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마음은 무엇인가요?
저는 밝은 사람입니다. 회사에서도, 친구들과도, 누구와의 만남에서든 저 아이가 오니 드디어 분위기가 밝아지네- 소리를 들어왔어요. 실제로 '파이팅' 넘치는 사람이어서 박수를 치며 "화이팅 화이팅!" 하기도 하고, 고강도 운동을 즐겨하기도 하고요. 물론 나이가 들어 이제는 이전만큼 통통 튀는 매력이나 경쾌함보다는 조금 더 사려깊고 따뜻한 사람이 되어보자 - 하는 마음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밝은 사람입니다. 밝고 웃기고 유머러스하고 유쾌한 사람입니다.
사실 밝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넘쳐흐르듯이 여유로운 삶. 음식을 먹을때 가격을 보고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매 끼니. 명절이나 연휴가 있으면 항상 여행을 가고 넓은 집에 귀여운 아이. 잘생기고 직업 좋은 남편. 다정한 친정 가족들. 궁색맞다고 싫어하지만 그래도 마음은 착하고 나를 괴롭히지 않는 남편 가족들. 나는 가볍게 생각하면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고 내 스스로도 이렇게 여유있는 환경에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뭘까 문득 의문을 갖기도 합니다.
나는 원래가 긍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보니, 100을 가졌으니 1이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 불행해!' 하는 사람과는 친하게 지내지도 않을 것이고, 누군가 조언을 굳이 구한다면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 고 할 거 예요. 그러니 100을 가지는 나는 불행하고 낙담하고, 우울에 빠져있다기 보다는 "화이팅 화이팅!" 하고 툴툴 털고 일어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저는 문제 해결형 인간입니다. 저는 문제가 있으면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에요. 이도 저도 아닌채로 그레이 영역으로 놔둔채 고민하고 끙끙 앓는 것은 싫어해요. 그러다보니 내 스스로가 너무 힘들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고는 명상도 해보고, 만트라 주문을 외우는 것을 배우러도 다녀보고, 불교 말씀도 들어보고, 교회 인스타 계정들도 팔로우 해보고. 그때마자 마음의 충만함을 얻으며 역시 감사한 나의 삶에 감사함을 느끼며 살아가보자. 고 생각해왔습니다.
그렇게 숨이 쉬어지지 않을때마다 저는 책을 읽습니다. 항상 열심히 사는 것이 미덕인 사회에서 그렇게 길러진 저는, 우울하고 이유 없이 힘이 없을 때에도 넷플릭스나 유튜브나 보면서 시간을 누워 낭비하는 것은 영 기분이 좋지 않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책으로 도망가곤 합니다. 원래도 책을 좋아했는데 2021년, 2024년, 점점 답답함이 가슴을 덮고 숨이 쉬어지지 않을때마다 저는 책장을 피고 책으로 도망을 갑니다.
2025년 초, 내가 책으로 도망을 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사실 무언가 결단을 내리거나 깊게 생각을 - 고민을 - 했어야 하는 시간에, 무언가 정보를 머리에 꾸역꾸역 넣고있다는 생각에 그저 유익한 시간이겠거니 싶어 책에 허비한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 시간들을 후회한다고도 얘기했어요. 대부분의 반응은 "그럴 수 있지" "도망간 곳이 책인게 그나마 나은거 아니겠니" 뭐 이런 얘기였으니 답답함은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문제 해결형 인간이니, 이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자고 정신과를 갔습니다. 정상이라고 약을 안먹어도 될 것 같다네요. 그래서 또 몇 개월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우연한 기회로 심리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나의 방어기제에 대해 알아보는 검사를 먼저 시작하였는데 불안, 분노, 그리고 무엇보다 '억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살면서 힘든 일이 있으면 항상 "문제가 인식되었다. 문제를 해결하자!" 는 접근만 하였고, 한번도 "문제가 인식되었다. 너 지금 힘들구나? 너 정말 고생 많다." 고는 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네요. 진취적인 집안에서 긍정적으로 자랐다고도 표현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마음 자체에 대해 이해해보는 시간은 가져보지 못했던 것임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심리상담사 선생님이 추천해준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데요. Vulnerability에 대해 이해해보기. 취약성, 수치심에 대해 공부해보기. Brene Brown에 대한 영상 및 저서들 독파하기. 어려웠지만 내가 확실히 잘 못하는 부분임은 깨달았습니다. 더 잘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구요.
그런데 이제는 또 다른 과제로 '나의 마음'에 대한 글을 적어보라는 과제를 받았는데요. 어쩐지 그걸 적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저는 눈물이 납니다. 나약함이 느껴지는 마음이라는 존재를 내가 얼마나 바라보지 않고 살아왔는지, "화이팅" 넘치는 나 자신의 모습 안에 나약하게, 한 번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슬퍼도 "화이팅" 수치스러워도 "개선하자" 는 소리만 듣던 그 "마음" 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만 해도 나 스스로 미안하기도 하고. 도대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눈물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심리상담사분이 내준 모든 숙제를 한 번도 안해간 적이 없는 제가, 여태 미루다가 급기야는 다음번 심리 상담을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글을 쓰는 마음은 다들 어떤 기분인가요?
있었던 일에 대해 써내려가는 일기이면 되는건지.
마음을 알아차린다는 것은 뭘까요.
나는 왜 그것이 이렇게 어려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