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무지의 행복

by 영국피시앤칩스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물가상승률, 각종 복잡한 거시지표, 투자 등을 모르고

아무 생각 없이 은행에 월급의 일부를 적금을 들며

쌓아가는 그 자체로 만족하고 행복해하던 사회초년생 시기가 무척이나 행복했다는 것을 말이다.


엄마의 손을 잡고 다니는 순진한 아이들이 순수하게 세상을 세상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무지'때문이다. 대출 집값 학비 등 현실의 무게를 선명하게 인지하고 파악한다면 작은 떡꼬치 하나에 그렇게 행복하게 웃을 수 있을까.


엔비디아의 CEO인 젠슨황도 최근 인터뷰에서 본인의 20대를 회상하며, 당시에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실시간으로 알지 못했기에 오히려 '무지함의 즐거움'과 '낙관주의'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요즘 세대는 SNS와 인터넷을 통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알게 되면서 너무 일찍 세상의 어두운 면과 고통에 노출되며 개인의 희망과 회복탄력성을 갉아먹는다고 우려했다.


적금을 하면 물가상승으로 벼락거지가 된다며 최근 미디어들은 자극적인 표현을 내뱉고 인터넷과 sns을 보면 대박 난 주식 부동산 부자들은 넘쳐나며 댓글에서는 그러지 못한 자들을 조롱한다. 삶의 철학 없이 나이대별 평균 자산으로 스스로를 줄 세우고 비교한다. 이는 정상적인 노동의 가치를 상실하게 하고 자기 가치를 올리는데 집중하지 못하게 막고 허무와 무기력에 빠지게 만든다.


어릴 적부터 경쟁에 익숙해져 이기고 우월함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한국스러움은 수익과 재테크에서 조차 남들보다 우위에 서고 싶어 하게 만든다. 수익률에서 1등을 하려는 게 목표가 아니라 잘 살기 위해 본인이 필요한 목표만 달성하면 충분함에도 주변보다 높은 곳에 서기 위해 악착같이 올라간다.


이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서이다. 나 빼고 다 투자해서 대박이 난다는 조급함, 내 친구 동료 친척 앞에서 우월감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은 모두 몰라도 될 것을 알기에 비롯되는 것이다.


본인이 예적금만 들어서 행복하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비교의 대상은 오로지 과거의 나 자신 뿐이며 만족의 기준도 오직 나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보지 않아도 될 것은 굳이 보지 말자. 무지 또한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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