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행복에도 철학이 필요하다.

by 영국피시앤칩스

나는 쉬는 날 서점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종이 냄새와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는 언제나 매력적이다.


서점에서 하나 아쉬운 건 항상 돈과 자기 계발과 관련된 서적을 배치한 선반이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배치되어 있고 삶의 철학과 관련된 인문학 서적들은 뒤에 밀려 있다는 것이다.


자기 계발서들은 마치 잠시라도 쉬면 도태되어 낙오자가 되는 것처럼 겁을 준다. 재테크책은 온갖 성공한 투자자들을 위인처럼 떠받들며 직장인 월급으로는 부동산이나 주식을 안 하면, 은퇴까지 10억을 못 모으면 거지가 되어 노후에 폐지 주워야 한다며 겁을 준다. 당장 돈 벌기도 고된데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세상이다.


이처럼 성장과 부에 대한 집착과 갈망은 한국이 단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내며 전쟁 후 폐허에서 선진국 수준까지 도달할 수 있게 해 주었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았다. 끊임없이 자신과 남들을 무의식 속에서 비교하며 줄 세우기 하고, 자신만의 삶의 철학으로 인생을 살아내기보다 사회가 정해주는 잣대에 맞춰서 인정받는 것을 선호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집은 살아가는 곳이 아닌 투기의 대상으로 전락했고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동물을 사랑하는지, 유머스러운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게 아닌 어느 지역 아파트에 사는 사람인지가 나를 평가하는 더 중요한 요소가 된 세상이 되어버렸다.


살아가기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없어서 서럽고 고통스러운 것도 맞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돈에 인생을 끌려다니는 게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굶어보지 못해 그럴지도 모르겠다. 절절하게 없어보지 못해 내가 이해를 못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중요하긴 해도 인생의 1순위는 아닌 거 같다.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인생에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낀 순간은 돈 그 자체보다 사람, 사랑, 성취, 경험이 더 많지 않았는가?


칼 필레머의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당신도 알게 된다면'

에서 인생의 황혼기에 있는 1000명이 넘는 노인을 대상으로 인터뷰한 결과 삶에서 중요한 것은 다양했지만 결코 돈은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추억, 배우자, 친구들, 사소한 일상들, 일 등 삶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 가장 행복도가 높던 노인들은 책의 표현을 빌리면 자산이 많은 사람이 아닌 '행복을 선택하기로 의도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을 실천한 사람'이었다.


간병하던 시절 호스피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던 분 중 단 한 명도 돈을 얘기하던 분은 없었다.

나는 그곳에서 사람들의 고결한 사랑만을 보았지 자본주의는 보지 못했다.


엉덩이 아래 10억 20억을 깔고 앉아있어 봤자 누구나 죽을 때는 빈손으로 간다. 그것이 자신이 진정으로 바라는 게 아니라면 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여유를 가지고 살고 베풀며 친구에게 가족에게 타인에게 미소 지어 주자.


행복을 선택하고 실천해 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13. 인생의 행복방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