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명을 믿는다.
어찌 노력하든 결과는 정해져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행하는 모든 행동에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는 의미로 생각한다.
가끔 마치 홀린 듯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가지 않던 장소에 들리거나 누군가 생각나 연락하는 등 이러한 것들로 일어나는 일들과 새로운 만남은 운명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작년 인도네시아 여행 중 선착장 3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를 그날 정확히 그 시간에 올라갔기에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지는 고령의 현지인 어르신 두 분을 다치지 않게 받쳐줄 수 있었다. 내가 없었다면 그 당시 에스컬레이터에 아무도 없었고 설치된 각도가 높았으며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서 크게 다쳤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머나먼 타지에서 온 한국인이 미래를 바꾼 것이다.
만약 방에서 10초만 늦게 나왔어도 그때 내가 그 자리에 없었을 텐데 이러한 일들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필리핀 보홀에서는 저녁에 길을 걷다 아는 사람을 우연히 만나기도 하고, 베트남에서 우연히 만난 분과 그 당시 남은 일정과 숙소가 겹쳐서 이것이 인연이 되어 같이 다니다 연인이 되기도 했다.
가끔 인생에서도
하늘이 이어준 인연이라는 말처럼
우연을 가장하여 하늘이 인도해 주는 삶의 방향도 있는 것 같다고 느꼈다.
예전에 내 능력으로 정하기 벅찬 갈림길 앞에서 힘들고 지칠 때 지금은 떠나고 없는 엄마가 보냈던 많은 이메일 중 하나를 몇 년 만에 우연히 클릭했었다.
그 안에 써진 글은 내가 처한 상황에서 듣고 싶던 말이었고 엄마가 계셨다면 나에게 해줄 말이었다.
'내가 도와줄 길도 없는 이런 상황을 어찌해야 하나
내 맘엔 네 생각밖에 없었어. 기도하며 네 맘에 보이지 않는 위로가 되길 빌고 또 빌었단다'
지친 내 등을 토닥이며
마치 엄마가 하늘에서 말해주는 거 같았다.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수많은 일들이
사실 하나로 이어지는 실들의 한 갈래가 아니었을까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어렵고 힘들 때
당신에게도 기적 같은 위로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네 운명을 사랑해라(Amor fati)
- 프리드리히 니체