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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장 Sep 16. 2019

[한달간 매일 감사하기] 21,22,23,24일차

아이 리멤버 유우우우 워어어어어

2019년 9월 13일 금요일 - 21일차


최근에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들이 다시 보고 싶어서, 오늘까지 근 한달간 <저수지의 개들>, <펄프픽션>, <킬빌 1,2>을 다 봤다. <킬빌>은 세번째 보는 영화인데, 영화의 마지막 부분의 감정이 이번에 이해됐다. 2번째 볼 때 까지만 해도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럴 수가 있나' 라고 생각했다. 오늘 볼 때는 '음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어' 라는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쿠엔틴 타란티노는 대단하다. 여러번 본 영화라도 일단 플레이하고 보다보면 굉장히 재미있다. 이번달에 개봉하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궁금하다.

오늘은 갑자기 우울감이 덮쳐왔다. 이유는 몇가지가 있는데 굳이 여기 쓰기는 싫다. 한달간 매일 감사하기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고 싶었다. 

그래도 한달은 해보기로 한거니까 오늘도 해보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가 곧 개봉한다. 기대된다. 기대할 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2019년 9월 14일 토요일 - 22일차


집에 돌아와서 맥주를 마시며 코미디 영화를 보며 낄낄 웃었다. 그리고 누워서 한시간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예쁜 사람들을 구경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이게 다 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잠시나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2019년 9월 15일 일요일 - 23일차


오늘은 며칠전까지만 해도 시간이 별로 없는 날이 될 예정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일정이 바뀌어서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며칠동안 머릿속으로 생각만하던 단편소설을 썼다. 완성까지 해서 업로드를 하니까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 퀄리티를 떠나서 콘텐츠의 생산자가 되는 기분도 꽤 괜찮다.

지금은 Skid Row의 <I Remember You>를 애플뮤직으로 듣고 있다. 아는 가사는 따라부르기까지 하고 있다. 내가 이 노래를 중학교때 즐겨들었던가 고등학교때 즐겨들었던가 헷갈리지만 메탈리카가 훨씬 멋있다고 생각하던 나는 스키드 로우를 듣는 친구들을 놀렸다. 이런식이었다. 

넌 어떤 락 밴드를 좋아하니? 스키드 로우? 아 그 락을 하고 싶어하는 팝밴드?

하지만 나도 <아이 리멤버 유>는 좋아해서 학교에서는 메탈리카를 듣고 집에가서 스파이가 지령을 수신하듯 몰래 스키드 로우를 듣곤 했다.

감수성이 가장 예민한 시기에 뭘 보고 듣고 자랐는지는 남은 인생에서 어떤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사람으로 성장하는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나는 요즘도 OASIS의 음악이 정말 좋고 가끔 찾아 듣는다. <Live Forever>의 기타 솔로를 들을 때는 '노엘 갤러거는 확실히 인생의 우울함이 뭔지 아는 사람이야'라고 또 한번 생각하면서.

하고 싶었던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난 것, 좋은 음악들에 감사한다.


https://youtu.be/qjuEXKwnkLE


https://youtu.be/TDe1DqxwJoc



2019년 9월 16일 월요일 - 24일차


점심미팅에서 구면인 분을 만났는데, 나는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처음보는 사람을 대하듯 인사를 했다. 그분이 우리 만난적 있다고 하여 기억을 더듬어 찾아냈다. 

언젠가 부터 사람을 기억하는 뇌의 용량이 다 차버린듯 하다. 스치며 봐도 사람을 기억하던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나름대로 분석해봤는데, 원인은 난생 처음만나는 사람과 밥먹고 이야기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웬만큼 강렬한 인상이 아니면 언제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뒤죽박죽이 된다. 오늘 점심 때 만난분은 핸드폰에 연락처를 찾아보니 저장까지 했던 분이더라. 옘병. 허허허허허허허허.

연휴가 지나고 회사에 가니 신경쓸 일은 많아졌는데 그만큼 일은 늘지 않아서 칼퇴했다. 신경쓰이는 일은 신경만 쓰일뿐 지금은 시발 이거 어떻게 하지 라며 팔짱끼고 일단 바라만 보는 수밖에 없다.

자신을 못 알아봄에도 내가 민망하지 않게 우리가 어디서 만났었다고 잘 설명해주셨던 친절한 분과 칼퇴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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