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는 승자의 것
7일 밤 술마시고 노래하며 포르투 거리를 쏘다니던 젊은이들이 영국놈들이란걸 알았다. 웬만하면 영국사람들이라고 할텐데 그 광경을 보면 영국놈들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네이션스리그 준결승 진출을 축하하는 난장이었다. 축알못인 나는 워킹투어에서 만난 분께 듣고 알았다. 8일 밤에도 영국놈들은 극성이었다. 자기들끼리 모여서 밤 늦은 시간에도 응원구호를 열심히 외친다. 동방예의지국에 35년 넘게 살고 있는 나로서는 남의 나라에 와서 이 난장을 펼치는 모습이 이해가 잘 안된다. 신사의 나라라더니.
포르투 워킹투어는 만족스러웠다. 휴가를 오면 많이 걸어다닌다. 대중교통 이용 방법을 알아보기 귀찮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걸어다니며 수시로 바뀌는 풍경을 천천히 마음에 담고, 도시가 점점 익숙해 지는 기분이 좋다. 포르투에서 제대로 된 첫날을 워킹투어로 시작하니 도시와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 남은 날들동안 더 친해져서 구글맵이 필요없을 때쯤엔 한국에 돌아가야겠지.
대항해시대에 풍요롭고 잘 나갔던 기억이 후대에도 전해져 이들의 국민성에 녹아든 것인가 생각했다. GDP는 우리나라보다 낮은데 사람들이 여유있다. 예를 들어 교통문화를 보면, 차들이 신호에 관계없이 사람이 건널 것 같으면 멈춰서 기다린다. ‘너 먼저 가도 난 아무 문제없고 손해도 없어. 그까짓거 너 먼저가’ 이런 느낌이다. 이건 한때 무적함대로 세상을 주름잡던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 갔을 때도 봤던 모습이다.
여유는 승자의 것이다. 패자는 조급함이 있다. (옛날에) 이미 많은 것을 잃은 패자의 양보는 거의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침략을 많이 당하고, 수비가 아닌 공격으로 대승을 해본 적 없는 우리나라의 역사와 양보가 희귀한 국민성을 보면 이 생각이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