 어렵긴 한데 매화는 제일 저렴한 두 가지만 포함된 덮밥만 제공된다는 의미이고, 대나무와 소나무는 덮밥이 나오기 전에 아래 사진과 같은 아부라(지방이라는 뜻) 스시가 제공되며, 특히 소나무는 서로인(등심)이 덮밥에 포함되어 나온다는 의미이다. 

덮밥이 나오기 전에 제공되는 아부라 스시.

필자는 당시에도 두 번이나 방문했었고, 나중에 카구라자카에 밴드 DUSKY80이 공연하러 왔을 때도 다시 찾아갈 만큼 맛있는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특히 점심시간에는 정말 괜찮은 가격에 제공하는 좋은 식당이다.   




카구라자카에서 효잔테이가 있는 중심 상권으로 나오다 보면 이다바시(飯田橋)라는 지역이 나온다. 이곳에는 효고요코쵸라는 과거 여관과 요정 밀집지역이던 곳을 보존한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진 예스러운 골목이 나온다.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우리나라로 치면 지금은 사라진 피맛골 같은 곳이랄까? 

좁고 예스러운 효고요코쵸 골목길

골목은 운치 있기는 하지만 정말 작은 지역이라 천천히 걸어도 5분 내외면 다 둘러볼 수 있다. 굳이 일부러 찾아올 곳 까지는 아닌 듯 하지만 식사 후 가벼운 산책으로 나쁘지 않았던 효고요코초의 그 짧고 굽이진 골목을 지나 조금만 더 걸어 나오면 온통 풀로 뒤덮여


'저기가 맞나...' 


싶은 원래의 목적이었던 이색 카페(?) mugimaru2가 나타난다.

 




mugimaru2


mugimaru2는 이름부터가 이해할 수가 없는 아주 독특한 카페이다. 먼저 이야기하자면 당신이 선호하는 커피의 맛이 분명하고, 예민한 편이라면 이 카페에 방문하는 것을 말리고 싶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이색적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이 카페는 경우에 따라서는 즐거운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mugimaru2. 저 식물들을 헤치고 들어가야 한다.

입구를 무성히 덮고 있는 덤불을 헤치고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아마도 백발 마녀로 추정되는 예상대로 불친절한 주인 할머니가 반겨(?) 주신다. 

마녀로 추정되는 주인 할머니. 주방에서는 알 수 없는 약 냄새 같은 것이 피어난다.

삐뚤삐뚤한 손글씨로 만들어진 불친절한 메뉴로 어렵게 주문을 하고 좁고 구불구불한 계단을 지나면
아래 사진과 같은 코타츠가 있기는 한데... 우풍이 슝슝 들어와서 바깥에 앉아있는... 좋게 말하면 숲 속에 있는 느낌이 드는 괴이한 공간이 나온다.

밖인지 안인지 분간이 안 되는 mugimaru2의 실내 모습.

mugimaru2의 분위기는 대단히 독특하다. 풀로 뒤덮인 입구, 어지러이 물건들이 놓인 1층, 또 그 공간의 독특한 냄새, 또 좁고 어지러운 계단을 올라서서 만나는 이색적인 풍경, 고타츠와 난로, 그 사이를 느긋하게 지나다니는 고양이들... 음료의 맛은... 별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이 '카페'라면 아마 다른 곳을 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을 것이다. 




즐거운(?) 이색 체험을 마친 나는 도쿄에서 방문했던 모든 재즈 클럽 중에서도 가장 격렬하고 긴장감 넘치는 잼 세션 분위기에 놀랐던 재즈 클럽 JazzSpot Intro를 방문하기 위해 이다바시에서 다시 카구라자카, 그리고 와세다 대학을 지나 다카다노바바로 향하는 도보로 한 시간 정도의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이다바시 - 카구라자 - 와세다 - 다카다노바바를 이동하며 찍었던 사진들.




JazzSpot Intro


다카다노바바는 와세다 대학에 접해있어 아마도 대학가의 분위기를 풍기리라 짐작해볼 수 있는, 막상 실제로 가보면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구도시 같은 분위기의 적당히 일본스럽고, 또 적당히 붐비는 그런 평범한 지역이다. 재즈 클럽 JazzSpot Intro는 그런 적당한 동네의 지하철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 구분하기 힘든 동네 중심가의 어떤 아무개 빌딩 지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런 곳에 재즈 클럽이 있다고?' 


하는 의심이 들만큼 특별할 게 없어 보이는 빌딩 지하 복도의 한 낡은 문을 열면 격렬한 악기 연주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한 45년 역사의 별천지, 재즈 클럽 JazzSpot Intro가 나타난다. 

JazzSpot Intro의 전경. 조그만 테이블 5개와 바 하나가 전부인 작은 클럽이다.

일본의 잼 세션 문화는 말하자면 일종의 '동호회' 같은 분위기이다. 보통은 호스트 연주자 중의 한 명인 진행자가 사회를 보면서 세션을 진행하고, 세션에 참여하는 게스트 연주자들은 자신이 연주할 곡을 직접 정해 신청을 해놓고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연주하는 방식이다. 대부분의 게스트 연주자들은 아마추어 연주자들이기 때문에 대체로 편안한 분위기에 틀리거나 서툰 모습을 보여도 웃으면서 넘기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의 공연처럼 세션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관객들도 잼 세션을 관람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차이가 있다면 세션에 참가하는 연주자는 보통 일정 금액의 세션 참가비를 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반면 잼 세션을 하기 위해 처음 방문했던 JazzSpot Intro의 분위기는 흡사 전쟁터와도 같았다. 겨우 다섯 개밖에 안 되는 클럽의 테이블들은 퇴근 후 식사를 마치고 2차로 놀러 왔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슈트 차림의 직장인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고, 무대 앞쪽으로 그나마 약간의 공간이 있는 쪽으로는 잼 세션을 기다리는 연주자 무리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비좁은 클럽에서 수많은 악기들이 경쟁하듯 치열하게 연주되고 있는 와중에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이 악기들의 소리 못지않게 큰 소리로 대화를 나누며 술과 음악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이 아수라장 같은 클럽을 찬찬히 훑어보며 들어갈 것인지, 아니면 그냥 돌아갈 것인지 잠시 망설였던 것 같다. 아마 당신이 이런 시끄러운 클럽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면 다음날 새벽 5시까지 계속되는 JazzSpot Intro의 잼 세션은 꽤 진입장벽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잼 세션 피크 타임에는 이 좁은 곳에 발 디딜 틈도 없다. 이 좁은 곳에서 10명 가까이 자기 차례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래도 먼 곳까지 힘겹게 왔으니 나는 잼 세션을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비좁은 클럽 안에서 펼쳐지는 실력 있는 연주자들의 경합에 살짝 긴장하기도 했던 나는 당장은 무대 근처로 비집고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바 옆으로 끼여 들어가 바 안에 있는 주인으로 추정되는 분께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나 : "마스타! 오늘이 잼 세션 하는 날이 맞나요?"

주인(추정) : "응 어디에서 왔니?" 

나 : "한국에서 왔어요"

주인 : "오오! 잼 세션 하러 온 거야? 연주자?"

나 : "네 베이스 연주자예요 근데 잼 세션 하려면 얼마 내야 돼요?" 

주인 : "XXXX엔(기억 안 남), 지금 바로 할 거야?" 

나 : "아니요! 일단 한 잔 하고요"

주인 : "Okay! 뭘로 줄까? 멀리서 왔으니까 술 한 잔은 그냥 줄게! 서~비스!" 

나 : "헤~ 에! 감사합니다! (아싸)" 


덕분에 공짜로 얻어 마시게 된 하이볼 한잔을 비워내며 나는 잼 세션의 동태도 살피고, 긴장도 적당히 덜어낼 수 있었다. 이윽고 어느 정도 세션에 참여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상태가 된 나는 용감하게 무대 앞으로 나아가서 내 이름과 연주할 곡명을 잼 세션 신청서에 적어내고는 다른 참가자들처럼 내 차례를 기다렸다.

필자의 JazzSpot Intro에서의 첫 번째 잼 세션. 

사실 일본에서도 '재즈' 하면 대게는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즐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잼 세션을 가보면 프로페셔널 연주자들로 구성된 호스트 연주자들이나, 참여하는 게스트 연주자들이나 대부분 나이가 좀 있으신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JazzSpot Intro는 달랐다. 


우선 호스트 밴드의 베이시스트가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야구모자를 눌러쓴 어린 친구라는 것에 놀랐다. 보편적으로 잼 세션에 베이스 연주자가 찾아오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이 어린 베이시스트와 나는 한곡씩 번갈아 가며 계속 잼 세션을 했었는데 앳된 얼굴의 이 친구(녀석)는 자신이 호스트 연주자란 자부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나에 대한 라이벌 의식 때문이었는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내가 돌아갈 때까지 인사 한 번 건네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과하다 싶은 친절을 떠올리게 되는 일본의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던 이 베이시스트의 태도는 JazzSpot Intro가 재즈 뮤지션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인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프로 연주자를 꿈꾸는 젊은 연주자들과,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두 곡 잼 세션을 하러 들르는 노련한 프로 연주자들이 공존하며 인산인해를 이루는 JazzSpot Intro의 잼 세션은 그들에게는 아마 프로 뮤지션으로서의 등용문과 커뮤니티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예전 대한민국 홍대에 있던 재즈 클럽 'Palm'처럼 말이다. 

홍대 중심가에 위치해 있던 명물 재즈 클럽 'Palm'. 지금은 없어졌다.

우선 세로로 길게 늘어진 클럽의 형태가 닮았고, 잼 세션에 참여한 연주자들의 치열함도 닮았으며, 무엇보다도 프로 연주자를 꿈꾸는 젊은 연주자의 입장에서 자신과 같은 부류의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들기 때문에 집에 가기 전에 들러서 한두 곡 정도 세션에 참여하거나 밤늦게까지 함께 어울려 음악도 즐기고, 술도 한 잔 할 수 있는 뮤지션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점도 닮았다. 가끔 운 좋은 날에는 역시 집에 가기 전에 잠깐 방문한 실력이 대단한 프로 연주자와 같이 잼 세션을 해볼 기회를 얻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잼 세션에 참여하는 연주자 서로 간의 견제와 긴장감도 상당한 JazzSpot Intro의 잼 세션 분위기는 예전 한국 재즈 클럽에서의 잼 세션 분위기와 상당히 많은 부분들이 닮아있다고 느꼈다.


아무튼 이날 JazzSpot Intro에는 베이시스트가 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는 많은 사람들과 세션을 즐길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아직 프로 연주자는 아닌 것 같아 보이는 젊은 일본인 연주자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베트남에서 잠깐 놀러 온 섹소포니스트도 있었고, 다른 곳에서 이미 연주를 마치고 잠깐 들른 나이 지긋한 여성 피아니스트, 또 본인을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라고 소개한 남성 피아니스트도 한 명 있었다. 그는 다소 과열된 피크 타임의 잼 세션 분위기가 불편했는지 나에게 넌지시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멀리서 잼 세션 하러 왔는데 이런 분위기라 미안해, 원래 항상 이렇지는 않아."


나는 그저 '세상 어디를 가보아도 사람들 모여 있는 곳에는 이런 사람도, 저런 사람도 있기 마련이지'라고 생각하며 소위 '친절한 일본'이란 인식도 그저 사람들의 편견은 아닌가? 또 생각했다. 어쨌든 치열한 JazzSpot Intro에서 잼 세션을 즐기며 나는 일본 도쿄의 프로페셔널 재즈 씬을 잠시나마 엿볼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사실 내가 음악을 시작하던 2000년대 초에는 프로 뮤지션이 되려면 반드시 재즈를 공부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분명 지금에 비해 음악가가 되기 위해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정보가 많이 부족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에 프로 뮤지션을 꿈꾸었던 친구들 대부분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해서 재즈를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그래서 결국 자연스럽게 재즈 씬에서 활동하게 되곤 했다. 분명 당시의 재즈 시장을 활성화시킨 대에는 거품처럼 불어난 실용음악과들 대부분의 커리큘럼이 재즈였던 점도 한몫했을 것이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프로 음악가 지망생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지금 점점 재즈 뮤지션들이 설 자리는 없어지고 있는 추세다. 사실 재즈 씬은 그 시장의 크기보다는 음악 지망생들에 대한 교육 사업으로 버텨왔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 음악 지망생들이 너도 나도 싱어송 라이터를 꿈꾸기 시작하면서 국내 재즈 시장의 붕괴는 더 가속화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더군다나 코로나 영향에 힘입어 나름 전통을 지켜오던 한국의 유서 깊은 재즈클럽들도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2018년, 뜨거웠던 재즈 클럽 JazzSpot Intro를 회상하면서 시대의 조류에 밀려 역사의 한 켠으로 사라진 나름 찬란했던 대한민국의 재즈 씬을 회상해본다. 언젠가 코로나 시국이 끝나고 다시 마음껏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보고 싶은 재즈 공연, 가고 싶은 재즈 클럽이 다시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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