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포르투] 6일차 - 멍 때리기

난 자유로워 하루 종일 멍을 때렸지

by 지미장


5일차에 인싸의 하루를 보내느라 공식 일정만 14시간에 총 18시간을 깨어있고 하루 종일 맥주, 와인, 위스키를 섞어 마셨더니, 아침에 일어나자 고국이 그리워지는 컨디션이 되어 있었다.



매일 시간대와 상관없이 술을 마시고 있다. 꼭 마시고 싶지 않더라도 일단 주문하고, 먹기 싫으면 남기는 방법을 택한다. 대낮부터 테이블 위에 술잔을 올리고 홀짝이고 있어야 현실과 격리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동행을 구하려 애쓰지 않고 자유롭게 멍 때리며 하루를 보냈다. 멍 때리는건 현대인(특히 한국?)에게 매우 희귀하게 발견되는 행동이 됐다. 보통은 극한의 효율을 추구한다. 이걸 한 다음에 바로 뭘하고, 동선을 줄이기 위해 이렇게 하고, 이건 먼저 저건 나중에 하고, 이걸 하는 동시에 저걸 같이 진행하고, 아이고 생각만 해도 지친다. 그런데 평소에 이렇게 산다. 그렇지 않으면 현대사회의 속도에 맞출 수가 없다.


우리는 가끔 옆으로 비껴서 멍 때리며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일상에서 쓰러지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공원, 엔리케 왕자 동상 옆 벤치, 도우루 강가, 가든힐까지 장소를 바꿔가며 멍을 때렸다. 단연 최고는 가든힐에서 석양과 노을을 보며 때리는 멍이었다.


왜 사람들은 석양과 노을을 보는 것을 좋아할까.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것은 물론이겠고, 아마도 하루 해가 떠오르고 지는 것처럼, 우리도 태어나고 언젠가 끝을 맞게 될 것을 여렴풋이 알게 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시작하고 머물다가 끝난다. 이것이 마치 우리 인생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인생의 함축이기 때문에. 남은 날들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현명하게 살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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