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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장 Feb 01. 2018

[에세이] 나는 왜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가?

아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샤워하다가 문득 

내가 결혼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를 깨달았다.


아이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직 미혼이지만 딩크족이 되길 바라고 있다.


아이가 있길 바란다면 결혼의 시점을 무시 못한다.

건강한 아이의 출산을 위해서는 너무 늦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낳는 것이 좋고,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경제적 지원을 하려면, 

본인의 나이와 직장, 직급에 맞는 수입이 언제까지 보장될지도 고려해야한다.

자녀가 가장 비용이 많이 든다는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수입이 줄어들게 된다면 경제적 타격이 클 수 있다.


아이를 원하지 않으면 결혼의 시점이 크게 의미가 없어진다.

정서적, 육체적 만족은 연애에서도 얻을 수 있고

연애의 친밀함을 넘어, 이 사람이라면 평생의 동반자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결혼의 단계로 나아가면 된다.


그러다보니 내가 바라보는 결혼은 시기가 관계 없다. 서두를게 전혀 없다.

인생의 여정을 즐겁고 행복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는가에 포커싱 하게 된다.

자녀없이 긴 인생을 함께 하려면 그 분이 나와 꽤 잘 지내고, 나도 그 분과 꽤 잘 지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

나이를 먹다보니 이래저래 만나게 되는 사람들의 나이도 점점 올라가고 있는데,

만약 이분들이 자녀를 원하는 분들이고, 이분들이 내가 자녀가 있는 삶을 원한다고 상상한 채 연애한다면,

(그분들은 나와 만나며 쌓았던 추억들은 차치하고) 결혼과 출산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굉장한 시간낭비를 한 것 일 수 있다.

나는 그분들을 시간낭비 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우리 결혼식이 벌써 다음달이야. 나중에 우리 아이 낳으면 이렇게 저렇게 하자~"

"응? 나는 아이 안낳을 생각인데."

"그럼 왜 나랑 결혼하려고 해?"

"나는 너와 같이 살고 싶은거지 아이와 함께 살고 싶은 건 아니야."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과연 결혼이 성사될까.



결혼 전에는 나의 딩크족 여부를 모르다가 

결혼 후에 알게 되는 것은 더 악몽이다.


"신혼 생활은 2년 정도 갖고, 그 후에 아이를 낳는게 좋을 것 같아. 어때?"

"응? 나는 아이 안낳을 생각인데."


오. 마이. 갓.



그래서 나는 애초에 예비 딩크족은 예비 딩크족을 만나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러나 이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또는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을 때,

"혹시 딩크족이세요? 저는 딩크족인데요, 혹시 지금 결혼 적령기시고, 나중에 아이를 낳길 바라신다면 지금 저를 만나는 건 굉장히 시간을 낭비하시는 것일 수 있어서, 미리 여쭤봐요."

라고 물어볼 수도 없지 않은가.


요즘 나는 차선책으로 어떤 자리든 기회와 상황이 허락하면 내가 예비 딩크족임을 숨기지 않고 말한다.

모 아니면 도 일텐데,

나를 제 정신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테고,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마침 그 얘기를 듣는 사람이 딩크족일 수도 있고,

그것이 아니라면 자기 주변의 딩크족에게 나를 소개해 줄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인연을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



2018년 2월 1일의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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