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h Records (마슈 레코즈)
Mash Records (마슈 레코즈)
Mash Records (마슈 레코즈)
예전부터 일본 하면 다양한 매니아 문화가 잘 형성되어있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도쿄를 여행하며 내가 기대한 것 중 하나는 비주류 문화, 그중에서도 내가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집시 재즈 음악 씬이 도쿄에서는 어떻게 형성되어있는지 직접 경험해보는 것이었다.
도쿄는 일본의 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정말 다양한 음악들을 접해볼 수 있는 거대한 도시이다. 이 큰 도시 안에서도 지역마다 특정 음악을 즐기는 음악가들의 씬이 형성되어있기도 했는데 일본의 프랑스 마을이라고 불리는 카구라자카(神楽坂) 지역이 바로 그러한 지역 중 하나였다.
음악가 장고 라인하트(Django Reinhardt)가 창시자로 알려진 집시 재즈(Gypsy Jazz)와 궁정 무도회를 위해 만들어졌던 프랑스를 대표하는 왈츠 음악 뮤젯(Musette), 그리고 우리에게는 샹젤리제(Les Champs-Elysées)와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 )로 잘 알려진 샹송(chanson). 이 세 가지의 음악 장르는 아마도 프랑스를 상징하는 고전 음악 장르들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을 것이다. 카구라자카 지역은 도쿄에서도 집시 재즈와 뮤젯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들의 공연과 모임이 가장 많고 활발한 상징적인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 나는 한참 집시 재즈에 관심이 많은 시기였기 때문에 도쿄에서 집시 재즈 공연이 활발하게 열리는 클럽이나, 집시 재즈를 연주하는 프로페셔널 뮤지션들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었다. 그중에서도 이곳, 카구라자카의 마슈 레코즈(Mash Records)는 집시 재즈, 그리고 뉴올리언스나 딕시랜드 스타일로 대표되는 트렌디셔널 재즈 공연과 세션이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열리고 있는 클럽이다.
내가 도쿄 여행 첫 4일간의 숙소를 카구라자카로 선택했던 이유는 도쿄 대부분의 집시 재즈 공연과 행사들이 열리는 카구라자카의 두 클럽 마슈 레코즈와 우마 카구라자카(U-ma Kagurazaka)가 바로 이곳에 있기 때문이었다.
마침 도쿄에 도착했던 2018년 2월 7일. 숙소에서 도보로 3~4분 거리에 있는 재즈 클럽 마슈 레코즈의 홈페이지를 통해 오늘 때마침 트렌디셔널 재즈 세션이 있다는 정보를 알아낸 나는 꽤 늦은 시간에 도착한 숙소에 체크인하자마자 들고 있던 짐만 내 침대 위에 던지다시피 내려놓고는 잼 세션을 하기 위해 곧장 클럽으로 향했다.
사실, 마슈 레코즈에서 열리는 잼 세션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원래 이곳에서 '집시 재즈' 세션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보통 한 달에 한 번 이렇게 모여서 잼 세션을 한다고 했다. 나이가 지긋한 할아버지부터, 한눈에 보아도 학생 같아 보이는 어린아이들까지. 또, 실력이 출중한 프로부터, 멜로디를 불기에도 힘겨워 보이는 아마추어까지 아무런 차별 없이 다 함께 즐겁게 잼 세션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악기를 보통 2~3개씩은 능숙하게 연주하는 진짜 프로 연주자들은 스스로를 '아마추어'라고 낮춰 부르며 진짜 아마추어들에게 눈높이를 맞추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대체로 보통의 잼 세션에서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트렌디셔널 스타일의 재즈를 연주한다는 것도 나에게는 충분히 인상적인 장면이었지만 '트렌디셔널 스탠다드'라고 할만한 리스트에 있는 대부분의 곡들을 어떤 악기로든 능숙하게 연주하는 몇몇 프로 연주자들의 모습은 정말 인상 깊었다.
특히 어제의 하이라이트는 클라리넷을 부는 타무라 마키코(Tamura Makiko)의 생일을 축하하는 순간이었는데 누구랄 것도 없이 하나둘 트렌디셔널 스타일의 'Happy Birthday to You'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자연스러워보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들은 자신들의 씬과 무대에 결코 작은 사랑과 정성을 쏟지 않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실, 도쿄에서도 트렌디셔널 뮤직을 하는 뮤지션들의 숫자는 그리 많지 않으며 이미 집시 재즈 세션을 하던 클럽도 두 군데나 문을 닫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모여서 어떠한 편견도 없이 음악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이런 매니아들의 씬은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각별한 사랑과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나 역시 다소 매니악한 음악을 좋아하게 된 요즘이라서 였을까? 도쿄에서의 첫날밤, 나는 숙소에 누워 그들이 그들의 씬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소망하며 잠들었다.
また会いましょ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