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개미와 베짱이

by 영국피시앤칩스

어릴 적 교과서에서 개미와 베짱이라는 이솝우화를 읽었다. 성실한 개미는 겨울을 대비해서 따뜻한 여름동안 열심히 일해서 식량을 저축했고 베짱이는 따뜻한 여름을 즐기며 매일 노래를 했다. 그러나 겨울이 되자 개미는 모아둔 식량으로 배부르게 지내는 동안 베짱이는 그만 굶어 죽고 말았다. 이처럼 전통적인 근면 성실함을 강조하는 우화로 어린 나에게 베짱이의 행동은 피해야 하는 부덕이며 개미야말로 지향해야 하는 미덕으로 여겨지게 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다시 접한 개미와 베짱이는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일개미는 종에 따라 다르지만 짧으면 1개월 길면 1년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사실상 대부분의 일개미가 평생을 바쳐 가져온 식량은 개미 자신이 겨울을 나기 위해서가 아닌 개미사회 전체를 위해 평생 동안 헌신한 것이었다.


그리고 베짱이는 보통 4달에서 6개월 정도의 수명을 가지고 있고 보통 겨울이 오기 전 9월에 수명을 다한다.

그러니 베짱이는 겨울 준비 자체를 할 필요가 없던 것이었다! 그리고 베짱이의 노래란 수컷 베짱이의 구애의 소리였다. 그렇다 베짱이는 노래를 부르며 논게 아니라 짧은 수명이 다하기 전에 본능에 따라 종족번식을 위한 짝짓기를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그러니 각자의 환경과 주어진 상황에 따라 개미와 베짱이 모두 최선을 다해서 살아간 것이다.

그런데 왜 이솝우화에서는 이러한 해석을 내놓았을까?


이솝 우화는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의 노예 출신 이야기꾼 '아이소포스'가 지은 우화를 모은 것이다. 그렇기에 고대사회의 노예로서 근면성실함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도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고대사회에서는 현대처럼 생존이 쉽지 않았고 거기에 노예신분이었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아이소포스는 주인이 있는 노예 출신으로 그의 이야기에는 지배층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의 우화는 근면 성실함을 강조할 뿐 아니라 일부 이야기는 지배계층에 의한 노동을 정당화하고 계급의 불평등을 개인의 노력 문제로 치환하는데 이용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개구리가 황소처럼 커지려고 물을 마시다 터져 죽었다는 '황소와 개구리', 당나귀가 귀여움 받는 개가 귀여워 주인에게 애교를 부리다 오히려 주인을 다치게 해서 벌을 받는 '당나귀와 개'가 있다. 이 모두가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자신의 역할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


조금 씁쓸하지만 노예가 주인의 통제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수천 년 전 지은 이야기를 삶의 지혜라고 현대에도 어린 시절부터 추천 도서로 가르치고 있었다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걸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고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니 항상 비판적 사고로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을 바라보자. 그 안에 담긴 목적과 의도를 분별할 수 있다면 좀 더 현명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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