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밤의 봄 바람, 흘러 가는 시간
삼천번 정도 지나 다녔을 어두운 골목길 따라,
눈 뜬 채 의식은 시공간을 넘어선다
어느 편의점 앞 파라솔에서 마시던 캔맥주
500원짜리 얼음컵에 담긴 화이트 와인
골목길 보도블럭 닳도록 서성이던 어느 밤
주택 담장에 기대어 꺼내지지 않는 가슴을 구토하던 날
무성영화처럼 뻐끔거리는 입과 성난 표정과 눈빛
이젠 사라진 종로 꼬치구이집에서 고개 숙이고 눈물 훔치던 기억
시간도 공간도, 기억인지 꿈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평행우주를 오고 가는 듯한
어쩌면 실제 그러고 있을 법도 한
그런 날들이 지층의 단면처럼 쌓여간다.
오늘도 한장의 날을 덮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